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람이에게 | 시와 현실

끝. 그리고 끝과 시작

by 이제월



— 쉼보르스카의 시 <끝과 시작>에 답하여



알고 있었다

끝이 있고

심지어 서둘러

닥쳐오기도 한다는 것


몰랐었다

끝이 어떤지

상상과는 그만

다르리라는 것을


잊었던 거다

끝이 있고

심지어 서둘러

닥쳐오기도 한다는 것





폴란드의 위대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Maria Wisława Anna Szymborska, 1923 7 2 ~ 2012년 2월 1일)의 시집 『끝과 시작』에는 헤아릴 수 없이 뻗어나가는 시상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난해하거나 건조하거나 지나치게 사고를 묘사하는 것으로 읽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속박하는 것들을 해체하며, 우리가 스스로 목적을 찾아 탐험하게 해 주는 시들이 수록돼 있습니다. 쉼보르스카의 시들은 일상의 기괴함을 묘사한다는 평을 듣기도 하는데, 사실 바라볼수록 해독할 수 없는 것들은 그렇게 표현돼야 비로소 원형을 드러내는지도 모릅니다.

그녀가 “두번은 없다”고 노래한 데 답하여 저는 거꾸로 예감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예감이 있었다, 그러나 무시했노라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은 알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우리가 그만큼 투명해지는 게 쉽다고도 하지 않겠지만, 어렵다는 말에도 쉽게 동의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비틀린 일상과 자주 협착되는 사고가 불투명과 시야 제한의 원인이지 우리가 타고난 눈은 불확정한 미래를 헤엄치기에, <지배적이지 않지만,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러고도 우리네 삶은 후회로 점철되기 마련입니다. 그렇다고 불안에 휩싸여 살지는 말기 바랍니다. 그대가 인류를 대표할 천재가 아닐지라도 그대의 생을 대표하고 인도할 만큼의 지혜는, 그 정도의 조명은 늘 받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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