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글쓰기 9기 15일차
[내향북클럽]에서 문학동네 <디 에센셜>의 '희랍어 시간'을 읽고, 리더님이 공유한 생각 질문에 답해본다.
1) 희랍어 시간에서 흑점/흑점 폭발이 뜻하는 바는?
3주차 질문 중 대답하기 가장 어려운 것 같다.
흑점은 인물들이 처한 상황, 인물들의 모습이 아닐까?
아니면, 인물 그 자체, 인물의 분신?
<디 에센셜> 205쪽
타오르는 거대한 불꽃의 표면에서 흑점들이 움직인다.
폭발하며 이동하는 섭씨 수천 도의 검은 점들
그것들을 가까이에서 본다면, 아무리 두꺼운 필름조각으로 가린다 해도 홍채가 타버릴 것이다.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흑점, 즉 '나'
폭발하며 이동하는 흑점, 즉 '나'
수천 도의 뜨거운 온도의 흑점, 즉 '나'
어떤 것으로도 가릴 수 없으며, 가까이 다가가면 다칠 수 있는 흑점, 즉 '나'
<디 에센셜> 205쪽
소리 없이, 먼 곳에서 흑점들이 폭발한다.
그동안 있었던 흑점(나)이 폭발하며 새로운 환경 속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드러나는 게 아닐까?
아주 먼 곳에서 그 누구도 모르게,
나 자신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폭발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날 흑점, '나'
2) 사람이 사람을 위로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나에게 가장 큰 위로는?
나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두 가지이다.
'다른 사람의 칭찬'과 '나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
"잘하고 계세요!", "멋져요!", "최고예요!" "대단해요!"
이런 칭찬은 나를 위로해 준다.
힘들어도 위로가 되고,
힘들지 않아도 위로가 된다.
그리고,
책 속의 어떤 내용을 읽으며, '오! 내가 잘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 스스로 '내가 잘 해내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만큼 위로가 되는 순간은 없을 것이다.
3) 213쪽에서 마침내 첫 음절을 발음했다 나옵니다. 어떤 말이었을까요?
가장 일상적인 말을 할 것 같다.
첫 음절은 "저...
그리고 다음 말은 "배고파요."
다음 말은 "같이 나갈까요?"
4) 잊고 있었던 나의 모습이 있나요?(222쪽)
대학생 때 일요일마다 스윙 댄스를 배우러 멀리 어떤 연습실에 갔던 나.
진짜 잊고 있었는데 생각났다.
너무 몸치여서 선택했던 댄스였다.
결국 적성에 안 맞아서, 느낌을 못 살려서 그만두었다.
역시 대학생이었던 남녀커플이 수업을 이끌었었는데,
남자는 서울대생, 여자는 전문대생이었다. 이게 왜 기억나는 건지 ㅋㅋ
5) 누군가를 질투하거나 질투의 대상이 된 적이 있나요?(227쪽)
'질투' '시기' '부러움'은 나와 먼 단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나는 이런 단어가 떠오르기 전에 이미 단단한 나만의 벽을 세우기 때문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말이 은연중에 내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있었다. 질투했던 적이.
한 살 아래 여동생이 결혼할 사람(현재 제부)을 가족에게 처음 소개했을 때,
키가 190cm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러웠다.
그쪽 영역으로는 단단한 벽을 세우지 못했던지라.... 지고 말았다.
미처 존재하는도 몰랐던 감정, '질투', '부러움'의 감정이 그렇게 일어날 줄이야. ㅋ
나의 시댁 쪽은 다 키가 작다.
동생네 시댁 쪽은 다 키가 크다.
동생네 시어머니 170cm, 그쪽 집안에서 가장 작은 키였다.
그래서 조카들도 우리 집 애들보다 다 크다.
6) 몸에 특이할 만한 흉터나 점, 혹은 관련 기억이 있나요?
이마에 흉터가 있다. 위에서 아래로 길이 2cm의 흉터.
초등학교 2학년 때 자전거를 타다 바닥에 고꾸라져서 생겼다.
당시 병원에는 가지 않았다. 그대로 아물어 남겨진 흉터이다.
이마는 이마인데, 정확하게 말하면 눈썹과 눈썹 사이, 미간이다.
이마를 찡그리면 세로로 줄이 생기는 그곳.
두 개의 줄이 생기는데, 오른쪽 줄이 생기는 바로 그 자리.
그래서 자세히 안 보면 모른다.
살면서 이 흉터에 대한 질문을 받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중학교 때 좋아했던 남자아이도 나와 비슷한 자리에 비슷한 모양의 흉터가 있어서 오히려 좋아했었다.
7) 첫사랑 혹은 관련 에피소드가 있나요?
에피소드는 생략하고, 대상만 떠올려본다.
초등학교 때 엄청 좋아했던, 눈이 큰 남자아이가 있었다.
지금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중학교 때 엄청 좋아했던, 이마에 흉터가 있던 남자아이가 있었다.
역시 지금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고등학교 때 엄청 좋아했던, 학원 수학 선생님이 있었다.
그분은 나를 기억하실지 무척 궁금하다^^
대학교 때 첫 소개팅과 첫 데이트를 했던, 남자가 있었다.
경기도 이천 출신의 경찰대 학생,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직장 3년차 지금 한 집에 살고 있는 남자를 만났다.
내가 귀찮아하는 일을 대신해 주는 남편
이 남자와 과연 백년해로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ㅋ
8) 좋아하는 시를 소개해주세요. 왜 좋아하는지 이유도 함께 알려주세요~
아래 두 개의 시는 옛날부터 좋아했던 시이다.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 내가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 나는 이렇게 살고 싶다.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 / 용혜원
당신을 처음 만나던 날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착한 느낌, 해맑은 웃음
한마디, 한마디 말에도
따뜻한 배려가 있어
잠시 동안 함께 있었는데
오래 사귄 친구처럼
마음이 편안했습니다.
내가 하는 말들을
웃는 얼굴로 잘 들어주고
어떤 격식이나 체면 차림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솔직하고 담백함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그대가 내 마음을 읽어주는 것만 같아
둥지를 잃은 새가
새 둥지를 찾은 것만 같았습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오랜만에 마음을 함께
맞추고 싶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에게
장미꽃을 한 다발 받은 것보다
더 행복했습니다.
그대는 함께 있으면 있을수록
더 좋은 사람입니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 칼릴 지브란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그리고 최근에 읽은 시집에서 하나를 가져와 본다.
청소년시집 <최고는 짝사랑>에서.
손톱
손톱은 왜 자라는 걸까
필요하니까 자라는 거겠지
손톱은 왜 자르는 걸까
필요하니깐 자르는 거겠지
자라는 것과 자르는 것 사이에
인생의 지혜가 있다고 그랬다
자라는 것을 잘라서
살아가게 하는 것
나도 자라면서
어딘가 잘려 나가고 있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인생의 지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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