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고는 싶은데, 왜 갖고 싶은지 모르겠는 그런.
최근 이런 저런 패션 기사에서 심심치않게 자주 보이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잘 모르겠는데 각종 수식어가 붙는 그런 브랜드, 최근 1-2년간 실제로는 본적이 없지만(아마도 못 알아봤을 것 같은) 이슈에서는 많이 보이는 그 브랜드. 올드머니, 드뮤어가 트렌드가 되면서 콰이어트 럭셔리를 대표하는 로로피아나, 제냐 같은 브랜드들이 갖고싶었던 적은 없었는데 갖고싶은, 그러다보니 더 로우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보입니다.
이 브랜드는 메리-케이트와 애슐리 올슨이라는 쌍둥이 자매가 설립한 연예인 패션 브랜드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그 이상의 경지에 이른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38세인 그들은 20년 전, 어쩌면 30년 전부터 세계에서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십대 스타였지만, 2005년 가장 완벽한 티셔츠를 만들어 보겠다는 애슐리 올슨의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2006년 자신들이 되고 싶었던 여성들을 위한 패션 브랜드 '더 로우'를 시작합니다. 애슐리는 주로 비즈니스 업무를 맡았고, “더 강렬한” 케이트는 디자인에 집중하며, 애슐리는 실용적이고 클래식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반면, 케이트는 더 낭만적이고 트렌디한 스타일을 추구했지만, 그들은 말하지 않고도 소통하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의견의 충돌 없이 브랜드를 발전시켜 갑니다.
*브랜드 이름인 "더 로우"는 런던의 세빌로우(Savile Row)에 대한 경의를 담은 이름으로, 세빌로우는 세계 최고의 맞춤형 테일러링으로 유명한 거리입니다. 그들의 목표는 완벽한 티셔츠를 만드는 것이었으며, 첫 제품은 195달러에 판매되었습니다.
더 로우는 돈이 문제가 아닌 사람들을 위한 패션으로 부유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제안합니다. 더 로우는 로고나 유행의 빠른 소멸을 경멸하며, 젊음이나 몸매를 과시하려 하지도 않고 완벽한 품격과 안목을 조용하게 전달합니다. 모든 것이 정교하게 재단되어 제작되지만 제품은 독창적이지는 않으며 독창성을 가장하지도 않습니다. 진정한 시크함은 때로 지루함의 정점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방식으로 세련미를 표현하는 것 같아보입니다.
미디어는 최근 콰이어트 럭셔리(Quiet Luxury)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과시적이지 않은, 말 그대로 조용한 고급스러움인 "스텔스 웰스(stealth_ wealth)"를 추구하는 이 스타일은 단순히 패션의 한 흐름을 넘어 사회적 신호와 소비 심리를 반영하고 있는것처럼 보여집니다. 특히 더 로우는 "콰이어트 럭셔리"라는 이 트렌드의 정점에 있는 패션 브랜드로 보여집니다. 로고 없는 미니멀리즘, 최고급 소재, 그리고 절제된 우아함으로 대변되는 이 브랜드의 특징은 과시적 소비에 피로감을 느낀 요즘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것 같습니다. 그러나 더 로우의 성공과 인기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와 닿지 않게하는 가벼운 생각을 조금 정리해봤습니다.
전례가 없던 콰이어트 럭셔리의 트렌드화, 콰이어트 럭셔리는 과시적 소비를 피하고 내면의 만족을 중시하는 현대적 가치관을 반영합니다. 더 로우는 콰이어트 럭셔리라는 이 트렌드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으며, 대중적 유행보다는 시간을 초월한다는 디자인과 품질을 강조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조용한" 것을 추구하는 이 스타일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며, 오히려 과시적인 요소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특히 SNS에서 더 로우의 제품은 "알 사람만 아는" 상징으로 자리 잡으며, 조용한 럭셔리가 역설적으로 과시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스텔스 웰스를 태그하는 SNS에는 더 이상 조용한 소비는 사라지고 콰이어트 럭셔리를 통해 자신만의 세련된 이미지를 과시하려는 정보만 남아있는것 처럼 보입니다.
보여줄 수 있는 건 피비 파일로의 유산뿐이지 않나 싶습니다, 더 로우는 종종 피비 파일로(Phoebe Philo)의 셀린(Céline)과 비교됩니다. 2011년 셀린 출신의 나데즈 바니 시뷸스키를 거쳐 2018년 셀린 출신의 베로니카 레오니까지, 피비 파일로의 유산을 그대로 학습한 디자이너를 영입해 파일로가 구축한 절제된 미니멀리즘과 여성 중심의 디자인 철학을 더 로우에도 강하게 반영했습니다. 그러나 피비 파일로가 셀린에서 보여준 혁신적이고 감각적인 디자인과 비교했을 때, 더 로우는 안정성과 실용성에 치중하며 다소 보수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는 브랜드가 창조적 실험보다는 기존 고객층의 기대만 충족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는, 피비 파일로의 반복을 통해 안전하게 미니멀리즘 코드를 재활용하는 선택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합니다.
