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물거품 같이 읽기-열아홉 번째날

고독은 우리의 말라죽은

by 이제월


출판된 본문⟫ n.19

고독은

우리의 말라죽은 가지들을 부러뜨리는 고요한 폭풍.

하나,

우리의 살아 있는 뿌리들을

숨쉬는 대지의 고동치는 가슴 속에

더욱 깊이 박아줍니다.


원문⟫

Solitude is a silent storm that breaks down all our dead branches; Yet it sends our living roots deeper into the living heart of the living earth.


새로 한 번역⟫

혼자임은 침묵하는 폭풍입니다

폭풍은 우리의 죽은 가지를 전부 부러뜨려 떨어뜨립니다

그러나 폭풍은

우리의 살아 있는 뿌리를

살아 있는 대지의 살아 뛰는 심장 속으로

더 깊이 보내 줍니다


읽기글⟫

혼자인 것과 외로운 것은

느낌을 말하자면 비슷하고 겹치는 데가 있지만

실제로 마음이 머물고 생활하는 것은 엄청나게 다릅니다.

우리가 사람들이 일컫는 감정과 상태에 있어서

외로움, 곧 고독한 좌표를 찍고 있다고 해서

속마음까지 모두 똑같지는 않습니다.

누군가는 외로움을 탈 수 없을 만큼 소란에 길들여져 있고

누군가는 외로움에 갇혀서만 버틸 수 있을 만큼 취약합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외로움에 머물고 외로움을 타고 몰아 달립니다.

그들은 외로움과 더불어

다른 이들은 눈 멀고 귀 먹은 동안에도

빛과 소리를 듣고 봅니다.


호수에 던져진 자갈은 처음에 거창한 파문을 일으키며 소란을 떱니다.

그렇지만 호수 바닥에 잠기면 조용해집니다.

호수는 한 돌멩이를 품에 안았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드러내지 않고 침묵합니다.

혼자라는 건 이 돌멩이처럼, 또는 이 돌멩이를 맞아 품어 버린 호수처럼

서로의 심장과 서로의 전체에 가 “닿은” 것입니다.


당신이 만일 제대로 혼자였다면

누구를 달고 다니지도 않고

무엇에 달려 살지도 않았다면

진정으로 ‘닿고’ 싶은 당신의 소망은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죽은 것들을 모두 부러뜨리는 폭풍이, 이 고요한 폭풍이

당신에게서 상한 것을 다 잘라 내면

신선한 당신은

신선한 세계에

자신을 고스란히 내맡길 수 있습니다.

이제 세계는 당신을 토해 내지 않습니다.

세계는 당신을 삼켜

당신은 세계의 심장에 닿아 있습니다.

정말로 혼자인 사람은 정말로 혼자인 법이 없습니다.

덕불고德不孤 필유린必有隣.

온종일 북적이는 장터에서도 당신은 혼자이지만

당신이 혼자 설 때, 신이, 세계가 당신을 대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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