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생활 11년차인 학생에게 한글로 쓰는 글이란.
난 한국 사람이다.
한국에서 태어났고, 초2때까지 한국에서 산 후, 외국으로 아빠의 발령 때문에 외국으로 한국을 떴다.
분명 초2때 학교에서 쓴 받아쓰기 노트장 안에는 이것저것 많이 틀려있고, 외국에서 살며 어디가든 영어를 썼고 학교에서도 영어만 썼는데 가끔 내 생각이나 감정을 기록할땐 한글로 쓰는게 편하다.
지난 11년동안 공부든 뭐든 다 영어로 했기 때문에 한국어가 난 분명히 서툴다. 어휘력도 떨어질 뿐더러, 한글로 되어있는 책을 읽을땐 친구가 많이 놀랄 정도로 이해를 못할때도 많다. 그런 내 자신이 부끄럽지만, 이런 내가 브런치에 와서 글을 써보고 싶어 들어온 나도 신기하다. 분명 사람들과 마주보며 얘기할땐 영어가 편한데, 글로 내 개인적인 생각과 마음을 담을땐 한국어가 편하다. 도대체 왜 일까. 이 궁금증에 대해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은 많이 해봤지만 처음으로 글로 써가며 고민해본다.
1. 부모님과 한국어로 소통할 때의 편안함.
되돌아 보면, 11년동안 외국생활을 하면서 어딜가든 영어를 제일 자주 썼지만 예외가 있다면 그건 집 안에서 이다. 부모님과는 한국어로 소통했고, 동생과 오빠랑은 영어와 한국어를 바꿔가며 소통했다 (아주 가끔은 중국어 과외에서 배운 단어들도 장난스레 섞어 쓴 기억도 생생하다). 학교에선 한국 친구들은 한 두명 뿐이였기 때문에, 쓴다 해도 자주 쓴건 아니였다. 난 심지어 줄임말이나 유행어도 잘 몰랐기 때문에 한국인 친구에게서 "ㅇㅇ" 이 "응" 이란 걸 처음 배웠다. 이렇게 보면 한국어를 제일 자주 쓴건 부모님이랑 인데, 부모님이랑 한국어로 소통할때의 편안함이 느껴져서 일까, 내 진심어린 마음을 표현하는데엔 한국어가 제일 편하게 느껴진다. 부모님과 소통할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지적하는 것에 대해 아무 신경을 안 써도 됐으니, 거기서 나온 편안함 일 수도 있어 보인다.
2. 한국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전례 동화책들에 대한 애정.
내 어머니는 책을 너무 사랑하신다. 어렸을때부터 집은 도서관 처럼 동화책들로 빼곡했다. 집에 책꽂이는 적어도 다섯 개 였다. 우리 가족은 이사 할 때마다 아버지가 '읽지 않는' 책들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하시곤 했다 (지금도 그러시지만). 다른 애들에게 주는걸 제안하셨지만 나랑 동생은 항상 때를 썼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들이 많고, 나중에 꼭 읽을것 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정말 웃긴건,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읽겠다고 때를 썼던 책들이 아직도 집에 읽지 않은채 남겨져 있다는 것이다. 한국어로 쓰여진 책들은 몇 권 있지만, 비교적 읽지 않은 책들이 훨씬 많다. 그 몇 권을 좋아했던 이유는 그저 그림체가 좋았고, 이해하기 쉽게 간단한 대화 말로 이루워져 있는게 너무 좋았다. 특히 한국 전례 동화 책들. 그 책들은 정말 사랑했다. 한국을 뜨면서 한국에서 가져온 유일한 물건 이라곤 그 책들 뿐이라서 그런가 싶다. 어렸을때 외국으로 뜨면서 '한국' 이 남겨져 있는건 그 전례 동화 책들 뿐이였으니, 애정이 안 붙어 있을리 없나보다.
지금은 한글로 쓰는 글이 나에게 무엇인지에 대해선 이 두개 밖에 생각이 나질 않는다. 누구에게 판단 받지 않을듯한 안심감과 편안함, 그리고 한국을 떠났을때 실려온 애정. 난 이 내용에 대해 남에겐 뭐라 표현할지 몰랐었고, 여태 머릿속에 맴돌고 있었던 것인데 지금은 이 글을 침대에 누워 너무 편안히 쓰고 있다. 마치 사귄지 아주 오래된 절친을 오랜만에 만나 얘기하는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