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글쓰기 9기 14일차
[내향북클럽]에서 한강 작가의 <희랍어 시간>을 다 읽었다.
리더님이 만들어 주신 2주차 '생각 질문'에 답해 보려고 한다.
1) 유년 시절의 기억 중 여전히 어렴풋하게 혹은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이 있나요?
6일차 그때, 딱 한 번 글에서 답했다.
2) 고대 희랍인들에게 덕이란 어떤 일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덕'이란 무엇인가요?
‘덕’은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위할 줄 아는 것이라 생각된다.
겉치레가 아닌, 습관적인 말과 행동으로가 아닌,
진심으로, 정말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래서... 나는 한참 멀었다.
3) 미래를 위해 꼭 배우거나 준비하고 싶은 게 있다면?
한국사 공부이다.
5학년 사회에 한국사가 나온다.
(참고로, 나의 5학년 담임 경력은 2005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현재 5학년인 딸이 "엄마, 한국사 문제 내봐" 하는데, 일단 내가 너무 재미없다.
고등학교 때 공부했던 한국사로 30년을 버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5학년 담임을 맡을 확률이 크다.
5학년 담임으로 즐겁게 한국사를 가르치고 싶은 마음으로 한국사 시리즈 책을 쭈욱 한 번 읽고 싶다.
한국사 검정 능력 시험? 이런 건 싫다 ㅋㅋ
마침 올해 동학년 공동 연수 주제가 역사여서 연수비로 <벌거벗은 한국사>를 구입했다.
꼭 읽어보겠다.
4) 오감 중 한 가지 감각을 잃어야 하고, 그것을 선택할 수 있다면?
아무것도 잃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선택하라고 하면 '후각'이다.
갑자기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가 생각난다.
5) 공항 혹은 외국 관련 기억이나 추억이 있나요?
인천공항, 김포공항, 제주공항, 프랑스 파리 공항, 일본 오사카 공항, 미국 애틀란타공항, 영국 히드로공항, 독일 프랑크루프트공항, 방글라데시 다카 공항, 태국 방콕 공항, 싱가포르 공항, 중국 하이난성 공항, 멕시코 칸쿤 공항, ... 등등 많은 공항을 갔었다. 그곳은 출발 공항이기도 했고 도착 공항이었다. 경유만 했던 알래스카 공항, 베트남 공항도 있다.
초등학생 시절 나에게 공항은 외국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셨던 아빠를 마중 나갔던 곳, 그리고 배웅하러 갔던 곳이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 도착 전광판을 보며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올 아빠를 무작정 기다렸던 곳이다. 대기 의자에 앉아 입국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화면을 보고 있다가 입국문을 열고 나오는 아빠의 모습이 보이면, 엄마랑 동생이랑 쪼르르 달려갔던 곳. 우리는 그날 예쁜 원피스를 입고 하얀 스티킹을 신었다.
그리고 공항 관련 추억으로, 국제 미아가 될 뻔했던 공항이 있다.
중3 여름방학 때 미국 오하이오 주에 살고 있는 삼촌네 갔었다.
삼촌의 석,박사 공부를 위해 삼촌 가족이 미국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2주 정도 지내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귀국 여정은 신시내티 공항에서 국내선을 타고 어떤 공항으로 가서, 한국행 비행기로 갈아타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그 어떤 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다. 데스크에서 우리가 타야 할 비행기는 벌써 출발했다는 걸 알아듣고는 놀랐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중3이었던 나나 중2였던 내 동생, 둘 다 참 어리버리했다. 아무튼 그때 친절한 공항 직원들은 우리 자매를 공항 VAN으로 삼촌네 집이 있는 도시, 신시내티 공항으로 다시 데려다주었다. 자세한 기억은 없다. 기억나는 것 창 밖엔 아무것도 안 보이는 어두운 밤 동안 몇 시간을 달려서 신시내티 공항에 도착했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삼촌을 만났다는 것이다. 아침에 그렇게 요란하게 작별인사를 하고 헤어졌는데 밤에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다시 일정을 잡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유머러스한 삼촌은 "또 돌아오지 마라" 하셨다.
그런데 <희랍어 시간>에서, 왜 공항이 나왔었지??
문득 <터미널>이라는 영화가 생각난다. 본 적은 없지만 공항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알고 있다.
6) 양배추만 먹었다는 그녀를 보며, 십이지장궤양인 저도 그래야하나? 잠시 생각했어요. 양배추 요리 황금레시피가 궁금하네요
나는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한다. 그래서 특별한 레시피가 필요 없이 그냥 생으로 먹는 양배추가 그렇게 달고 맛있을 수가 없다.
물론 쪄서도 먹고, 김치 볶음밥할 때 아주 잘게 썰어서 넣기도 한다. 아이들이 눈치 못 채게 아주 작은 크기로. 그리고 채식 카레 만들 때도 양배추를 넣는다.
7) 한번 퍼져나가면 돌이킬 수 없는 말. 말실수 경험 혹은 비수 같이 남아있는 누군가의 말실수. 나누고 털어버려도 좋겠어요.
나는 늘 말 조심하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누군가 말해도 잘 잊어버리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지금 바로 떠오르는 말실수 경험이 없다.
그리고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누군가의 말실수도 떠오르는 게 없다.
나도 살면서 말실수 많이 했을 텐데, 상대는 상처를 받았겠지만, 내가 눈치를 못 채고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말! 늘 조심해야 한다.
'험담은 세 사람을 다치게 한다'는 탈무드 이야기가 떠오른다.
험담하는 말은 '험담하는 사람', '험담의 대상', '험담을 듣는 사람'에게 나
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내가 가장 덜 조심해서 말하는 대상은, 우리 아이들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 나무빗 사이가 더럽다며 칫솔로 열심히 닦는 딸에게,
"딸아, 그런 눈으로 너의 책상을 한 번 좀 보면 안 되겠니?"라고 했다.
딸은 엄마가 자기를 디스했다며 귀엽게 나에게 달려든다. (디스하다 : 깎아내리고 놀리고 비난하다)
그리고 비수까지는 아니지만, 남편이 하는 불평이나 잔소리도 내 마음을 콕 찌를 때가 있다. 하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기술을 터득했기에 살만하다. 결혼 18년차 고급기술이다.
요새 특별히 조심해야 하는 질문이 생겼다.
바로 "아이 없으세요?", "아이 안 낳으세요?"이다.
5년 전, 10년 전만 해도 이런 질문 어렵지 않게 했을테지만, 요즘은 안 한다.
아주 개인적인 이유가 많을 테다. 불임도 많다고 한다.
<디에센셜>에는 장편소설 '희랍어 시간'이 있고, 다음에는 단편 소설 '회복하는 인간'과 '파란 돌'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눈사람이 된 여자의 이야기 '작별'을 읽어 보아서 이 두 단편도 기대된다.
그 뒤로 '시'와 '산문'도 있다.
뒷부분도 빨리 읽고 3주차 '생각 질문'에 답해보아야겠다.
책의 내용만큼이나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내향북클럽의 '생각 질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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