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 글쓰기의 정신

살아간다, 최선을 다해

by 이제월



즉흥글쓰기의 정신이라면 좀 웃기다.

실제로 가벼운 글, 실패한 유머 같은 글도 곧잘 나오고

미완의 생각, 미결된 이야기로

스스로 완전하지 못한 토막 글들이 되곤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무슨 거창한 정신이라도?


있다.


깊은 밤이나 새벽

당신의 친구가 문을 두드린다.

당신이 가장 자주 다가서 있는 창밖에서

창문을 두드린다.

똑똑.


톡이 왔다는 알림이 뜨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의 그의 계정에 사진 한 장

또는 하양이나 까망 텅 빈 바탕에

한 줄 문장이 툭 올라온다.

당신이 만일 느낀다면

응답해야 한다는 것

당신이 그를 구하거나

그의 부고를 듣게 될 거란 걸 안다.


그때 당신이

예쁘게 다듬고 매만질 글이란 무엇인가.

그 순간에는 절박한 숨이 있다.

그러면서도 당신이 가진 온 생명과 관심

가장 깊은 평화를 끌어올려 건네 주어야 할 것이다.

당신은 화를 내거나 고함을 지를 수 있고

애걸복걸 달랠 수도 있고

담담하게 옛이야기나 시골길을 걷던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친구와의 이야기를 할 수도

다른 친구와의 이야기나

해 본 적 없고, 할 거라고 생각한 적 없는

혼자만의 이야기를 꺼낼 수도 있다.


말한다는 것은 잇는다는 거다.

글을 쓴다는 건 살린다는 거다.

살아 있다는 것을 전하며

살아 있게 하는 거다.


언어생활이란 게, 말글살이란 게 본래 그렇다.

산 자의 행위다.

그런데 언제나 죽은 자의 행위다.

진정한 글, 오로지 글인 글은

글이 글로서만 행세하려면

말하는이, 글쓴이가

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그래서 딱 맞는 표현이다.

진정한 회원은 죽은 자뿐이다.

가입 조건, 소주 당긴다.


즉흥 글쓰기의 정신은

진실하라는 것이다.

주어진 시간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마라는 것

삶은 늘 처음이지만, (아닌가?)

삶의 일부를 특별하게

연습으로,

실전으로서의 연습으로 삼는 것이다.


나는 농담도 구하려고 하고

머리 아픈 현학도 생명을 살리려고 하는 거다.

투덜댐조차 살아감에 감사하느라 하는 것이고

태어난 것을 발견하고, 발견하고,

발견하여 하는 것이다.


쓴다는 건

치열하게

사는 거다.

아닌 적이 없다.

본래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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