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메이드 상장에 관한 생각

by Aintnobite


"춤추는 별을 잉태하려면, 내면에 반드시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 프리드리히 니체


니체의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그는 현실의 작은 안락함에 취해 더 이상 아무것도 창조하지 못하는 '최후의 인간'들을 향해 이렇게 일갈합니다. 질서 정연한 편안함에 길들여지기보다, 내면의 거친 야생성인 '혼돈'을 품고 있어야만 비로소 빛나는 별을 띄울 수 있다고..


스트릿 웨어 브랜드의 생명 역시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이라는 혼돈에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주, 일본의 스트릿 브랜드 '휴먼 메이드(HUMAN MADE)'가 도쿄 증시에 상장하며 제도권의 가장 질서 정연한 시스템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상장 첫날 주가 13%급등, 영업이익률 28%. 투자자들은 니고(Nigo)가 만든 이 숫자에 환호했습니다. 하지만 숫자가 화려해질수록,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커지고 있습니다. “과연 자본이 개입 된 이후에도, 휴먼 메이드는 여전히 쿨한 브랜드가 될 수 있을것인가?!”


사실 휴먼 메이드의 태생은 상장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설립자 니고는 전작인 베이프가 거대 자본에 의해 상업적으로 변질되는 것에 염증을 느끼고 회사를 떠났습니다. 그리고 2010년, 유명한 빈티지 콜렉터였던 니고는 "Make what I want to wear(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든다)"라는 지극히 개인적인 철학으로 휴먼 메이드를 시작했습니다.


슬로건인 "The Future is in the Past"처럼, 그는 1950년대 빈티지 아메리카 캐주얼을 복각하고 위트있게 비틀며 소수의 마니아들과 소통했습니다. 즉, 휴먼 메이드는 대중을 위한 브랜드가 아니라, 니고의 취향을 공유하는 소규모 커뮤니티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상장을 준비하던 휴먼 메이드는 변했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소위 '옷 좀 입는다'는 쿨한 사람들의 장바구니에서 휴먼 메이드는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디자인은 자가 복제 수준으로 뻔해졌고, 브랜드의 결을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콜라보레이션이 쏟아졌습니다. 가격은 점점 올라갔지만, 옷에서 느껴지는 '반항기'와 '희소성'은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인지 지금의 상장은 브랜드의 성장이 아니라, 남은 브랜드 이미지를 현금으로 바꾸는 과정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쿨한 소수들이 떠난 자리를, 상장을 통해 유입된 대중으로 채우려는 시도인 셈입니다.


(2024년 1월 '퍼렐 윌리엄스'가 브랜드 자문으로 임명되었고, 그 해 5월 법인명을 '오츠모 주식회사'에서 '휴먼메이드 주식회사'로 변경했습니다. 동시에 CEO와 디렉터를 겸했던 니고는 CEO자리에서 물러나고 디렉팅에만 집중, 새 CEO로는 2021년부터 오츠모 주식회사의 COO를 맡았던 마츠누마 레이가 CEO를 겸직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패션 비즈니스에는 잔인한 진실이 하나 있습니다. 프라다나 생로랑 같은 럭셔리 하우스는 시스템으로 유지되는 견고한 성(Castle)입니다. 반면, 스트릿 브랜드는 설립자 개인의 아우라에 의존하는 화려한 텐트(Tent)인 것.


사람들은 이미 오프화이트를 통해 그 과정을 경험했고, 버질 아블로라는 디렉터가 떠나자 시스템이 없던 브랜드는 거짓말처럼 무너져 내렸습니다. 휴먼 메이드 역시 니고라는 인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텐트'입니다. 상장으로 확보한 1,500억 원의 자금은 텐트를 화려하게 꾸밀 수는 있어도, 비바람을 막아줄 성벽을 세워주지는 못합니다.


물론 상장과는 별개로, 가끔 스트릿해 보이지만 쿨함을 지속하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예를들면 아웃도어 브랜드들. 아크테릭스와 같은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상장 후에도 쿨해 보이는 이유는 기술에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기능이 완벽하면 트렌드는 따라옵니다. 하지만 휴먼 메이드는 취향을 팝니다. 취향은 자본을 만나 복제되는 순간 증발합니다. 이것이 휴먼 메이드의 상장이 위험하게 보이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니고가 이 뻔한 실패 공식을 몰랐을까싶습니다. 그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입니다. 어쩌면 그는 지금 옷을 팔 생각이 없는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니고의 큰 그림은 제2의 슈프림이 아니라, 스트릿 웨어 브랜드의 무인양품이 되는 것에 있어 보입니다. 옷의 유행은 3년이 채 가기 어렵지만, 라이프 스타일은 오래가기 때문입니다.


그는 상장 자금으로 커리업(Curry Up)같은 F&B 사업, 휴먼 메이드의 다양한 캐릭터를 이용한 IP 굿즈, 블루 보틀과 연계했던 것 처럼 공간 비즈니스의 확장을 시도할 것 같습니다. 옷은 그대로 유지하되 더 쿨한 공간을 재창조하고, 설령 옷이 팔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귀여운 머그컵과 카레가 팔리는 회사. 니고의 감성이 묻어난 그 공간에 사람들이 머물게 하는 것. 이것이 그가 상장을 통해 구축하려는 라이프 스타일이 그의 '안전장치'일 수도 있습니다.


하라주쿠의 대부 후지와라 히로시는 평생 브랜드를 소유하지 않고, 번개처럼 홀로 빛나는 전설로 남기를 택했습니다. 반면 니고는 상장이라는 무거운 족쇄를 차고서라도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를 짓기를 택했습니다.


물론, 소수에게 사랑받던 휴먼 메이드 특유의 쿨한 느낌은 이제 조금 뻔한 기성품처럼 변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600개를 팔 수 있다는 것을 알면, 우리는 400개만 만든다"는 슈프림 설립자 제임스 제비아의 말처럼, 희소성이 곧 생명인 이 시장에서 '성장을 강요받는 상장'은 분명 쿨함을 잃게 할 것입니다.


하지만 니고는 지금 스트릿웨어를 '예술'의 영역에서 '지속 가능한 산업'으로 진화시키는 거대한 실험을 시작했는지도 모릅니다. 만약 이 도박이 성공한다면, 훗날 패션의 역사는 니고를 '개인의 취향을 거대한 산업으로 완성한 거인'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휴먼 메이드의 변화를 아쉬워하면서도, 니고의 다음 행보를 경험하고싶은 이유입니다_ ( 하지만 더 이상 휴먼 메이드의 옷을 구매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스트릿웨어는 본래 기성세대의 편안함을 깨부수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상장을 통해 시스템에 안착한 브랜드는 그 자체로 '가장 편안한 기득권'이 되어버립니다.

제도권의 가장 깊숙한 곳, 주식 시장 한복판으로 들어간 스트릿 브랜드가 과연 여전히 세상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휴먼 메이드의 진짜 가치는 주가 차트가 아니라, 앞으로 그들이 이 질문에 어떤 대답을 내놓느냐에 달려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부디 스트릿의 ‘반항’마저 주주총회의 안건으로 올라가 ‘매출 효율’ 따위를 논하며 이 문화를 가르치려 들지 않기를, 그 귀여운 오리를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착각해 배를 가르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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