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람이에게 | 물길

여기와 저기 — 역사의 ‘도체’(導體)에 대하여

by 이제월




저기서 벌어지는 일이

여기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여기서 일어나는 일이

저기에 무슨 상관이지?


예컨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과 여성에 대한 억압,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의 여성 할례,

북미에서 벌어지는 이민자에 대한 혐오와 탄압,

배달 노동자 등 플랫폼 노동자의 형편,

아동 학대나 청소년 가장의 일은?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어느 사람의 일은?


사실 강 건너 불 보듯 해도 되지 않나?

그럼 더 편하지 않나?

여기서 양자 사이의 깊은 연결성을, 이미-연결-되어-있음, connectedness를 설파할 의향은 없습니다. 그건 별 소용도 없습니다. ‘의지에 반하여 설득할 수 없다’는 명제는 참입니다.


저기 벌어지는 일이 여기 의미를 갖는 건

나 때문입니다.

내가 있어 둘이 이어집니다.


여기서 일어나는 일이 저기서 의미를 갖는 건

너 때문입니다.

너가 이해와 관심을, 해답 없는 채로도 궁금증을, 열망을 포기하지 못해서 생겨납니다.


우리는 다리입니다.


옛일은 무조건적으로 현재와 연결되는 건 아닙니다.

층층이 쌓여서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렇다고 꼭 그렇게 결정을 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내가 있어 이어집니다.


나는 다리입니다.


그대는 다리입니다.

그대는 세상을 잇는 다리입니다.

쪼개진 세상을,

갈라진 어제와 내일을 잇는

오늘, 살아 있는 전부입니다.


내가 있고, 너가 살아 있을 때

역사는 흐릅니다.


이 짜릿함을 맛보고

힘을 발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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