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페스티벌 중 하나인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은 마이애미를 비롯하여 전 세계에서 개최되는 저명한 음악축제이다. 한국에서도 2012년부터 첫 선을 보여 올해 6주년을 맞이하였는데 형편없는 운영과 특유의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에 제대로 실망한 필자가 일본이라면 다를까 싶어 귀찮음을 무릅쓰고 울트라 재팬을 방문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기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_-
전체적으로 라인업이 워낙 괜찮기는 했지만 필자가 기대했던 것은 아티스트의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후지 록, 섬머소닉을 비롯한 여타 다른 일본의 음악 페스티벌들처럼 마이너 장르에 대한 리스펙트와 애정이 넘치는 관객들의 애티튜드와 거기서 오는 즐거움, 그리고 페스티벌 자체가 주는 환상적 체험이었다. 전자만을 희망했다면 차라리 단독 공연을 갔을 테니까. 그러나 울트라 재팬은 단공보다 더 단공스러운 곳이었고 이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는 점에서 비극은 예정되어 있었다.
갑작스러운 아티스트의 공연 취소, 공연 도중의 장비 고장, 스테이지 간 사운드 간섭, 콘텐츠 부재에서 오는 지루함 , 심각하게 적은 편의시설 및 부스 등 지적할 건은 에베레스트 산만큼 많지만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을 꼽자면 특정 스테이지에의 과도한 집중화 현상이었다. 사람 많아서 나쁠 건 없다지만 문제는 모든 관심이 메인 스테이지만을 향해 쏠려있어 상대적으로 나머지 무대들은 있으나 마나 한 들러리로 전락하였다는 데 있었다.
특히 라이브 스테이지는 철저히 무관심 속에 내팽개쳐져 있었는데 태풍으로 인한 기상악화라는 악조건을 고려하고도 심했다. 오죽하면 레지스탕스 쪽 상황이 더 나아 보였을 정도. (거의 유일하게 폰이 잘 터지던 곳이어서 그랬을 수도) 그렇다고 쨍쨍하게 해가 떠있던 마지막 날에는 많았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기껏해야 3~4할 정도만 찬 느낌이랄까. 올해 처음으로 생긴 라이브 스테이지인만큼 나름대로의 기대감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까놓고 보니 이건 정말 필자만의 생각이었다. 토요일 헤드라이너였던 Empire Of The Sun은 눈물 없이 보기 힘든 수준의 처참한 관객수 앞에서 공연을 했는데 마음 한 켠으로는 씁쓸한 감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써놓고 보니 장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페스티벌 같지만, 이 모든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행복해 보였다는 것에 의의를 둘 수 있을 것 같다. 필자가 당장이라도 해체시켜버리고 싶은 팀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The Chainsmokers이나, 그들을 보며 열광적으로 환호했던 관객들 한 명 한 명이 그날 느꼈을 소중한 감정들을 결코 부정할 수는 없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