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그것도 한 여름이라 어딜 가는 게 무서울 더운 날씨지만,
여름 바다를 안 보고 지나갈 순 없어 울진으로 향했다.
탁 트인 바다를 보고 시작하기 위해 후포면에 있는 등기산 스카이워크에 도착했다.
후포근린공원주차장이 있어 편하게 주차했다.
스카이워크로 바로 갈 수 있는 계단이 있긴 했지만 우리 가족은 완만한 오르막길인 등기산 길을 따라 공원 쪽으로 걸어갔다.
언덕 같은 길을 올라가는 데 바람이 정말 시원했다.
한 여름인데 옅은 구름들이 하늘을 덮고 있어 햇살이 강하지 않고 바닷바람까지 부니
땀이 나지 않고 즐겁게 올라갈 수 있었다.
후포근린공원이 보였지만 생각보다 커서 입구 쪽만 쭉 본 후 스카이워크와 길이 이어지는 ‘갓바위 전망대’ 쪽으로 향했다. 공원과 전망대가 깔끔하고 예쁜 조형물도 있어 스카이워크만 보고 가기보단 이어진 나무테크 길이 있으니 만약 오신 다면 모두 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나무테크 길을 걸을 때 알록달록한 바닷가 마을 전경이 보이는데 바다만큼 매력적이었다.
낙석 방지를 위해 설치된 벽에 파도를 타는 배 모습의 벽화 같은 작품이 있었는데, 거기에 쓰인 색감이 마을에 있는 여러 지붕 색과 같아 이질감 없이 자연스러웠다. 분홍색 플라스틱 의자와 화분. 넝쿨이 덮고 있는 지붕 한쪽이 좋았다.
스카이워크에 도착했다.
입구에 안내해 주시는 분들께서 신발 커버를 주셨다.
아마 스카이워크 바닥 유리가 잘 보이도록 더러워지지 않고, 흠집이 나지 않기 위해서 신는 것 같았다.
높이가 20m, 길이가 135m로 되어있는 스카이워크는 강화유리바닥으로 바다가 선명하게 잘 보여서 그런지 앞서 가던 많은 사람들이 무서워 종종걸음으로 걷거나 못 가겠다 말하는 분들까지 있을 정도로 체감 상 더 높고 탁 트인 모습이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바닷바람이 더 강해 머리카락이 휘날려 다시 한번 더 머리를 꽉 묶었다.
푸른빛 바다와 하늘이 예뻤다. 햇살에 반짝이는 파도와 탁 트인 수평선 너머를 동생과 한참이고 바라봤다. 우리 가족 모두 스카이워크 자체가 무섭지는 않았지만 동상을 무서워하는 엄마는 맨 끝에 있는 인어 모습의 동상을 보고 놀라 아빠와 함께 먼저 되돌아가셨다. 반가워 안녕! 하고 인사하는 인어 동상에 놀라시는 엄마가 안쓰러우면서도 귀여웠다.
점심을 어떻게 먹을까 고민하며 편의점에 들렀는데 우연히 먹고 싶었던 도시락이 있어 도시락과 김밥 그리고 여러 가지 간식을 샀다. 바다가 보이게 안전한 곳에 차를 주차한 후 차 안에서 먹었다. 바다 보면서 가족들과 이야기하며 도시락을 먹으니 차 안이었지만 소풍 하는 느낌이 들어 즐거웠다.
벽화거리의 다양함을 알고 있고, 꽤 가봤지만 만화거리는 낯설었다.
아빠에겐 추억이고 나에겐 만화의 모든 부분이 굉장히 섬세해 만화를 배우던 때에 너무 놀랐던 80~90년대의 대표적인 만화가 이현세 작가님의 만화거리에 도착했다.
매화면사무소에 주차하면 바로 주변에 만화거리 입구가 있다.
입구 앞 벽면에 크게 만화마을 안내도가 그려져 있는데 안내도를 자세히 보면 엄청 귀여운 캐릭터들이 작게 그려져 있다. 그래서 생각보다 더 꼼꼼하고 자세히 벽화를 봐야겠다 생각하며 천천히 마을을 걸었다.
조용하고 깔끔했다. 동네 벽화 위로 꽃나무들이 보이고
벽화 주변으로 화분을 놓은 집도 있어 귀엽고 따뜻한 그림들이 보일 때마다 웃음이 나왔다.
골목길에 있는 그림 하나 놓치지 않고 걷다 보니 매화이현세만화공원이 나왔다.
