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물거품 같이 읽기-열세 번째날

내게 침묵을

by 이제월




출판된 본문⟫ n.13

내게 침묵을 주십시오.

그리하면 나는 밤을 견디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원문을 찾지 못한 8개의 조각 글 중 하나.


읽기글⟫

밤을 견디어내는 건 별빛이나 등불이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그렇게 은유하는 동무들인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의지처가 마침내 내 안에 있을 때

그리고 내 의견에 대해 또다른 의견으로

끝없이 말꼬리를 이어가지 않을 때, 비로소

그는 내게 더 놀라운 일을 행해줄 것입니다.

함석헌 선생이 말한 ⟨골방⟩이 그런 것이 아닐까요?


침묵은 변명과 자기합리화없이

무지나 두려움을 이겨내는 약입니다.

그것은 마치 밤의 들에서 장작불이나 별빛이

무엇을 비추어서가 아니라

그 자신 타오르는 자체로 위안이 되는 것과 같이.

침묵은 그 자체로 조언이고 위로입니다.


*밤에 대해, 침묵에 대해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길 해나갈 것입니다.

어떤 뜻에서 《모래·물거품》을 밤의 침묵에 관한 이야기라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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