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ll: A Tarot Story. 21

부제: 심판받은 세계 그리고 끝과 시작(2)

by 이제월

#세계라는 너

타로 카드 메이저 아르카나를 ‘바보의 여정’(The journey of the Fool)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누가 먼저 그렇게 불렀는지 몰라도 여러 덱들을 만지며 깊이 공감하는 호칭입니다. 바보의 여정은 마르세유 덱에서의 전통적 해석처러 삼층으로 나누어 볼 수도 있고, ‘바보’가 삶이라는 여행에서 만나는 다양한 군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으며, ‘바보’ 자신이 성장하며 변모하는 여러 단계, 여러 모습이라고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여정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타로를 배우거나 사용하는 당신의 세계관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세계관이라는 게 너무 거창하다면 소박하게 ‘태도’라고 부르겠습니다.

‘바보’를 텅 빈 그릇처럼 바라보고, 그 안에 담기는 첫 번째 아르카나, 신비는 물론 ‘마법사'입니다. 일부 덱은 마법사 대신 ‘마법’, ‘재봉사’로 부르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 시작의 이니셔티브initiative, 주도권은 여러 차례 위기를 맡고, 열 번째 아르카나 ‘운명의 수레바퀴’를 거쳐 8번 아르카나가 ‘힘’이었다면, 11번에서 ‘정의’로, 8번 아르카나가 ‘정의’였다면 11번에서 ‘힘’으로 가치의 전도(傳導), 뒤집어짐을 경험합니다. 이 변화는 일어나고서도 충분히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거꾸로 매달리는 인고의 시간(12번 ‘매달린 사람’)을 겪고, 어쩌면 ‘죽음’(13번)까지 겪고서야 비로소 평온을 되찾습니다. 그 평온은 외적 평형(7번 ‘전차’)이 아니고 내적인 평형(14번 ‘절제’)입니다. 이제 당신은, ‘바보’는, ‘어릿광대’, ‘어린이’, ‘여행자’는 겉보기로 능수능란한 데서 나아가 당장의 불균형에 흔들리지 않고 시간 속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 성숙한 ‘동적 균형’, 생명 본래의 균형 감각을 보일 것입니다.

15번 ‘악마’ 카드는 시셋말로 그런 성취를 맛본 당신이 이를 정점으로 여겨 ‘흑화’하는 걸 수도 있고, 이원성의 분열과 모순을 쾌락이자 불안으로 경험할 수도 있으며, 차분하게 이원성을 끌어안고 원숙하게 지혜로워지는 때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당신은 참 매력적으로 비칠 것입니다. 그러고서 와르르 무너집니다. 무너지는 탑에 집중하면 시련이지만, 내리치는 번개에 집중한다면 환희요 축복, 해방의 손길입니다. 그리고 세 단계의 희망(달-별-해)를 거쳐, 심판, 자기 자신을 규정하고 정체하는 데 이르렀으며, 마침내 지행합일하여 ‘너’이던 전부가 ‘나’로 합해집니다.

극기복례(克己復禮). Not yourself, but Yourself.

당신이 만일 당신을 져버릴 수 있다면, 당신은 비로소 당신이 될 것입니다.


#온전한 나

식별 뒤에 당신은 앎과 함이 분리된 분열된 삶을 뱀이 허물 벗듯 벗고서, 올챙이가 뒷다리가 나고도 물 속을 헤엄치다 마침내 네 발로 뭍에 나와 걷듯이 지행합일한, 아는 대로 행하는 삶으로 넘어갈 것입니다. 당신은 비로소 온전합니다. 미혹되지 않고 나아갈 것입니다. 이제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하는 일 없이 자기 것으로 삶을 가져갈 것입니다. 당신은 반대되는 것들도 알고 있지만, 이걸 선택한 것입니다.

영화 매트릭스 삼부작의 마지막편에서 주인공 네오와 맞붙어 싸우며 스미스 요원이 묻습니다. “왜, 대체 왜!”. 스미스 요원이 보기에 네오/미스터 앤더슨은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혹은 그가 싸울 만한 그가 위하던 것들은 이미 다 사라졌습니다. 여기에 대해 네오-이자-오라클의 답변은 허탈할 만큼 단순합니다. “선택했으니까”.


당신은 당신의 삶을 선택했습니다.

당신이 자유롭다는 사실, 이를 인식하는 게 새로운 당신, 온전한 나로 살아갈 당신의 첫번째 인식일 것입니다. 이 사실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이 사실을 알아차리고 받아들이길 꺼리지 마십시오. 그것은 모든 짐과 더불어 그것을 상회하는 능력과 평화를 가져다 줍니다.

당신을 옭아맨 모든 잘못된 생각들에서, 그 생각들이 얽은 그물에서 벗어나, 그물을 벗어난 물고기처럼 빠르고 경쾌하게 헤엄칠 것입니다.

불교에서 업력(業力, 카르마) 대신 원력(願力)으로 산다고 한 것이 이것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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