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명작
카페에서 익숙한 멜로디가 나와 아무렇지 않게 흥얼거리고 있었는데, 라디오헤드의 karma police였다. 오랜만에 듣는 거라 반가웠다. 집에 와서도 생각이 나서 3집 앨범을 통으로 돌렸는데, 이때다 싶어 감상을 적으려고 노트북을 켰다.
앨범은 가볍지만 강한 기타 소리로 시작한다. airbag은 일반적인 록 음악의 구조를 보이면서도, 중간마다 나오는 전자음은 얼터너티브 락, 나아가 라디오헤드의 특징을 보여준다.
바로 다음 트랙이, 라디오헤드의 대표곡 격인 paranoid android이다. 6분 가량의 긴 길이와, 전위적인 곡 구성이 특징이다. 절규하는 듯한 톰 요크의 목소리와 중간중간 등장하는 기계음은 편집증적인 느낌을 가져다준다. 잔잔한 부분과 휘몰아치는 부분이 연달아 나와 중간중간 심심할 틈이 없다.
Let Down은 No Surprises와 함께 제일 밝은 멜로디를 가지고 있는데, 가사는 터무니없이 우울하다. 리버브가 들어간 기타 소리와 전자 피아노는 몽환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차갑고 기이한 느낌을 준다.
Karma Police는 내가 앨범에서 제일 좋아하는 트랙이다. 이 트랙을 기점으로 앨범이 더 무거워지고 어두운 느낌을 낸다. 화자는 karma police에게 두 명의 현대인을 체포해달라고 외친다. 한 남자는 냉장고처럼 웅웅대며 수학으로 말을 하고, 한 여자는 히틀러처럼 머리를 하고 있다. 수학으로 소통한다는 건, 감성이 배제된 이성을 나타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히틀러처럼 머리를 하고 있는 여자는 자신이 무얼 한 지도 모른 채 파티를 즐기고 있다. 그리고 자신은 경찰에게 줄 수 있는 건 모두 주었는데, 아직도 '고용된 처지'이다. 즉, 현대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묶여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자신도 결국 카르마 경찰에게 잡혀가는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다. 여기서 karma, 즉 업보는 무어라 말하기 어렵지만 나는 전체를 표방하는 현대사회에 갇혀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인공은 후반부에 결국 자신 또한 업보를 저질렀음을 깨닫는다. 절규하는 보컬과 함께 템포와 멜로디가 바뀌며 노래는 끝을 향해 간다.
Fitter and Happier에서는 잔잔하지만 그로테스크한 전자음으로 분위기를 잠깐 다운시키고, 다음 트랙인 Elecrioneering이 이어진다. 전형적인 락 구조를 보여주는 이 곡은 새롭진 않지만 앨범에 흥겨움과 냉소를 더해준다.
No Surprises도 라디오헤드의 효자곡 중 하나이다. 밝은 멜로디에 그렇지 못한 가사, 약간의 공허함이 담긴 노래이다.
20세기 말 시대적 혼란을 그대로 담은 앨범이다. 라디오헤드에겐 브릿팝에서 얼터너티브 락으로 나아가는, 과도기적 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앨범에서 나왔던 기계음, 특이한 구조 등의 특징은 KidA와 Amnesiac으로 와서 극대화된다.
다른 앨범도 더 써보고 싶네 .. 일단 여기에서 마무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