브랜드 노출에 대해서 폐쇄적인 것처럼 보이는 마케팅, 더 로우는 전통적인 광고나 소셜 미디어 활동을 거의 하지 않으며, 패션쇼에서도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등 극도로 폐쇄적인 마케팅 전략을 유지합니다. 이러한 전략은 브랜드의 희소성과 독점성을 강화하고, 콰이어트 럭셔리라는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합니다. 그러나 이 폐쇄성 뒤에는 또 다른 전략이 숨어 있는것 처럼 보입니다. 더 로우는 소셜 미디어에서 직접적인 홍보를 하지 않지만, 다양한 셀럽들이 착용한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바이럴 효과를 누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양과 가방과 악세사리, 특히 마고백(Margaux Bag)의 경우 켄달 제너와 제니퍼 로렌스 같은 많은 셀럽들이 착용하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는 더 로우가 겉으로는 폐쇄성을 유지하면서도 실제로는 대중적 노출과 인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전략은 대중적 관심을 끌면서도 동시에 폐쇄적인 엘리트주의를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소비자들에게는 이러한 폐쇄성과 엘리트주의가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오며, "숨길수록 더 궁금해지는" 스텔스 웰스와는 반대되는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트렌디하지만 독창적이지 못해, 듀프를 만들어냅니다, 콰이어트 럭셔리는 로고 없는 미니멀리즘과 고급 소재를 통해 "스텔스 웰스"를 상징하며, 상류층 내에서 "아는 사람만 아는" 배타적인 신호로 작동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브랜드들의 스타일은 과거 피비 파일로의 디자인 언어를 반복적으로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창의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소비자로 하여금 "이 가격이 정당한가?"라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이는 럭셔리 미니멀리즘 RTW(Ready to wear)가 실제 제품보다 브랜드 이미지와 상징성에 의존하고 있다고 생각하게도 합니다.
게다가 이러한 독창성의 부재는 역설적으로 듀프 문화의 확산을 촉진하는데, 이런 브랜드의 듀프는 고가의 콰이어트 럭셔리 제품과 유사한 디자인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해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상류층의 스타일을 모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엘리트주의는 새로운 형태로 재구성됩니다. 콰이어트 럭셔리를 통해 상류층은 여전히 자신들만의 배타적인 코드를 유지하려 하지만, 다양한 소비자들은 듀프를 통해 그 코드를 모방하는 등 콰이어트 럭셔리 스타일의 가치를 단순히 부자처럼 보이는 스타일로 전락시킵니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은 결국 소비를 통한 계층 구분이라는 기존의 엘리트주의적 구조를 강화합니다. 럭셔리는 여전히 고가의 제품을 통해 배타성을 유지하며, 듀프는 이를 "모방"함으로써 오히려 그 가치를 인정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하게됩니다. 결론적으로, 콰이어트 럭셔리의 트렌드화와 듀프 문화의 확산은 현대 소비 사회에서 엘리트주의가 어떻게 변형되고 재생산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패션 트렌드를 넘어, 소비를 통해 계층 간 관계가 어떻게 재구성되고 있는지를 반영하는 사회적 현상으로도 해석해 볼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브랜드를 접하며, 더 로우의 인기에 대해 실감을 하면서도 의구심을 가졌습니다. 단순한 디자인에 지나치게 높은 가격, 그리고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들이 이런 글까지 작성하도록 도왔으니까요. 하지만 브랜드의 이야기를 더 깊이 들여다볼수록, 너무 어린 시절부터 대중의 관심과 헐리우드의 혹독한 시스템 속에서 살아온 메리-케이트와 애슐리 올슨 자매의 이야기가 씁쓸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더 로우는 창립자들에게 단순한 패션 브랜드 이상의 의미를 지녀야 하는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들에게 더 로우는 과거의 심리적 스트레스와 헐리우드 시스템 속 압박을 치유하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재구축하는 '내적 평온'의 도구로 작용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패션 브랜드로서 더 로우가 진정으로 평가받아야 할 가치는 결국 디자인을통한 독창성에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독창성에 대한 논란과 콰이어트 럭셔리라는 트렌드 안에서의 반복성에도 불구하고, 더 로우가 만들어내는 제품들은 현재 강렬한 끌림이 있습니다. 특히, 마고 백은 갖고 싶긴하니까요. 그것이 단순히 고급스러움 때문인지, 아니면 그 안에 담겨있다는 '가치'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더 로우는 단순히 '콰이어트 럭셔리'를 상징하는 브랜드가 아닌, 진정한 디자인과 스타일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과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이 브랜드가 두 스타의 빛을 가리기 위한 도구에서 빛을 내는 도구로 어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지 기대해 보며, 그런 더 로우의 소비자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일을 하고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