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잘 산다'는 것은 부자로 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크로노스를 카이로스로 바꾸어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크로노스를 카이로스로 변화시키려는 시도가 없는 시간은 그저 세월의 주름살에 불가하다.
이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이외에 하나가 더 있다.
바로 '돈이 되는 시간'이다.
'돈이 되는 시간'은 경제적 대가가 주어지는 노동시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은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미래에 경제적 대가가 주어지는 시간을 얻는 데 사용되는 시간 역시 '돈이 되는 시간'에 해당한다.
부자는 세상에서 받는 대가를 크게 함으로써 될 수도 있지만 세상에 지불하여야 하는 대가를 적게 함으로써 될 수도 있다. 당신이 살아가면서 세상에 지불하는 대가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것이므로 '다른 사람들이 돈을 받고 해 주는 일들'에 대하여 당신이 알고 있다면 지출하는 비율이 줄어들어 주머니에 남는 돈이 늘어나게 된다.
돈.
그동안 돈에 대해 글을 써 본 적이 없는 거 같다.
돈에 대해 생각나는 대로 써 보겠다.
나에게 돈은,
먹고 싶은 음식을먹게 해 주고,
하고 싶은 활동을 하게 해 주고,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게 해 준다.
올해 가장 뿌듯하게 돈을 사용했던 일을 꼽는다면, 다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엄마께서 엄마의 형제자매들과 부산 여행을 가실 때 용돈을 드린 일이다.
내가 준 돈으로 채식 식당에서 식사를 하셨다.
그때 이모 다섯 분, 이모부 세 분, 외삼촌과 외숙모와 영상통화를 했었다.
나의 외갓집 식구들 얼굴을 얼마 만에 보는 거였는지 모른다.
내 귀에 익숙한 사투리로 "남주야, 덧분에 맛있는 밥 먹었다.", "남주야, 이모 호강한다.", "남주야, 애들 잘 크지?", "남주야, 고맙다"...라고 말씀하셨다.
내 이름을 이렇게 많이 들어본 건 또 얼마만인지.
진짜 너무 반가웠다.
그때 내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분명 세월은 흘러갔다.
어느 누구도 세월을 피해 가지 않았음에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음에도..
내 눈에는 모두가 여전히 변함없으셨다.
다른 한 가지는, 지난 여름에 프랑스 여행을 다녀온 일이다.
프랑스에는 한 살 아래 여동생 가족이 주재원으로 나가 있다.
여행은 곧 돈이다.
나와 아이 셋이 2주 동안 한 여행이기에 돈이 많이 들었다.
항공비, 숙박비, 식비, 투어비, 교통비 등등 천만 원이 훌쩍 넘는 돈을 썼다.
고1, 중2, 초5.
잘 자란 삼 남매와 함께 한 여행은 너무 행복했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동생네(여동생, 제부, 남매)와 함께 보낸 2주가 너무 즐거웠다.
하나도 아깝지 않은 돈이었다.
지금껏 살면서 했던 여행 중 최고의 여행으로 남았다.
나는 우리 아이들의 경제교육을 등한시한다.
아이들과 돈에 대해 별로 얘기를 안 하고 지낸다.
그래서 최근에 수학 학원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건 매우 획기적인 일이었다.
참고로, 세 명 다 집 근처 같은 수학 학원에 보낸다.
한 달 수학 학원비는 큰 아이 고등수학 40만 원, 둘째 중등수학 32만 원, 셋째 초등수학 25만 원이다.
합이 97만 원이다.
97만원 X 12개월 = 11,640,000만원
천만원이 넘는 돈이다. 여기에 교재비도 추가된다.
이렇게 삼 남매가 동시에 다니는 기간은 최소 3년 이상.
11,640,000 X 3년 =34,920,000월
내년이면 둘째도 고등수학 들어갈 거고, 셋째도 중등수학 올라갈 거다.
어마무시한 비용이다.
".... 이러니깐 열심히 배워야겠다, 그치?"로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남편도 나랑 똑같다. 아이들의 경제교육 생각하지 않는다.
돈에 대한 '느슨한' 마음. 남편과 내가 짝짜꿍 잘 맞는 것 중 하나다.
한 달에 한 번 꼬박꼬박 들어오는 남편의 월급도 전적으로 내가 관리한다.
그렇다고 나나 남편이나 돈을 헤프게 쓰지는 않는다.
게다가 남편은 재봉틀을 '당신 근처' 중고거래로 하나 구입하더니, 바지단을 직접 줄여서 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