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11.25.)에
보통 우리는 폭력에 반대합니다.
피부색에 의한 것이든, 직업이나 출신에 의한 것이든, 언어나 종교, 풍습, 취향에 의한 것이든 무언가를 경계로 구별짓고 차별하는 것에, 차별이 억압이나 학대, 약탈로 나타날 때 더욱 분개합니다. 우리가 용인하는 건 폭력에 대항하고 억지하는 폭력뿐이고, 이조차도 번민을 일으키고, 때때로 어떤 이들은 유약하거나 정반대로 강건하여서 그러한 폭력조차 배제합니다. 다만, 다자(多者)가 사는 세상에서 공동으로 존립하려면 폭력을 억지하는 수단을 고민하긴 해야 할 겁니다. 그렇더라도 [그조차도 오류라고 밝혀졌지만] 공격성 제거를 위해 전두엽을 절제한다거나 하는 ‘맞섬’이 아닌 폭력은 대부분 반대할 것입니다. 이런 데 동의하는 건 대부분 어떤 감정의 표출로서 배출구를 찾는, 아무래도 지적이지 못하고, 인간적이라고 말하기엔 입안에 쓴맛이 남는 그러한 경우뿐일 겁니다.
우리가 모든 폭력에 반대하여도 보통 아래 요소가 충족되면 그 부당함은 더 크게 와닿습니다. 공격의 강도, 피해의 강도, 피해자의 수, 폭행의 양과 빈도, 폭력을 중개하는 요소의 무작위성 — 무작위성은 룰렛처럼 아무거나 뽑히는 경우와, 아무거든 걸릴 만큼 가짓수가 많아서 당첨확률이 아주 높은 경우 둘 다를 가리킵니다 — 같은 것들이 우리의 당혹감과 분노 그리고 슬픔을 키웁니다.
아울러 이러한 폭력이 구조화하면 이것은 순간적 울분이나 연민이 아니라 정의감의 차원에서 거센 도전과 연대를 불러냅니다.
그런데 인류의 여정에서 한시적으로는 계급이나 계층에 의한 지배-피지배 구조가 일반적이지만, 물질 차원에서 산업혁명의 확산, 사회제도 차원에서 시민혁명의 확산 즉, 근대를 열어제낀 쌍둥이 혁명 이후에 이런 구조들은 대부분 파훼되거나 적어도 기각, 거부되었습니다.
그런데 — 편의상 X 축이라고 부르겠습니다 — 이 축을 허물거나 옮기거나 구부리는 동안, 그것을 우리가 역사에 승리로 기록하고, 승리가 새롭게 구조화되어 희망과 환성을 높이 올리는 동안에도 도무지 요동도 없고 침묵마저 맴돌던 다른 축, 전혀 새롭지 않은, 오래된 Y축도 있어왔습니다.
그것은 젠더에 기반한 폭력, 주로 여성을 상대하지만 반드시 여성에 국한하지 않아서 차라리 남성에 의한 폭력의 구조화, 남성 안쪽으로도 남성성의 짙기, 권력 자체를 남성화해서 부여한 짙기에 따라서 작동하고, 비남성에게는 더 강력하게 일반화되는 유례 없는 ‘모든 차원에서의 무시와 억압, 약탈과 착취’가 있어왔습니다. 정장을 차려입고 강단이나 의회, 설교대 위에서 말할 때라도 그것은 대부분 여성은 참고 내어주고 남성을 섬기도록 가르치고 요구하고 감시-처벌합니다.
1960년 11월 25일, 도미니카 공화국의 독재자 라파엘 트루히요 정권에 저항하던 미라발(Mirabal) 세 자매가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이 제정되었습니다. 1981년에는 라틴 아메리카 여성 활동가들이 모인 회의에서 이 날을 젠더 기반 폭력에 저항하는 날로 선포하였고, 1999년 유엔 총회에서 매년 11월 25일을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로 공식 지정하는 데 이르렀습니다. 이날은 여성에 대한 폭력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과 행동을 촉구하는 날입니다.
강간, 가정 폭력 등 여성들이 겪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이 문제가 종종 은폐되거나 경시되는 현실을 조명하는 인식 제고의 날이자, 정부나 국제기구, 비정부기구(NGO) 그리고 개인을 막론하여 여성과 소녀에 대한 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행동할 것을 촉구하는 날이며, 여성 폭력이 가장 널리 퍼진 인권 침해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하여 성평등 달성과 이런 폭력 근절이 전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수 조건이라는 점을 역설하는 날입니다.
11월 25일부터 12월 10일 '세계 인권의 날'까지 16일 동안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국제 캠페인 ‘젠더 기반 폭력에 저항하는 16일 간의 행동’이라든가, 유엔 여성기구(UN Women)이 진행하는 희망과 폭력 없는 미래를 상징하는 주황색을 활용여 세계 곳곳에서 상징적 건물들을 주황색으로 밝히는 ’오렌지 데이’(Orange Day) 등 행사와, 각국 정부를 상대로, 또는 각국 정부가 자국과 외국을 상대로 여성 폭력 방지와 피해자 지원을 위한 법과 제도 개선을 하도록 하고, 이를 위한 정책적 노력들을 서로에게 선보이고 공유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여성 폭력은 일탈적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명료하게 인식하고 계속 환기하지 않는다면 어느 틈에 빠져들게 되는 사회 구조의 문제입니다. 사회 구조 자체가 여성을 쉽게 멸시하고 여성을 향한 정서적, 물리적, 경제적, 정치적 강제와 약탈을, 성적이거나 성적인 것이 아닌 데 이르기까지 모두 우리 인간 일반, 모든 인간의 일이 아닌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 ‘여성’의 문제로 환원하는, 아주 솔직하게 표현해서 ‘변태적’인 상태라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큽니다. 몸의 환부를 방치하면 썩다가 결국 잘라내야 되고, 그마저 주저하면 죽고 맙니다.
우리는 일부가 아니고 특수도 아닌, 일반적이고 전체가 관심을 기울이고 해결에 나설 ‘우선 관심’사로서 여성 폭력 문제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토록 오랜동안 굴레를 씌우고, 구별해서 차별한 역사는 없습니다. 이토록 모든 곳에 만연하고, 이토록 모든 문화에 만연하여 방치되고 오도된 폭력은 또 없습니다.
지금 더 모른다고 하면 안 됩니다. 지금 더 잘 모르겠고, 의심스럽다며 미루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인류가 두 가지로 자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덩치가 커서 죽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뿐입니다. 그러나 임계점을 넘으면 순식간에 벌어질 겁니다.
인류는 기후 문제와 여성 문제를 방치하여 죽고 말 것입니다. 나머지 문제들은 전부 어떤 식으로든 여기에 민감하게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두 마디에 알아듣겠다, 설명해 보라 말고, 이 거대한 야만과 무지, 광기를 탐구하기 바랍니다. 우리는 다음으로 미룰 수도 없고, 옆사람에게 미룰 수도 없는 두 개의 문제를 하늘과 땅처럼 지고 있습니다.
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