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되게 하소서
서양철학자 헤겔은 역사발전이
정반합(正反合)으로 이루어진다고 하였습니다.
그에게 이는 단순히 관찰한 사실이 아니라
역사의 법칙이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이걸 논증하거나 논파하는 건 우리 목적이 아닙니다.
이를 우리에게 대입한다면
누가, 무엇이 테제였고,
누가 또 무엇이 안티테제였으며,
무엇이 씬테제가 되었을까요?
씬테제는 이제 테제로 기능하고 다시 다른 안티테제와 부딪쳐
어떤 새로운 씬테제를 이루어 온 걸까요?
며칠 전까지도 어느 집단의 대표 선출과 번복, 재번복이 그랬고
집단의 환호와 원성, 냉소도 극에서 극으로 바뀝니다.
우리 역사를 술회하면
억지스러운 구석이 많습니다.
가장 최근까지도 또는 일상 구석구석
근대는커녕 전근대가 작동하는 게 확인되는가 하면
동시에 탈근대의 면모까지 보입니다.
이게 다 무슨 소리냐고요?
그냥 시계열이 왕창 엉켰다는 겁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시간선들이 꼬이고
서로 간섭하는 상황.
그런데 멀티버스가 아닌 모노버스가 그 모양인 것.
사람들은 분열하고 반목합니다.
6월 항쟁이 이룩한 87년 체제는 모순과 한계를 드러내는데
사실 그 모순의 출발은 87년 헌법을 만든 어머니인
80년 오월 광주를, 518을 제대로 입에 올리지 못하고
모독하고 왜곡하는 현실에 있습니다.
이전 체제의 극복으로 제대로 씬테제가 되지 못한 겁니다.
정과 반이 서로 정이라 우기고
명문화한 ‘합’에 정작 실질로 합하지 않는 겁니다.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을까요?
나도 있고 너도 있지만 어느 한쪽 지우지 않고서도
이렇게 우리라고 묶어 이렇게 우리가 하나구나 어울릴 수 있을까요?
혼돈이 피흘려 죽지 않고 역동으로 살아날 수 있을까요?
역사에 뛰어들어 그 물길을 헤칠 때조차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할 때조차
다 알지 못하고 다 하지 못하는 인간은
다하기 위해 하나의 행위를 추가했습니다.
다른 건 바꾸어도 이 하나는 도리어 기본으로 늘 지켜왔습니다.
우리가 간직하고, 우리에게서 사라지지 않은 것을
지금 써야겠습니다.
나는 기도합니다.
하나되게 하소서.
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