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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 Feb 12. 2017

일본의 환상악단 SEKAI NO OWARI

2017년 세카이노오와리 일본 돔 스타디움 투어 'Tarkus' 후기

조그마한 자신들만의 클럽에서부터 시작해 지금은 일본에서 손꼽히는 대형밴드가 된 세카이노오와리의

첫 돔투어 Tarkus 공연은 필자가 기대했던 것보다 더 높은 만족감을 주었다. 밴드의 멤버 후카세가 만든 이야기를 베이스로 한 이번 투어는 뮤지션의 크리에이티비티와 거대자본이 이상적으로 결합되어 단순한 음악 콘서트가 아닌 2시간 30분짜리 하나의 거대한 엔터테이먼트 쇼를 관객에게 선사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스케일적인 면에서나 내용적으로나 경이로웠다.


Tarkus 투어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후카세가 만든 이야기를 영상과 음악으로 전달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스토리의 내용적인 부분은 동물들이 서로 말을 주고 받으면서 관객들에게 정보를 주고 밴드는 그에 맞춰서 가장 어울리는 곡들을 2~3곡 씩 끊어서 연주하는 방식을 취한다. 앵콜전까지 밴드는 멘트를 최대한 자제하는데 덕분에 스토리에 몰입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이 큰 흐름에 맡기다 보면 도착하게 될 이야기의 결말은 스포가 될 수 있으니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겠지만 상당히 신선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이들이 만든 곡 모두가 스토리에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 힌트라면 힌트랄까? 각각의 곡들은 저마다 모두 다르지만, 전체적인 줄거리를 잡고 한데 모아보니 꽤 그럴싸한 이야기가 되어있던 것이다.  


(고래를 포함한 총 5마리의 동물들이 스토리의 화자역할을 수행한다)


연출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흥미를 끄는 점이 있었다. 보통 연출 좀 한다는 밴드(일렉DJ들도 포함)들이 주로 사전에 곡의 컨셉에 맞게 제작된 영상과 실제 무대에서 리얼타임으로 공연을 할때의 매치가 얼마나 잘되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는 편에 비해, 이번 세카이노 오와리의 투어는 조명의 활용을 극대화하고 반대로 영상은 동물들이 이야기를 전할 때 빼고는 공연하는 밴드멤버의 모습만을 담았다. 조명의 활용을 극대화한 이유로는 돔이 환경적으로 거대한 스케일의 연출이 가능한 장소라는 점도 있겠지만 중앙에 무대를 고정시켜놓았기 때문에 무대 내부적으로 어떤 변화를 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부분이 분명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곡마다 조명과 레이저 등을 최대한 활용하여 단조로움을 피했는데, 그 방식들이 참신하여 오히려 무대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아무리 이쁜 무대라도 긴 시간 동안 같은 형태로서 보게되면 질리게 될 수 밖에 없지만, 그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한 이들이었다. 


                                                         



마지막으로 인상적이었던 점은 관객들의 연령대였다. 아무래도 오야코 석이 있다보니 가족단위로 오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는 것은 예상은 했었지만,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개인적으로 보러 온 케이스도 있었기에 필자는 조금 놀랐다. 세카이노 오와리의 음악은 크게보면 일렉트로닉 팝록 정도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런 장르는 대부분 젊은 연령대의 리스너들에게 각광을 받는 편인지라 필자 역시 비율적인 면에서 압도적으로 어린 팬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 연령대의 관심을 받는 국민밴드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메이저 1집 Entertainment부터 시작된 밴드의 변화가 결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Earth 앨범을 가장 높게 평가하지만, 아름다운 동시에 서슬퍼런 이야기를 들려주던 인디즈 앨범의 노선을 계속 취했었으면 이렇게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을 모으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1집과 2집 Tree로 이어지는 판타지 컨셉은 아이들에게 특히 안성맞춤인데, 어린아이가 혼자 공연을 볼수는 없는 노릇이니 자연스레 가족도 따라오게 되고 또 공연을 보다가 어른들도 팬이 되는 순환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내러티브의 힘이 장르적 한계를 부순 셈이다.  이 점이 세카이노 오와리라는 밴드가 음악 커리어 전체에서 거둔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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