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es Do Not Open 앨범 리뷰
만약 성공의 공식이 있다면, 체인 스모커스는 아주 부지런하게 실천하고 있는 편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 하지만) 잘빠진 멜로디와 함께 이름난 피처링 진을 위시로 한 몇몇 소수의 곡으로 인기몰이를 한 뒤 full-length 앨범에 스리슬쩍 끼워주는 것. 덕분에 들을 것 하나 없는 이 첫 정규앨범은 역설적이게도 잘 나가고 있다.
이 앨범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젯거리는 그들 스스로를 끊임없이 괴롭혀왔던 자기복제인데, 그 정도가 더 심해져 12곡이 마치 1곡과도 같은 마법을 리스너에게 선사한다. 트랙을 듣고 있다 보면 이 노래가 아까 들은 곡 같고, 다음 노래 역시 이것과 같으니 오호 통제라! 모든 곡을 동일한 접근 방식으로 푸니 지루함이 2배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 그나마 나은 Something Just Like This나 Paris조차 이들의 예전 싱글들을 조금 변형한 정도이니 말 다했다.
지독한 수면제 음반을 만들어놨지만, 어쨌거나 그들이 묵묵히 추구하고자 하는 것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일렉의 탈을 쓴 감성적인 팝뮤직이다. 음악을 함에 있어서 절대적인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니 그 방향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표현방식이 참으로 지루하다는 점은 안타까운 일. (뭐 아무렴 어때 잘 팔리는데) 더 슬픈 건 이들의 성공으로 인해 얘네들의 사운드를 흉내내기 시작하는 DJ도 많아졌다는 것인데, 난 이들만으로도 벅차니 그만 좀 따라 했으면 좋겠다. 따라 할 거면 좀 좋은걸 따라 하던가.
시대를 관통한다느니, 지금은 체인 스모커스의 시대라느니 하는 캐치프레이즈를 볼 때마다 음악 씬에 대한 회의감이 엄습해오지만 나의 이런 감정이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평론가와 해당 장르의 팬들에게 쌍욕을 먹어도 이들은 보란 듯 성공하고 있지 않은가? 작금의 빌보드가 결국 이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