모래 물거품 같이 읽기-여덟째날

스핑크스가 단 한 번

by 이제월


출판된 본문⟫ n.8

스핑크스가 단 한 번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한 알의 모래 알갱이는 하나의 사막,

그리고 하나의 사막은 한 알의 모래.

그러니 우리 모두 다시 침묵합시다."

나는 스핑키스의 그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뜻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원문⟫

The Sphinx spoke only once, and the Sphinx said, “A grain of sand is a desert, and a desert is a grain of sand; and now let us all be silent again.”

I heard the Sphinx, but I did not understand.


새로 한 번역⟫

스핑크스가 단 한 번 말하였습니다,

“모래 한 알이 사막이고, 사막이 모래 한 알이다.

이제 우리 모두 다시 침묵할지어다”

나는 스핑크스가 한 말을 들었지만, 실로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읽기글⟫

지브란이 저 스핑크스의 말을 '말'로서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그것이 새삼 다른 말로 바꾸어 해설하기에는 이미 너무도 크고 깊은 '신비'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이미 처음부터 그가 하나 속의 전부, 조각 속의 우주를 말했던 것과 같이

지금 그는 또다시 처음부터 그가 역설한 것.

우리가 작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또한 우리는 전 우주와 동일한 무게와 값을.

그리고 사실 그와 같은 힘마저 가졌다는 사실.

그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은 게 아닐까요?


그러나 나 역시 저게 무얼까? 라는 데 대해 제 나름의 의견을 제시하였지만

더 이상의 말을 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이미 ‘다시 침묵’하기 위한 말만을 한 스핑크스나

담백하게 '이해할 수 없'다고만 한 지브란에 빗댄다면

이토록 긴 말을 늘어놓아야 하는 나는 여전히

한 마디(한 알의 모래 알갱이)에 저 신비의 지평(하나의 사막)을 담을 수 없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늦었지만 나 역시 침묵합니다.

사실 오늘은 저도 님들도

그저 침묵하는 것으로 족했을 것입니다.

늦었다면 이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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