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인도, 무덤, 사막에서
Friday, Wilson.
각각 [[로빈슨 크루소]]*와 <캐스트 어웨이>**에 등장한다.
외떨어진 주인공들은
누군가를 구하고
무언가를 아끼어
이름 지어 부르는데
문명을 배우는 야만인이건
아무것도 배우지 않고
대꾸도 하지 않는 배구공이건
실상 본질은 같다.
아니, 다르다.
둘 다 안와전두엽을 자극한다.
어린 왕자의 여우님께서 고개 좀 끄덕여 주실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 주신 이분들은
부르는 이가 저들을 부름으로써
미치지 않게,
저로 남고 제정신이게 하여 준다.
정신으로는 전부인 셈.
의미 있는 것은 서사와 관계를 만들며
이 대상이 비로소 주체를 창조한다.
그러나 조금 다르다.
로빈슨 크루소는 문명을 전수함으로써 문명인의 정체성을 고수한다.
척 놀랜드는 사물을 인격적으로 대하며
인간성을 보존할 뿐 아니라 확장한다.
로빈슨은 다재다능, 만능에 가까운 [마치 조난을 위해, 그리고 문명 재건과 전파를 위해] 준비된 능력자인데 반해 척은 생존자일 뿐이다.
아무렇거나
무인도에서
무덤에서
사막에서
나는 두 사내를 떠올릴 것이다.
인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
인간이기란 것.
인간으로서 대하는 것이란 걸 떠올릴 것이다.
休
* Robinson Crusoe. 대니얼 디포Daniel Defoe가 쓴 소설. 1719년 출간.
** Cast Away. 로버트 저메키스Robert Zemeckis가 연출한 영화. 2000년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