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IN Apr 16. 2017

Coldplay 내한공연 후기

콜드플레이의 첫 내한공연에 대해 글을 써봅니다.

콜드플레이의 첫 내한공연이 잠실 주경기장에서 펼쳐졌다. 장장 2시간에 걸쳐 펼쳐진 이번 공연은 관객들의 열광적인 환호에 힘입어 성황리에 마쳤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나 자이로 밴드이다. 관객은 입장과 동시에 자이로 밴드를 받게 되는데, 이 밴드는 원격으로 조종되어 실시간으로 관객과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것을 가능케했다. 연출의 핵심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사용되었으며, Paradise, Charlie Brown, Something Just Like This와 같은 곡들에서는 특히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앞서 언급한 곡들은 필자가 이번 공연 중에서 가장 좋아했던 파트이기도 한데, Paradise의 경우 자이로 밴드로 관객들의 빛의 파도를 형성하여 환상적인 무드를 조성하는가 싶더니, 티에스토 리믹스로 분위기를 180도 전환시킨다. 한 곡안에서 상반된 방식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게끔 한 것이다. (받아들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재미있다) Charlie Brown에서는 투어 콘셉트의 집약 체적인 연출을 보여주며, 원곡으로는 다소 밋밋했었던 Something Just Like This는 의외로 춤추기 좋은 바이브를 형성하며 라이브의 묘미를 선사한다.


                                      (자이로 밴드를 활용한 연출, 곡마다 불빛의 색이 바뀐다)


또 하나 긍정적이었던 부분은 크리스 마틴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보였다는 점이다. 평소 기복 있는 라이브를 펼치기로 꽤 유명하기 때문에 혹시나 별로면 어쩌나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생각보다 안정적인 라이브를 보여주었다. (16일에는 아니었다)셋 리스트 구성 역시 한 앨범에 편중되지 않고 골고루 편성되어 콜드플레이의 음악 역사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16일에는 다행히 작동!


전체적으로 상당히 완성도 높은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쇼였는데, 굳이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그토록 중요한 연출 도구인 자이로 밴드가 은근히 불량품이 많았다는 점이다. 주위 관객들의 밴드는 빛이 번쩍번쩍 나는데 자신의 밴드만 무반응이면 흥이 나질 않는다. 공연을 보는 도중에도 계속 신경이 쓰이며 자신만 공연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불량품이 있을 줄은 알았지만 그것이 내 것이 될 줄은) 하지만 어느 정도 복불복이 작용하는 부분이라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아쉽다. 


또한 다소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짚고 싶다. 필자는 공연을 보기 전부터 이 공연이 잘 짜인 각본과 같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을 했고 그것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지만, 의도된 멘트와 이동 동선들을 보면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또한 과도한 연출 때문에 오히려 크리스 마틴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고, 자이로 밴드를 통한 일방향적인 반응은 관객들이 같이 참여는 하고 있지만 그것이 능동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통에 대한 부분이 원활하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다만 이 것은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서 느끼는 바가 각기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요소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사실 필자는 공연을 보기 전까지 콜드플레이를 많이 좋아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싫어하는 안티에 가까웠다. 초기작에서 보여주었던 감성에 비해 앨범을 내면 낼수록  고급 프랜차이즈 식당과 같은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특별함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법한 음악 스타일은 무난함으로 다가와 이들 음악과의 거리를 멀어지게 만들었다. 대형 스타디움 밴드가 되어버린 지금의 모습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나 오늘 공연에서 느꼈던 점이라면 스타디움 밴드이기에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셋 리스트의 모든 곡에 사람들이 익숙하며 따라 부를 수 있다는 것은 소수의 아티스트에게만 허용된 특권이다. 수만의 관객들에게 긍정과 행복의 에너지를 전해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지금의 콜드플레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이며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삶의 무게에 비틀거릴 때, 당신을 구원할 수 있는 밴드는 다름 아닌 이들이다.  



  



작가의 이전글 서태지, 그 찬란했던 25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