까치머리라 별명이 까치인 주인공 오혜성의 조형물이 공원 입구에 있었다. 그래서 아빠가 먼저 사진을 찍어 달라 하셔서 여러 장 찍은 후 공원을 구경했다. 매화역사관에 다른 만화 인물들의 조형물과 등신대도 있어 사진을 함께 찍기 좋았다.
매화천을 향해 걷다 보면 복지회관과 보건소가 나온다.
복지회관엔 만화도서관이 있었다. 벽화를 꼼꼼히 보다 보니 더워질 때 때마침 시원한 복지회관에 도착해 좋았다. 만화도서관엔 이현세 작가님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여러 작품을 제목으로만 아는 것과 실물로 방대한 양을 보는 것은 확실히 달랐다. 만화책 한 권 만드는 일이 개인적으로 너무 힘든 일임을 알아서 그런지 더욱더 제목만 눈으로 짚어가며 보는데도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입구 쪽에 무료로 가져갈 수 있는 그림엽서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시골집에 멍멍이들의 뒷모습이 그려진 그림이 유독 좋아 지금도 우리 집 냉장고에 예쁜 자석과 함께 붙여져 있다.
울진의 마지막 여행지로 죽변면에 있는 국립해양과학관을 찾았다.
입구 쪽으로 가는데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아이들이 보기 좋은 전시관이구나 생각하며 들어갔는데 관람하는 과학관이 아닌 체험이 많은 과학관이었다.
아빠는 먼저 쭉 빠르게 둘러보시며 가고, 엄마와 동생과 나는 천천히 관람하며 보는데
아이들과 부모님들 사이에 어른 셋은 우리뿐이라 처음엔 조금 어색했다.
그런데 막상 처음부터 하나씩 버튼도 누르고 이것저것 체험하다 보니 재밌었다.
모든 체험을 다 하는 건 우리 셋뿐일 정도로 하나하나 열정적으로 읽고 체험하고 있어
정신을 차려보니 체험 후 퀴즈를 풀 때 틀릴까 엄청나게 몰입하고 있는 우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아홉 번째 공간에 있던 지진 체험이 인상 깊었다. 서서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다리에 힘을 줬는데 리얼한 흔들림에 비명이 절로 나왔다. 물론 조용히 해야 하니 급하게 입을 꾹 닫으며 버텼다. ‘역동하는 지구’라는 공간 이름에 걸맞은 체험 중 하나였다.
모든 공간이 예쁘고 멋졌다.
전시 주제의 통일성과 이야기 흐름은 여느 큰 전시들의 장점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바다 그 자체의 기본적인 설명을 시작으로 바다의 생명체, 바다에 큰 관심을 가지고 뛰어드는 인류의 모습과 역사. 그리고 생명과 자연의 변화. 마지막으로 미래의 바다를 위한 인류의 숙제와 소망을 담고 있었다. 배웠던 내용도 있지만 전혀 몰랐던 내용도 꽤 많았다.
특히 다섯 번째 공간에 해양 탐사의 역사와 관련 기계, 로봇은 자세히 몰랐던 내용이라 집중하며 설명을 읽었다. 개인적으로 기계들의 외관을 좋아하는 편이라 더 재밌었다.
야외에 바닷속 전망대가 있었다. 바다 7m 속의 풍경과 생물을 볼 수 있는 곳이었는데 마감 시간이 되어 보지 못해 그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건물 바로 뒤에 탁 트인 바다를 보는 걸로도 만족스러웠다. 파도가 꽤 커서 큰 물결과 파도소리가 들렸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했다.
늦은 오후에 끝난 울진 여행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영주시 풍기읍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가족이 함께 백반 느낌의 시골밥상을 먹는 게 오랜만이라 설렜다.
식당 주변 가게에 화분을 키우는 분들이 많아 해가 져 아주 어둡기 전인 푸른빛의 하늘을 담은 꽃들이 예뻐 들어가기 전부터 기분이 좋았다. 식당이 깔끔했다. 손님들도 도란도란 식사를 하고 계셨다. 시골밥상 메뉴를 시켰는데 내가 사랑하는 달걀찜부터 여러 반찬들과 된장찌개. 1인 1 조기까지 풍성하게 나왔다. 우리 가족 입맛에도 맞아 저녁까지 만족스러운 일정이 되어 감사했다.
조금은 흐린 날씨 덕분에 오히려 땀을 많이 흘리지 않아 좋은 여행이었다.
바다는 언제 봐도 좋다.
바다도. 바다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바다에 모든 생물들도 좋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마무리해 본다.
* 시간과 계절 : 2023년 여름
* 장소 : 울진 등기산 스카이워크, 이현세 만화거리, 국립해양과학관, 영주시 풍기읍 장모님 시골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