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람이에게 | 햇살

꽃 핀 쪽으로*

by 이제월



한강 작가는 『소년이 온다』를 집필하던 때

이십대부터 품어온 질문을 거듭했다고 합니다.

현재가 과거를 도울 수 있는가?

산 자가 죽은 자를 구할 수 있는가?


그러나 자료를 찾고 탐방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두 개의 질문을 이렇게 거꾸로 뒤집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답니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그래서 소설은 소년에게 가는 대신

소년이 오는, 지금 오고 있는(‘온다’는 ‘오다’ 동사의 현재형이지요) 이야기가 되었다지요.


우리를 어지럽히는 많은 일들 속에서 이렇게 말해 주고 싶습니다.

누대에 걸쳐 죽어 간 그 많은 이들은

서로 사랑하기도 서로 미워하기도 했지만

한 가지 똑같은 소망을 품고 있었다고.


그들 중 누구도

우리를, 그러니까 지금 우리이고, 그들에게 후대인 우리,

죽기를 바라지 않았다고

살기를 바랐다고

잘살기를, 행복하기를 바랐다고.


나는 그대와 그대 벗들, 그대 원수들의 존엄을 믿습니다.

모자랍니다.

나는 그대와 그대 벗들, 그대 원수들 즉, 그대와 모든 형제들의 행복을 빕니다.

이제 평화롭습니다.





*꽃 핀 쪽으로 | 『소년이 온다』 6장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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