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노벨평화상 자랑)
개학하고 일주일을 보냈다.
바빴기 때문에, 정말 내가 해야할 것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었던 일주일이었다.
반 아이들이 방학동안 많이 변했을 것 같았는데, 개학날 만난 아이들에게 큰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수다스럽고, 놀기를 좋아했다.
여전히 예뻤고, 사랑스러웠다.
여전히 체육을 좋아했다.
다음주 종업식 전까지 매일 체육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한파가 시작되던 화요일부터 수,목, 금 4일 연속 운동장에서 체육을 했다.
추울수록 움츠려들면 안된다는 신조로 햇빛이 가장 따뜻한 마지막 수업시간에 운동장으로 나갔다.
40여학급이 있는 학교이지만, 추위로 어느 반도 나오지 않았다.
운동장은 그야말로 우리반의 독차지였다.
화요일에는 축구, 수요일에는 피구, 목요일에는 발야구를 했다.
그리고 오늘은 자유 체육을 했다.
무엇을 하든지 안전하게 신나게 놀면 된다.
공을 가지고 자기들만의 규칙을 만들어 노는 아이들,
운동장에 쌓인 눈 속에서 얼음을 캐는 아이들,
꽁꽁 얼어 스케이트장이 된 곳에서 미끄럼 타며 노는 아이들,
눈 터널을 만드는 아이들.
제각기 야외활동을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했다.
올해는 우리 반 아이들 덕분에 교사로서 참 행복했다.
20년 교사 생활을 하면서 최고의 아이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밝고 예의 바르고, 진실하고, 착하고, 배려를 잘 하고, 긍정적이고, 넓은 마음을 가진 아이들이 많았다.
2022년, 2023년을 돌아보며, 반 아이들의 구성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뼈저리게 느낀다.
지금 아이들과는 일 년을 또 하라고 해도 하고 싶다.
슬프게도 작년과 재작년에는 그러지 못했다.
작년에는 종업식을 하는 날 날아갈 듯 기뻤다.
재작년에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아이들이 많았다.
예전에는 모든게 교사의 능력이라 생각했고,
힘든 것은 절대적으로 교사 자신의 무능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바뀌었다.
교사의 역량과 무관하게 아이들 운도 있다는 사실.
좋은 아이들을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이유를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2025년에도 예쁜 아이들을 만나는 행운이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금 우리반 아이들에게 씌인 콩깍지가 새로 만나는 반 아이들에게 전달되길 빈다.
오늘은 수업이 끝나고 바로 조퇴를 했다.
집에 와서는 피곤함이 몰려와 한 시간 반 동안 낮잠을 잤다.
낮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첫째가 집에 와 있다.
오늘은 첫째 고1 아들의 종업식날이었다.
종업식 이벤트로 회장들이 반 아이들에게 상장을 주었다고 한다.
아들이 받아 온 상은 '노벨 평화상'이다.
보여주기식 행동이 아닌 마음에서 나오는 진정한 선행은
모두가 인정하는 밝은 빛이 되어
반을 비춰주었습니다.
앞으로도 밝은 모습 기대하며
위 상을 수여합니다.
2025년 2월 7일
우리집에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탄생했다!
경축할 일이다!!
아들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금요일 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금요일 밤
설거지도 내일로 미룰 수 있는 행복한 밤
주말 동안 읽을 책 생각에 그저 행복한 밤
그냥 자도 될텐데, 결국 글을 쓴 열정의 밤
한파도 뚫지 못하는 뜨거운 금요일 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