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히 행복한 나의 영어
일단 '나도 몰랐던 나의 영어'라고 제목을 써 본다.
제목을 썼으니 글은 시작되었다.
정확히 뭐를 써야 할지 모르겠지만,
글이란 게 일단 시작하면 뭔가 나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용기 있게 자신 있게 써 본다.
한 번도 써보지 않았던 이야기가,
나도 모르고 있는 '나의 영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도 모르게 툭 또는 스멀스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물론,
그냥 그런 저런 이야기로 끝맺을지도 모른다....
내가 영어원서읽기(NTB) 모임을 시작한 지 1년 하고도 1개월이 지났고,
함성미라클글쓰기를 하면서 이틀에 한 번은 영어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다.
생각해 보니 영어는 내 인생에서 항상 있어 왔다.
중심에 있었을 때도 있었고 중간에 있었던 적도 있었고 변두리에 있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한 번도 밖으로 나간 적은 없었다.
언제나 어디서나 있었던 영어이다.
아마도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지 않았을까?
빈도의 차이, 정도의 차이는 있었겠지만 말이다
지금까지 영어와 관련되어 들었던 말들을 적어본다.
(10대)남주야, 넌 영어가 왜 좋아?
(20대)남주야, 넌 좋겠다 영어 잘해서
(30대)남주샘은 영어 잘하니깐 너무 좋겠어요
(40대)남주님, 영어 잘하는 비결이 뭐예요?
맞다!
나는 영어를 싫어하지 않는다.
영어를 좋아한다.
나는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못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게 '영어'는 '좋아한다', '싫어한다'나 '잘한다, 못한다'라는 동사가 따라 붙는 '영어'가 아니다.
나의 영어 뒤에는 '한다'라는 동사가 따라 온다.
'나의 영어' 짝꿍은 '한다'!!
나는 영어를 한다.
한다는 것에는 다음의 동사가 포함된다.
영어 원서를 읽는다
단어의 뜻을 검색한다
영어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영어에 대해 살짝 궁금해한다
영어를 주제로 하는 글을 써 본다
영어 텍스트를 소리내어 읽어 본다
영어에 관해 새로 알게 된 내용을 알려준다
영어 관련 무료 강의가 있다고 하면 강의 신청을 한다
도서관 신착도서 중에서 영어 관련 책을 한 번은 꺼내 들춰본다
나의 영어는 늘 그냥 '하는 영어'였다.
그래서
영어를 좋아하는 이유에,
영어를 잘해서 좋겠다는 칭찬에,
영어를 잘하는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아니야..
뭘요..
그런가요?
글쎄요..
모르겠어...
라고 어정쩡한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영어를 하고,
내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만큼의 영어를 한다.
토플이나 토익 등의 영어 관련 시험을 한 번도 준비해본 적이 없다.
점수가 잘 나올 것 같지도 않고..
필요성도 못 느끼고..
재미도 없을거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보았던 유일한 공적인 시험은 대입을 위한 수능 영어였고, 거기서 만점을 받았다.
'수능영어만점'이라는 그 자부심(?) 하나로 만족하며,
지금까지 행복한 영어만을 추구하며 꾸준히 영어를 하고 있다.
<긴 인생을 위한 짧은 영어 책>(숲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 지음)이라는 책이 있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구입했다.
본문은 아직 읽지 못했다.
책 날개에서 이런 문장이 나온다.
영어를 도구로 끊임없이 실험하고 발견하며 지낸다.
영어 공부는 절대로 영어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장에 완전 감동을 받았고, 조금 바꿔서 나의 문장으로 만들었다.
영어 공부가 영어에서 멈추지 않기를....
영어에 대한 내 신념과 내 바람이 담긴 한 문장이다.
나의 '하는 영어'가 멈추지 않고 계속될 수 있는 이유는,
공부에서 멈추지 않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앞으로 영어와 관련하여 내가 들을 문장들은 어떤 문장이 될까?
(50대) ?
(60대) ??
(70대) ???
(90대) ????
다음 주 부터 NTB 열 번째 원서 <The Wild Robot_와일드 로봇>을 읽을 예정이다.
영어원서읽기로 인연이 된 분들이 떠오른다.
원서 구입 인증 사진을 공유하시는 분도 계시고,
한글책으로 벌써 다 읽으셨다는 분도 계시고,
영화를 보고 받은 감동을 책으로 다시 만나길 기다리고 계시는 분도 계시고,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일단 책만 구입하고 궁금증 한 가득 가지고 계신 분도 계신다.
새로운 분도 두 분이나 계신다. 이 두 분은 시조 작가라고 하신다.
시조와 원서의 조합이라니... 떨리고 설렌다.
나의 '하는 영어'를 재미나게 계속 할 수 있게 해 주시는 NTB 원서읽기모임 멤버분들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분들 덕분에 나의 '하는 영어'는 지금 이 순간에도 행복하다.
그리고, 나의 '하는 영어'에 모터를 달아주신 예슬님께도 감사드린다.
함성독서 NTB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