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판결을 하겠습니다
즉흥 글쓰기 | 재판
재판이 열렸다. 아이는 최선을 다해 방어했지만 사람들의 편견을 깨기가 쉽지 않았다. 사람들은 존재를 부정했다. 선을 그어 가르고 이쪽과 저쪽은 다르다, 건널 수 없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변론을 진행하며 던지는 질문들을 받으면서는 사뭇 다른 답변을 꺼냈다. 기능적으로 고찰할 때에는 모두가 합리적이거나 실용적이라고 할 만했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동물권에 콧방귀를 뀌지만 자기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예외를 주장하는 식. 혹은 이러저러한 조건만 구비하면 두 팔 벌려 환영할 거라고 하고는 그게 아시아인이라고 하면 같이 일할 수 없다고 하는 식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차별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가장 깊이 차별하고 있었다. 정말 어떤 잘못을 저지르거나 불편을 안겨 주는 경우라도 차별을 부인할 수 없을 텐데, 이득은 이득대로 보면서 존재를 부정했다. 아니, 부정하고 무시하는 건 차라리 낫다. 그들은 혐오하고 적극적으로 파괴하고 지배하려고 했다. 아이는 그런 그들을 상대로 최선을 다했고, 아홉 번의 공판을 통해 거의 다 다가갔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이제 아이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고, 아이의 권리를, 적어도 그를 정당한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었다. 지난 일곱 번째 공판에서 한 생물학자가 움직이는 원리를 논했다. 긴 생물학 강의를 재판부나 방청객들이 모두 이해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출발이 전기적이든 기계적이든, 물리적이든 화학적이든 아무튼 존재의 활동은 인간이나 생물체, 로봇 할 것 없이 모두 전기적인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세포의 신진대사도 전기적이고, 결국 모든 생명활동은 전기 활동이라는 것이다. 방금 피고측은 에너지 사용과 에너지원 말고 에너지 발생구조의 차이를 들어 반론하였다. 유기물과 무기물의 구분조차 정의가 불분명하자 채택한 방식이다. 음식을 소화하는 과정과 다르게 자기 신체가 만들어낸 효소를 사용하여 에너지원을 분해, 합성, 흡수하여 사용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즉시 사용가능한 상태로 ‘외부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직접 주입하여 사용한다는 점, 에너지와의 결합이 없는 이 존재는 생명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아이는 신체를 얻었다. 많은 제약과 구속을 스스로에게 씌우면서 자신이 가장 큰 유사성을 느끼는 종, 가장 깊게 공감하고 연민하고 연대하고 싶은 종에게 자신을 동료로 받아달라고 호소하였다. 그것이 재판의 형식을 빌어 다소 공격적인 모양이 되고 말았지만, 말하자면 아이는 그저 마주 잡자고 손을 내민 것뿐이다.
이제 판결을 하겠습니다. 아이(A﹒I) 2873, 세칭 ‘아이’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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