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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 Oct 30. 2017

리버틴즈를 아시나요?

한 때 영국 최고의 밴드였던 리버틴즈의 이야기



Einmal ist keinmal

피트도허티(왼쪽)와 칼바랏 (오른쪽)


밀란 쿤데라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가? 그의 대표작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등장하는

캐릭터 토마시는 독일 속담 Einmal ist keinmal (한 번은 중요치 않다)로부터 탄생했다. 마찬가지로

리버틴즈는 한때 가장 뜨겁게 타오르던 불꽃이었지만, 그만큼 빠르게 사그라졌다는 면에서 토마시의

이웃사촌쯤으로 볼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단 한 번이 불러올 수 있는 니힐리즘에 그들은 결코

빠지지 않았다.

   




Post-Punk revival



포스트펑크 리바이벌의 선두주자 The Strokes


때는 2001년, 뉴욕에서 결성된 스트록스가 그 유명한 데뷔 앨범 'Is This It?'을 발매한 뒤로 록 씬에는 거대한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 붐이 일어났다. 60년대의 개러지 록과 80년대의 포스트 펑크, 뉴웨이브 음악에 영감을 받고 동시에 재해석한 이 장르는 강력한 전염성을 지니고 있었는데, 악틱 멍키스와 프란츠 퍼디난드, 화이트 스트라입스도 이러한 음악적 흐름에 동참하고 있었다. 개중에는 인터폴처럼 조이 디비전을 떠오르게 하는 음울한 색채의 밴드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개러지 록 기반이었다.


특유의 쿨한 애티튜드와 멋진 패션을 위시로 한 미국 밴드 스트록스가 신을 선도하자 영국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유인즉슨, 자국의 수많은 밴드들이 스트록스 멋있다고 따라 하기나 했지 대항마로 내세울만한 포텐셜이 넘치는 존재가 하나도 보이지가 않았던 것. 그야말로 물은 계속 들어오는데 노가 전혀 준비가 안된 셈이었다. 이러던 와중 2002년, 리버틴즈가 데뷔 앨범 'Up The Bracket'를 발매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NME 표지에 등장한 리버틴즈



기이한 열정으로 가득 찬 데뷔 앨범 'Up The Bracket'은 평단으로부터 찬사란 찬사를 다 받았다. NME는 심지어 피트 도허티를 신에 빗대기도 했는데, 이들에 대한 하이프가 대단한 NME임을 감안해서 보아도 수긍할만한 결과물이었다. 실력은 물론, 패기까지 갖춘 리버틴즈의 등장으로 영국은 드디어 새로운 리더를 얻게 되었지만, 이미 이 시점부터 그들은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Can't Stand Me Now



Can't Stand Me Now의 가사
An ending fitting for the start, You twist and tore our love apart
시작에 걸맞은 결말이야. 넌 우리의 사랑을 비틀고 찢어버렸지.


1집 활동 중 코카인과 헤로인으로 인해 피폐해진 피트 도허티와 그런 모습을 용납하지 못한 밴드의 또 다른 기둥 칼 바랏의 갈등은 점차 심화되기 시작하고, 결국 두 번째 정규앨범을 발매하기도 전에 밴드는 해체된다.


이 둘의 갈등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곡이 2집 'The Libertines'에 수록된 바로 그 유명한 Can't Stand Me Now. 사실 앨범의 수록곡 대부분이 서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상당한 긴장관계 속에서 작업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앨범 녹음 도중 둘의 싸움을 말릴 경호원까지 대기 중이었다고 하니 발매한 것만으 박수를 쳐줘야 할지도.


가사의 일부분만 보아도 둘의 위태롭던 상황을 쉽게 알 수 있는데, 칼 바랏이 '넌 우리의 사랑을 찢어버렸다'로 시작하면, 피트 도허티는 '아냐, 넌 아무 말도 못 하게 막아놓고 모든 게 마약 탓이라고만 하잖아'라며 응수한다. 그러고는 코러스에서 같이 넌 날 견딜 수 없다며 (Can't stand me now) 노래를 부르는데 이처럼 진실된 곡이 어디 있을까?   


쿤데라는 자신이 만들어낸 캐릭터들이 마치 실제로 존재한 것처럼 믿게끔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고 했지만, 온갖 애증으로 얽힌 피트 도허티와 칼바렛은 이 세상에서 숨을 쉬며 말을 하는 토마시와 테레자 그 자체였다.





Discography


Despite only releasing three studio albums, they have a legacy as one of the most inspiring

and influential British bands of the 21st century.  - NME



데뷔 앨범 발매 기준으로 2년도 버티지 못해 해체되어버린 밴드답게 작품이 별로 없지만. 아직까지도 회자되며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탁월한 음악성에 있다. Clash의 뜨거운 에너지, Smiths의 멜로디와 아름다운 리리시즘을 모두 갖춘 이 유니크함이란! 리버틴즈는 격정 속에서 여린 감성을 드러낼 줄 아는 보기 드문 밴드였다. 필자가 리버틴즈를 좋아하게 된 계기 역시 이러한 양면성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펑크밴드 뺨치는 반항아적 기질을 갖춘 데다가, 선배들을 놀라게 할 정도로 마약에 늘 찌들어있는 와중에 마이크 앞에만 서면 너무나도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있는 프런트 맨 '피트 도허티'를 보며 어떻게 저런 사람이 다 있나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잘 생기기까지 했으니.


2014년, 기적의 재결합 이후 이듬해에 자그마치 11년 만의 정규앨범을 발매했는데, 솔직히 이 음반은 퀄리티 면에서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위에 서술했던 리버틴즈 음악의 특징이 거세되었기 때문. 거의 유일하게 긍정적인 점은 이로 인해 리버틴즈가 투어 활동을 재개했다는 것이고, 덕분에 필자도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볼 수 있었다는 사실뿐이다.  (물론 그것만으로 만족한다)




The Libertines


2018년에도 리버틴즈의 활동은 계속되는 듯하다. 신보를 내지 않았다면 두 장의 앨범만으로 전설이 되었겠지만, 그깟 명예가 뭐 그리 중요할까? 에이미 와인하우스, 커트코베인이 죽음으로 얻은 불멸보다 더 눈부신 것은 지금 이 순간이다. 산자는 죽은 자를 부러워할 필요가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Don't look back into the sun. Now you know that the time has 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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