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 돌려주기와 되돌리기(3) 되돌리기, 다시 나아가기
청룡의 방식은 제가 만화책에서 따 온 이름이라고 하였습니다.
만화 <공작왕>에서 청룡은 결코 이길 수 없는 존재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상대가 어떤 힘을 얼마나 갖고 있든 바로 그만큼의 힘을 갖고
되돌려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방식을 소개하면서
맨처음 ‘다 태워버리지 않기 위해서’라고 뜻을 밝혔습니다.
결국 공멸하는 많은 다툼을
잔치 마당의 씨름처럼, 이기든 지든 얻는 게 있고 전보다 나아지고
함께 어울리는 것이 좋지
이기더라도 나 역시 상처받는? 그런 판이 좋은 판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공작왕은 어떻게 해도 이길 수 없는 청룡을 상대로
완전한 평화, 비폭력과 내어맡김을 실행합니다.
그러자 청룡은 온화하게 나란히 걷습니다.
이기는 길은 얼핏 지는 길, 싸우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물을 타야지 물과 싸우면
가라앉을 따름이지요.
그래서 저는 상대가 토끼라면 나도 토끼로
상대가 사자라면 기꺼이 사자로
상대가 목검을 들면 나도 목검으로
상대가 진검을 들면 그제서야 나도 실검을 든다는 마음을 갖습니다.
이는 상대에게 공정하려는 것뿐 아니라
두 개의 공정을 더 기도(企圖)하는 것입니다.
제 의도는 우선
양쪽의 힘과 수단이 같을 때 비로소 둘 중 어느 쪽이 더 나은지, 알맞는가가 드러나리라는 것이고, 이 실제, 진리에 부합하려는 마음이 큽니다.
둘째로 나 자신에게 올바른 결과를 주고 싶습니다. 내가 진짜로 나아가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방법을 실천하고
이 방법의 유익에 대한 신험(神驗이 아니라 信驗)을 쌓았습니다.
상대에게 제가 가진 논리를 줄 필요가 없고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상대의 행실을 관찰하고
상대가 말하는 방식을 이해하려 애쓴 뒤
상대가 구성하고 전개한 것을 기준 삼아
상대의 이야기를, 행동을, 제안을, 주장을 검토하는 겁니다.
파랑은 빨강보다 좋고, 노랑은 녹색보다 좋고
녹색이 파랑보다 좋댔죠?
그런데 왜 파랑이 노랑보다 나쁘다는 거죠?
상대의 말이 그런데 가위바위보처럼 다른 원리를 포함한다면
그걸 또 포함해서 같은 식으로
오직 상대 스스로 더 갈고 다듬어
더 정합(整合)한 논지를 완성하도록 <돕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저는 이기는 데 마음이 없습니다. 그리로는 마음으로부터 길이 나질 않습니다.
대신 저는 상대가 스스로 맞다거나, 제 뜻을 따르라 하니
그가 이기도록, 그게 가짜가 아니도록, 또는 예상 밖에 패퇴하여
상처 입거나 수치를 당하지 않도록
완성하도록 <돕습니다>.
도우려 할 뿐입니다.
그가 나를 적대할지언정 그건 그의 사정이고
저는 누군가를 상대할 때, 무언가를 마주할 때
적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저는 누구에 대해서든 <친구>이고자 합니다. 친구로 대합니다.
이렇게 해서 그를 이해하려 애쓰면
놀랍게도 대부분은 그 스스로 무너지거나 고칩니다.
저는 이로써 기뻐합니다.
기쁠 수밖에요. 저는 진짜로 그가 잘되기를 바란 거니까요.
저는 이긴 게 아닙니다.
만일 그게 상대가 지는 걸 뜻한다면.
저는 같이 이깁니다. 우리는 같이 성공하거나 같이 실패할 뿐입니다.
상대의 말을 되돌려 주는 건 치사한 말꼬리 잡기와 다릅니다.
상대의 약점을 찾아 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빈 곳을 채워 주려는 것입니다.
나와 상대 양편의 보다 완전한 인식과 보다 완전한 사고를 통하여.
저 스스로 바뀌어야 합니다.
의지에 반하여 이루어지는 설득은 없습니다.
이겼다고 착각해 봐야 원한을 쌓고 등뒤를 위험하게 할 뿐입니다.
매번의 승부가 승부에 얽힌 모두를 비참하게 하고 위태롭게 하다니, 이런 어리석은 일이 또 있을까요?
그러므로 저는 되돌려 주고 나아가기만을 바랍니다.
같이 나아갈 것이기에 상대보다 조금 앞서갈 수 있지만 많이 앞서가진 않을 겁니다.
상대에 모자라지 않게 성의를 다할 겁니다.
내게 더 큰 몫이 필요하다면
저는 상대의 몫을 빼앗는 대신
그도 나도 갖지 못한 것을, 밟지 않은 데로 나아가 추가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기꺼이 싸웁시다.
티격태격 둘 다 한계를 넓힙시다.
단, 같이 이기는 게 아니라면 사양합니다.
이상한 나라로 오세요.
우리는 살릴 뿐
죽이지 않습니다.
더욱 살지울 뿐
아무것도 빼앗지 않고 빼앗기지 않습니다.
그대는 아무에게도 지배당하지 말고
누구에게도 군림하지 마십시오.
둘이 손바닥과 손등처럼 동시에 이루어지는 때에만
그대는 자유롭습니다.
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