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골딩-상속자들

인간이 못된 악역으로 등장하는 소설

by 녹턴

별점: ⭐️⭐️⭐️

추천 대상: 인간 자체에 관심이 많다면/ 시점의 참신함을 좋아한다면


에곤 쉴레 작품처럼 생긴 그림이 끌려서 빌렸는데 찾아보니까 역시나..! 그의 자화상이었다​​​

1. 이 소설의 주인공은 네안데르탈인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아니다. 그래서인지 사고방식도 특이하다. 물론 허구의 이야기이긴 하나, 이들은 ‘그림’을 서로 공유한다.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잔상 정도로 생각했다. 서로 텔라파시가 통하듯이, 그들은 곧 닥칠 미래의 일들을 그림으로 파악하고 이를 통해 서로 소통한다.

그들은 기억능력이 떨어진다. 그래서인지 과거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현재의 감각의 충실하다. 원시인의 일기장을 읽는 것 같이 되게 신기했고.. 작가의 창의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2. 이 작품은 인간을 정말 악하게 묘사한다. 네안데르탈인이 인간에게 삶의 터전을 빼앗기는 과정이 피해자인 네안데르탈인 입장에서 서술된다... 인간의 이기심, 끝없는 욕망을 보여주려는 듯했다. 그들은 네안데르탈인을 악마라고 생각하고, 그들을 자신의 안전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살해한다. 네안데르탈인이 먹잇감을 잡으려고 하던 표범을 돌로 경고하기만 한 모습을 생각하면 아이러니하다.

제목 ‘상속자들’은, 네안데르탈인에게 선함을 상속받은 호모 사피엔스를 의미할 것이다. 물론 네안데르탈인이 실제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작가는 인간이 이기심을 덜고 존엄한 인간, 존중받아야 할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이 소설을 쓰지 않았나 싶다.

어쩌면 우리가 작품 속 네안데르탈인이 될지도 모른다.

3. 우리는 어디까지 다른 종으로 인식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도 생겼다. 네안데르탈인을 목격한 호모 사피엔스는 그들을 악마로 여기고 죽였다. 만약, 네안데르탈인보다 더 ‘사람같은’ 종이 존재했다면 어땠을까. 그 종은 인간으로 볼 수 있을까? 우리가 종이 다르다고 부르는 명확한 기준은 무엇일까.

만약 인간이 먼 미래에, 훨씬 진화해서 지금 우리와 다른 골격과 형태를 갖는다면, 그들을 우린 호모 사피엔스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들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과학, 특히 진화론에 대해 생각해볼 거리가 많았던 책이다. 분명 소설인데 다 읽고 나면 생명과학 에세이를 읽은 듯 많은 질문이 머릿속을 떠다닌다. 색다른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마침내 그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대낮에 마주 보게 되었다. 그들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이상했다. 머리카락은 검은색이고 도무지 이해 불가능한 방식으로 자랐다. 앞에 앉아있는 뼈 얼굴 사람은 머리카락이 소나무처럼 곧게 서 있어 안 그래도 너무 긴 그의 얼굴이 무언가가 무자비하게 위로 끌어당기는 듯 길게 뻗어 있었다. 다른 뼈 얼굴 사람은 머리가 어마어마하게 큰 덤불처럼 생겨 죽은 나무에서 자라는 담쟁이덩굴처럼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자라 있었다. ...(중략) 하얀 뼈가 눈 바로 아래 놓여 있고 넙적한 콧구멍이 보여야 할 곳에 좁고 긴 구멍 두 개가 있고 그 사이에 뼈가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그 아래에는 입 쪽에 긴 구멍이 하나 더 있고 그들의 목소리가 그 사이로 새어 나왔다.
160p

ps. 처음 상속자들이 제목이어서 귀족 간에 펼쳐지는 재산 배틀.. 인 줄 알았다만 전혀 아니었다. 물론 줄거리는 읽고 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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