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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크 Aug 23. 2024

2018/2022년 늦봄, 곡성

아이처럼 놀았던 기억이 있다.    

축제를 간다는 자체로 기분이 좋아서였는지,

아니면 그 축제가 수많은 장미를 볼 수 있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난히 차 안에서부터 설렜던 날이었다.    


2018년에 간 장미축제는 구름이 많아 걷기에 그렇게 덥지 않은 날이었다.

드림랜드와 가까운 주차장에서 조금 걸으면 섬진강 기차마을과 저잣거리가 있는데 

레트로 느낌으로 공간이 잘 구성되어 있어 천천히 구경하며 축제 입구로 향했다.



생각보다 큰 장미공원 규모에 놀랐다.

장미꽃 종류를 하나하나 자세히 보려면 시간이 한참은 걸릴 규모에 본격적으로 구경을 하기 전 간식을 먹기로 했다. 22년도에 진행한 축제는 곡성역 가까이에 있는 기차마을교를 지나면 나오는 가로수길에 쭉 간식을 사 먹을 수 있는 부스가 있었지만 18년도엔 축제 안에 있는 가게에서 먹을 수 있었다. 추로스와 아이스티를 마셨던 기억이 있다.


장미 종류가 많을 거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1000여 종의 장미를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 했다.

붉은색도 같은 붉은 장미가 아니었다.

분홍색, 주황색, 노란색도 여러 계열의 색으로 다양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은 색은 형광빛이 나는 장미꽃들이었다. 장미꽃 이름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몇몇 이름은 장미를 보면 공감할 수 있는 이름들이 있어 함께 감상하고 이야기하며 보는데 시간이 정말 많이 흘렀다.  



눈치싸움에 성공해 사람이 많이 없고, 아이들도 많이 없어 기다릴 일이 없을 것 같아 중앙광장을 지나 드림랜드로 향했다. 처음엔 대관람차를 타고 멀리 있는 장미공원의 전경을 보고 끝나려 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없어 용기를 내 다 컸지만 동생과 나 둘이서 천사그네를 탔다. 둘만 탔는데도 놀이기구를 운영해 주셔서 출발하려는데 또래로 보이는 분들이 생각보다 빨리 도는 공중그네를 타는 우리를 보고 있어서 조금 부끄러웠다. 하지만 재밌었다! 구름이 많아 덥지 않던 공기가 속도를 타자 시원한 바람과 함께 속도감을 즐기며 탔다.      


놀이기구에서 내리자 우리를 보고 있던 어른들이 하나둘 오시더니 놀이기구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타고 싶었던 마음이 같았던 것 같아 기뻤다.




장미를 실컷 본 기억이 좋아 2022년에도 한 번 더 장미공원을 찾았다.


차를 한참 타고 점심을 먹기 위해 도착한 곳은 경남 함양에 있는 정원이 예쁜 식당이었다. 논과 밭 사이를 차를 타고 쭉 들어가다 내린 식당의 안과 밖이 예뻤다. 산채비빔밥을 먹었는데 그릇이 예쁘고 정갈해 기분 좋은 여행의 시작을 할 수 있었다.



여전히 장미는 예뻤다!

하지만 날이 너무너무너무 더웠다. 물론 날이 선명하고 햇살이 내리쬐니 꽃 색감은 정말 예뻤다. 예쁜 장미를 보기 위해 18년도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있었고, 참여할 수 있는 코너와 공연도 많아졌지만 날이 너무 더워 저번보다 장미를 하나하나 집중하며 감상하기 힘들어 그 부분이 아쉬웠다. 구름이 많이 있거나 선선한 날을 추천하고 싶다.


그래도 역시나 장미 색감과 모양에 맞춰 잘 구성한 조경과 정원은 멋졌다. 

깔끔하고 세심한 배치가 보이는 포인트들이 있어 사진으로 열심히 담았다.     




날이 더워 예쁜 장미를 진득하게 구경하지 못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예쁜 카페에 들렀다. 집으로 돌아가던 중 찾은 곳이었는데 전북 진안에 있는 한 카페였다.

저녁시간 바로 전이라 그런지 손님이 많이 없었다. 

우선 시원하고 깔끔한 디자인이 좋았고, 또 잘 먹어보지 못한 디저트가 있어 좋았다. 

평소에 자주 먹지 못한 디저트를 먹는 걸 좋아해 홍콩와플을 포함한 여러 가지를 시켰다.     


시원하고 당도 보충되니 몸이 나른해지는데 통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따라 밖을 보니 그네의자가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흐르기 전에 그네를 타고 싶어 가족 모두 맛있게 음료와 디저트를 마저 다 먹고 밖으로 나왔다.

그네의자를 돌아가면서 타다 보니 주차장에선 보지 못했던 운산인공습지가 보였다.      



노을이 지고 있어 산에 나무 그림자가 지고 있었다.

노란빛과 초록빛이 선명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 걷기 좋았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였다. 길이 깔끔하고 꽃과 하천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이 나뉘고 합쳐지고 있어 원하는 길로 가면 좋을 것 같았다.


딱 좋은 날씨와 예상치 못한 좋은 산책은 매번 찾아오는 즐거움이 아니기 때문에

어두워지기 전까지 부지런히 많이 걷고 즐기다 왔다.


봄이 짧아 아쉽다.

봄에 피는 장미도. 딱 이 정도의 온도와 바람과 산들도. 

봄에만 피는 꽃들도 좀 더 오래 보고 싶은데.



곡성세계장미축제(8회/12회), 함양군 나무달쉼터, 진안군 카요코코, 진안군 운산인공습지  

noki.and.no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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