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물거품 같이 읽기-이백서른여섯 번째날

사실 그대는

by 이제월







출판된 본문⟫ n.234

사실 그대는 특별히 어느 누구에게

빚을 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인간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빚지고 있을 뿐입니다.




원문⟫

In truth you owe naught to any man. You owe all to all men.





새로 한 번역⟫

진실로 그대는 어떤 사람에게도 빚지지 않았습니다

그대는 모두에게 모든 것을 빚지고 있습니다






읽기글⟫

내가 농사짓지 않고 밥을 먹은 것,

내가 실을 잣지 않고 옷을 입은 것,

내가 조립하거나 공식을 짜지 않고도 자판을 만지는 것,

내가 때때로 감사하지 않고도 사랑받고 있는 것,

내가 선택하지 않고도 살아있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종종 가장 부정적인 때조차

나의 실존과, 거기에 덧붙여 무언가를 조금은 조금씩은

믿고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서입니다.

그러나 그 자체가 빚은 아닙니다.

빚문서라는 것입니다.

결코 태워버릴 수 없는 빚문서.

혹시 당신이 그 문서를 태워 없애버린다면

비로소 그때, 당신이 무엇을 빚지고 있었는지 하나 하나 기억해낼 것입니다.


나로서는 그대가

그것들을 태우는 대신, 그 선언들, 자료들[document]에 대해

그저 인지(認知)만 하면 좋겠습니다.

많은 것들은 모른 채로, 신비인 채로, 그저 알고 믿으면 족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 채무관계가 바로 그 신비에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비로운 교환[intercourse] 없이 우리는 살아가지 못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죽고 싶을 때에도

우리는 살아가려는 존재입니다.

바로 그래서 우리가 태어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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