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거룩한 날에. 아침, 다시 6월 10일
얼마나
얼마나 더 가야
우리는 거룩한 날에
덜 마른 피를
얼굴에 쓰고 걷지 않을 수 있나
우리들의 거룩한 날들은
한결같이 피와 암흑을 들쓰고
비명과 아우성
헐벗고 찢기운 동아줄을 잡고서야
하늘을 여니
우리들의 하늘은
우리들의 날들은
어쩌면 어쩌면 더
무지와 몽매를 깨우지 못하고
찢고 뜯어 눈물범벅이 되어서야
찾아올 건가
이 거룩한 날에
이 거룩한 날
아침 동 트기를 기다리며
내 안의 똥과
내 주변 그득 차오르는 피냄새를 맡으며
묻는다
한 마리 짐승에서
한 조각 돌덩이에서
사람 되기란 원체
거저 할 순 없는 게냐고
우리네 세상은
날로 더욱 넓어지고
우리네 적들은
날마다 더 안에 있고
어제의 이웃이 핍박에 나서니
우리들의 빛나는 기억은
앞서 간 사람들에 돌아가
거기서야 비로소
다시 눈 뜨고 다시
목소리를 얻누나
거룩한 슬픔이여
거룩한 비명이여
거룩하고 너덜너덜하여야
텅 빈 중심에 올라서는구나
한 번은 다를 줄로
한 번은 달라질 줄로 알았다
고맙고 원망하는 마음으로
어리석고 틀리는 나를 본다
슬기롭고 숨 거둔
너를 본다
우리들 오늘이 밝아옴을 재촉한다
이 거룩한 날
피 땀 눈물 엉켜 범벅인
한 척뿐인 배에 오른다
안녕
내릴 때까지
안녕 다시 오를 때마다
[아침, 다시 6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