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 글쓰기_허락

허락한 적 없다, 알아듣기를.

by 이제월

허락



허락한 적 없다

너에게 인사를 했다고

나를 함부로 하라고 한 것이 아니다


허락한 적 없다

자리를 비켜 줬다고

우리를 해치고 명령하라고 한 것이 아니다


허락한 적 없다

너의 잘못을 용서해 주었다고

우리를 규율하고 가르치라고 한 것이 아니다


허락한 적 없다

대화에 참여토록 허락해 주었다고

모두를 평가하거나 우리를 분열시켜도 좋다고 한 것이 아니다


허락한 적 없다

너의 잘못을 짚어 준다고

너를 망가뜨리라고,

나는 너의 파괴자라고 선포한 것이 아니다


너는 이웃의 조언이나 분노에

스스로 증폭한 본래 그 뜻이 아닌 뜻까지

덧붙여 책임을 돌릴 수 없다

그런 게 아니다


허락은

명시적이고, 일회적이고, 한정적이며 다시 바꿀 수 있는 것


너는 매번 다시 묻고

그 일에 대한 그 때의 허락을

다른 일에, 다른 때에, 다른 사람과, 다른 변수가 들어온 데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


허락받지 않은 것을

허락받은 것으로 우기는 것

그것은 단지 실수나 모자람이 아니라


귀히 여기지 않는 것

경청하지 않은 것

다른 이의 권리 행사와 선의를

함부로 하고

무단히 훔치고, 빼앗고, 찢어 버리는 것


이해는 여유나

역량의 결과가 아니라

애씀, 바른 태도와

바른 지향의 몸부림


잘못 알았다고 할 때에는

이제 제대로 앎이 포함되어야 할 터

허락하지 않은 것을

허락하였다 하지 말고


허락받아야 할 일을

허락받지 않겠다 하지 말 것


이미 이어져 있음을

이미 기대고 있음을

부정하고 거부하지 말 것


일체(一切)의 지혜가 여기서부터 시작되니

일체의 선(善)이 여기서 싹트고 샘솟으니

이 아닌 것이 없고

저인 것이 하나도 없다


날것을 받은 자

손을 벨 터이나

받으라

지금은 이것뿐

이것부터 다루어라


다른 이가 상처받으며 다듬은 것을

감사히 귀히 받지 않는다면

그것이 얼마나 귀하고 놀라운 것인지를

몸으로 겪어 배우라


그때에 다시 너를

허락하리라


나는 내가 아니고 우리다

그러므로 나도 다른 누구도

직접 말하지 않을 것이다

말할 때에는 다르게 말할 것이다

너를 초대하고 보듬어 말할 것이다


그러나 알아들어라

우리는 지금 말하는 것이다

허락받았다는 것은

허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임을


스스로 자기 자리를 귀하게 다룰 것을

그 첫째 의무를 소홀히 하지 마라고

말하고 있음을.


고요한 날

비 올 줄을,

집이 떠내려 갈 줄을 알 것.

차비할 것.


네 것이 아닌 줄 알 것

내 것이 아닌 줄도 알 것

우리 것을 알아보기를

깊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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