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역시 슈게이징
나는 슈게이징, 시티팝 장르의 노래를 여름 밤에 듣는 걸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여름이 지나가기 전에, 슈게이징 밴드 슬로우다이브를 소개하려고 한다.
1989년에 시작해서 5년간 활동을 이어오다가, 해체 후 2014년에 재결합한 밴드이다. 재결합 후 낸 4집 앨범이 바로 'Slowdive'이다.
2017년에 나온 앨범이어서, 옛날 느낌도 덜하고 슈게이징을 처음 듣기에 좋다. 나도 이 앨범으로 슈게이징에 입문했었다.
앨범의 모든 곡에는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긴 리버브 효과가 깔려 있다. 이는 슈게이징의 특징인데, 강한 울리림 덕분에 보통 기타 반주와 다르게 공간감이 잘 느껴진다. 이펙터가 너무 강하면 소음처럼 징징거릴 때도 있지만, 이 앨범은 그런게 덜했다. 노이즈는 적게 들리고, 멜로디는 선명하게 들려서 좋았다.
꿈 속에서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 큰 공간 안에 나 홀로 남아있는 듯한 감각. 이 앨범은 사람이 많이 보이지 않는 밤에 들어야 한다. 이 앨범을 듣고 거리를 산책하면 노래를 두 배로 즐길 수 있다.
퉁 퉁 울리는 기타 소리가 아주 부드럽고 좋다.
'Star Roving'은 시작 부분에 알맞게 처음부터 끝까지 활기찬 곡이다. 긍정적인 분위기의 멜로디가 흥을 돋군다.
https://www.youtube.com/watch?v=ogCih4OavoY&list=RDogCih4OavoY&start_radio=1
내가 제일 좋아하는 트랙은 'Sugar for the pill'이다. 멜로디만 듣기엔 곡이 아까워서 가사를 직접 찾아보았다. 가사를 알고 들으면 화자에게 감정이입이 가능해서 그런지 .. 노래가 더 잘 느껴진다.
Anna rolled away
Said we never wanted much
Just a rollercoast'
Our love was never number one
Sugar for the pill
You know it's just the way things are
Can't abide the sun
This jealousy will break the whole
-sugar for the pill
후렴의 가사이다. 화자와 안나는 이별을 앞두고 있는 듯하다. 안나는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떨어지는 롤러코스터같이, 우리의 사랑은 절대 항상 첫번째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둘의 사랑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비춰지고, 화자는 그 앞에서 무력할 뿐이다. 해를 가를 수 없듯이, 우리가 마주한 문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한다. 맥아리 없는 기타 반주는 마치 체념에 빠진 화자와도 비슷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BxwAPBxc0lU&list=RDBxwAPBxc0lU&start_radio=1
'No Longer Making Time'은 조용한 드럼& 기타 반주로 시작한다. 슬픈 어조로 화자는 새 애인이 생긴 상대에게 말을 건다. 조용한 멜로디가 끝나자마자 마구 달리듯이 강한 이펙트가 낀 기타 반주가 나온다. 뒤로 갈수록 겹겹이 울리며 몰아치는 기타 소리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벅차오른다. 하이라이트가 끝나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노래는 제자리로 돌아온다. 체념한 듯한 화자의 노래와 서글픈 기타 반주가 좋았던 노래이다.
언제부터였는진 모르겠지만 공허한 걸 좋아했다. 뭔가 텅 비어있고, 허무한 것도 나름의 감성? 이 있다고 느꼈다. 이 앨범도 그러했다. 오직 악기와 이펙터로 깊고 넓은 공간을 느낄 수 있다는게 신기하다.
밴드 음악을 좋아하거나 드림 팝을 좋아한다면, 이 앨범도 재미있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강추 b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