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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 Oct 10. 2017

한스 짐머는 대단했지만...

Slow Life Slow Live Festival 후기 

1. Intro


영화음악계의 거장 한스 짐머와 라라 랜드의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가 10월 7일 잠실 주경기장에서 개최된 

페스티벌 'Slow Life Slow Live'를 통해 내한했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OST가 가지고 있는 위치는 분명 작품의 완성도에 많은 기여를 하고는 있으나, 메인은 결국 영화이기에 나사와 같은 부품 정도로 여겨지는 경향이 없지 않은데, 이 날 한스 짐머의 공연에서만큼은 음악이 주인공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2. 압도적이었던 한스 짐머의 공연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OST가 흘러나올 때의 영화 장면을 틀지 않고 다소 은유적인 비주얼로 표현한 것을 꼽고 싶다. 사실 워낙에 음악이 주는 이미지가 강렬하다 보니 듣다 보면 자연스레 어떤 영화의 테마인지 알 수 있을 정도라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오롯이 음악만을 전면적으로 내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관객들이 운집한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어째서 그가 현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작곡가 중 한 명으로 여겨지고 있는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3. LALA LAND


이와는 반대로 저스틴 허위츠의 공연은 라라 랜드를 통째로 틀고 실시간으로 연주하는 포맷이었는데 , 

라라 랜드에 꽂혀 여러 번 감상한 필자에게는 감동적이었지만 영화를 한 번도 보지 못한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는 방식이었다. 공연을 볼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영화를 봐야 할지, 음악에 더 

집중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다는 이야기를 일행분에게 들었을 때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타깃이 매우 뚜렷한 공연이었기에 아마 대부분의 관객들은 영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라

큰 문제라고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다.) 



4. 총평


전체적으로 봤을 때 카메라 샷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거나, 멘트를 할 때 조명을 키는 타이밍이 어긋나는 등, 흐름을 방해하는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그런 사소한 점들을 제외하고는 크게 흠을 잡을 만한 구석이 없을 정도로 두 공연의 퀄리티는 모두 훌륭했다. 




5. 한스 짐머는 대단했지만...


이렇게 쓰고 끝낸다면 해피엔딩이 따로 없겠지만, 이 페스티벌이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듯하다. '여유로운 삶의 발견'이라는 슬로건을 내내 앞세우며 홍보해왔지만, 주최 측이 지향하는 가치가 현장에서 잘 구현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애당초 주 경기장이 신비스럽거나 로맨틱한 무드를 갖춘 장소도 아니거니와 수 만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그 넓은 공간을 매우 협소하게 사용하면서 관객들은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돗자리 존에서의 룰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듯이 보였기에, 당연하게도 그런 곳에서 여유를 발견하기란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는 것만큼이나 요원한 일일 것이다.


결국 가을에 열린다는 계절성 이외에는 다른 공연들과 별 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인데 주최 측이 'Slow Life Slow Live'를 자신들만의 확고한 브랜드로써 관객들에게 어필하고자 한다면 이 점에 대해서 한 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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