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게 되)는 것들 (16)

이 거룩한 날에. 아침, 다시 6월 10일

by 이제월

얼마나

얼마나 더 가야

우리는 거룩한 날에

덜 마른

얼굴에 쓰고 걷지 않을 수 있나


우리들의 거룩한 날들은

한결같이 와 암흑을 들쓰고

비명과 아우성

헐벗고 찢기운 동아줄을 잡고서야

하늘을 여니


우리들의 하늘은

우리들의 날들은

어쩌면 어쩌면 더

무지와 몽매를 깨우지 못하고

찢고 뜯어 눈물범벅이 되어서야

찾아올 건가


이 거룩한 날에

이 거룩한 날

아침 동 트기를 기다리며

내 안의 똥과

내 주변 그득 차오르는 냄새를 맡으며


묻는다

한 마리 짐승에서

한 조각 돌덩이에서

사람 되기란 원체

거저 할 순 없는 게냐고


우리네 세상은

날로 더욱 넓어지고

우리네 적들은

날마다 더 안에 있고

어제의 이웃이 핍박에 나서니


우리들의 빛나는 기억은

앞서 간 사람들에 돌아가

거기서야 비로소

다시 눈 뜨고 다시

목소리를 얻누나


거룩한 슬픔이여

거룩한 비명이여

거룩하고 너덜너덜하여야

텅 빈 중심에 올라서는구나

한 번은 다를 줄로

한 번은 달라질 줄로 알았다


고맙고 원망하는 마음으로

어리석고 틀리는 나를 본다

슬기롭고 숨 거둔

너를 본다

우리들 오늘이 밝아옴을 재촉한다


이 거룩한 날

눈물 엉켜 범벅인

한 척뿐인 배에 오른다

안녕

내릴 때까지

안녕 다시 오를 때마다



[아침, 다시 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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