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IN Apr 04. 2017

서태지, 그 찬란했던 25년

25주년 기념 콘서트를 가질 서태지


9월 2일, 서태지의 25주년 콘서트가 있을 예정이라는 기사를 보고 나서, 벌써 그렇게 되었나라는 생각과 함께 잠시 감상에 젖어있었다. 지금은 그의 음악을 예전만큼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찌 되었건 그는 나의 학창 시절을 함께한 영웅이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서태지는 대한민국 안에서 가장 논쟁적이었던 아티스트였다. 앨범을 하나 낼 때마다 그 문화적 파급력과 동시에 표절논란과 매스컴의 엄청난 공세에 휩싸였다. 한 편에서 그는 음악적 재능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비운의 아티스트였고, 다른 한 편에서는 단순히 해외 음악을 수입해 전파하는 정도에 불과하면서 지나치게 과대평가되어온 존재로 인식되었다. 이 양극단의 위치에서 서태지는 긴 시간 동안 묵묵히 음악만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조차도 '신비주의'라는 명목 하에 까였지만.


정현철이라는 한 개인에 대해서 난 잘 모르지만, 서태지라는 음악가로서의 그는 매우 유니크한 존재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앨범의 스타일이 매번 극단적으로 변화한다면, 장르에 대한 이해가 대단히 깊지 않은 이상 결과물의 완성도를 균일하게 끌어올리는 것이 상당히 힘들 텐데, 개인적으로 앨범 내 곡간의 완성도 편차가 심했다고 느꼈던 적은 그의 장대한 디스코그라피 속에서도 7집과 9집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서태지는 어떤 형식의 음악을 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하는 아티스트이다. 일각에서는 그의 오리지날리티에 대한 비판을 줄기차게 해왔지만 오리지날리티? 그건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와도 같다. 사람들은 진공과도 같은 무의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를 기대하고, 또한 그것을 가능케하는 것을 독창성이라 이름 붙이고 싶어 하지만, 새로운 음악은 전자의 경우가 아니라 과거의 수많은 음악가들이 일구어내 왔던 그 불굴의 작업들을 바탕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악틱 멍키즈는 스트록스를 동경하여 탄생한 밴드이지만 누가 그들을 스트록스의 변주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폴스, 처치스, 더 엑스엑스 같이 현재 각광받는 아티스트들의 음악은 어디 외계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던가?


어떻게 보면 힘겹기도 했고 동시에 눈부시게 찬란했던 서태지의 25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는 서태지는 물론, 그의 팬들과 일반대중에게도 상당히 의미깊은 자리가 될것이다.


이렇듯 본인을 한시도 자유롭게 하지 못한 그의 거대한 영향력과 유명세, 부당한 비판들은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조금씩 마모되었다. 여전히 '문화대통령'이라 불리고는 있으나, 이제 서태지는 신화 속 존재가 아니라 한 명의 뮤지션으로서 평가되고 있다. (그것이 긍정적, 혹은 부정적 평가 이든 간에) 이렇게 되기까지 자그마치 수십 년이 걸린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전만 못한 위상을 가진 지금에 와서야 서태지는 본인이 그토록 원하던 것을 얻었다.





작가의 이전글 일본의 환상악단 SEKAI NO OWARI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