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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언제나 완벽한 SNS 속에는...

by 녹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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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별점:

추천 대상: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라면/ 사회에 불만이 많다면 추천정지우-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별점: ★★★★

추천 대상: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라면/ 사회에 불만이 많다면 추천


밀레니얼 시대인 작가 겸 변호사 정지우가 쓴 이 책은 현 사회에 대한 여러 비판점들을 그려둔 에세이이다. 이 세상에 대해 노골적이고 건조하게 자신의 의견을 던지는 그의 글은 딱딱하고 아팠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차마 말하지 못하는 주제를 마주해야 한다는 점도 한 몫했다. 무거운 주제 뒤에 다시 무거운 주제가 이어져서, 일부러 한 챕터씩 끊어서 읽었다. 길고 진득하게 읽어야 하는 책이었다.

이 책은 그만큼 많은 시사점과 교훈을 준다. 초반엔 거의 모든 페이지를 스크랩했을 정도로 낭비되는 내용이 없었다. 읽는 부분마다 공감이 갔으며, 나도 모르게 침묵하고 있는 모든 숨겨진 이야기들의 전말을 듣는 느낌이었다. 말하지 않아야 하는 것들에 대해 말하는게 제일 재밌는 것처럼, 그의 문장들은 도발적이고 흥미로웠다.

내가 인상깊게 읽은 챕터들을 간단하게 요약하고 내 의견을 적어 놓았다.


1.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책과 같은 제목을 가진 챕터이다. 인스타그램은 도대체 어떤 매체이길래 쉽게 빠져들게 되는 걸까?

인스타그램은 활자 매체보단 시각 매체에 가깝다. 우리는 인스타그램에서 글을 읽지 않는다. 사진을 보고, 스토리를 보고, 릴스를 본다. 어질러진 방, 지하철에 끼어있는 사람들의 모습, 햇반과 컵라면 사진은 보이지 않는다. 완벽한 앵글 속에 끼워 맞춰진 어느 브랜드의 시계, 레스토랑에서의 한 끼만이 보인다.


흔히 청년세대에 대한 이야기들은 대개 절망과 포기로 수렴된다. 청년들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로 인해 우울, 좌절, 증오, 혐오 같은 현상이 얼마나 일상화되었지가 늘 문제시된다. 그런데 정작 청년세대가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SNS에는 그런 흔적이 없다. 그곳은 언제나 밝고 희망차고 화려하다. 청년세대에 대한 담론과 인스타그램의 간극은 마치 매트릭스의 안과 밖처럼 극명하다.
62p



앞에서 열거한 것들은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시각 자료중에 일부분일 뿐이다. 인스타그램은 바쁜 현대인이 스트레스를 쉽고 편리하게 해소할 수 있는 여러 소스들을 제공한다. 더 좋은 곳, 더 멋진 것을 찾도록 우리를 끊임없이 유혹한다. 빈틈없이 완벽한 피드 속에서 사용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눈이 멀어간다. 이 매체는 현대사회에 아주 적합한 매체이고, 그렇기에 화려한 사회의 단면이 잘 드러난다. 어쩌면 이러한 눈높이 교육 때문에 우리의 기준치가 비현실적으로 높아지고, 마음에 병이 든 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시대는 전방위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이미지들을 주입하고, 그 이미지를 쫓으라고 하며, 그 이미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속삭인다. 결국 그 이미지 속에 살아야만 한다는 강박을 심어놓는다.
65p




2. 청년들은 독서를 하지 않는가

청년들은 독서를 안 하는게 아니라 못한다.

모든 일에는 그 일을 일으켰을 이유가 반드시 존재한다.


고등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을 경쟁을 뚫고 대학에 들어왔다. 너도나도 술을 마시고, 미팅에 나가고, 밤샘을 즐긴다. 수험생활 3년, 길게는 4~5년을 거친 대다수의 새내기들은 이 생활이 당연하게 받아야 할 보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렇게 즐기고 나면, 생각보다 어려운 취업의 길이 들어선다. 취업이 어려운 이유는 다양하다. 애시당초 일자리가 적어서이기도 하고, 경쟁자들이 많아지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상위 5%에 속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적이기에, 청년층은 치열한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대학을 가기 위해 발버둥 쳤던 것처럼, 우리는 좋은 직장을 가기 위해 또 다시 발버둥 칠 것이다. 고된 하루 끝엔 기나긴 글보다 릴스나 숏츠가 더 어울린다.

이런 생활 속에 책이 끼어들 틈이 없다. 공상과 질문과 생각의 과정이 없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도 좋은 직장을 얻어 돈을 벌 수 있다. 솔직히 책은 현대인에게 더 이상 필요가 없어 보인다.

독서율 하락은 당연한 현상이다. 오히려 이 세상에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별나다. 나 또한 작가와 마찬가지로 독서율 하락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책을 좋아하고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게 조금 아쉬울 뿐이다.



이 외에도 부동산, 여성 등 여러 토픽이 나온다.


우리가 현실의 구조를 이리저리 비틀고 뒤집을 순 없다. 그렇기에 지금의 위치로선 현실과 줄타기를 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려오는 불만과 의문, 무력감을 해소해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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