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여행기록
=첫째날=
부산으로 가족 여행을 왔다.
여행 전에 남편은 숙소를 예약했고, 나는 짐을 쌌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여행 전에 어디에서 무엇을 할지, 무엇을 먹을지 다 계획하고 출발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1. 숙소 예약 2. 짐 싸기
딱 이 두 개만 하고 출발해도 되니 참 좋다.
집에서 새벽 6시 20분에 출발했다.
낙동강의성휴게소에서 한 번 쉬었다.
차 안에서 부산 일정을 정했다.
"부산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뭐 할까?
아쿠아리움 갈까?"
"아니, 별로."
(애들 어렸을 때 아쿠아리움은 많이 가봤다)
"그럼 케이블카 어때?
바다 위를 지나가는 케이블카가 있대."
"그래, 좋아."
알아보니 인터넷으로 사전 예매를 하면 1인당 1000원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구입한 표는 당일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오늘 인터넷 예매를 해두고 내일 가는 방법도 있지만,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할인받는 걸 포기하고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곧장 향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
나는 '하려고 마음먹었으면 망설이지 말고 곧 행동으로 옮기라'는 뜻의 이 속담을 좋아한다.
11시 40분
송도 해상케이블카 타는 곳에 도착했다.
그리고 매표소에는 예상치 못한 대박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둥이 가족은 1인당 2000씩 할인이 된다는 거였다.
ㅎㅎㅎ
사전 예매보다 현장 예매로 할인을 더 많이 받은 셈이다.
날은 좀 흐렸지만, 사방이 탁 트인 케이블카 안에서 바다를 감상하기에는 충분했다.
바닥까지 투명한 크리스탈 케이블카를 탔더니 더 재미있었다.
날씨도 겨울 같지 않게 포근했다.
케이블카 종점에서 내려 바다를 옆에 끼고 따라 걷는 흙길도 좋았다.
암남공원 둘레길이었던 것 같다.
짧은 출렁다리도 지나고, 동백나무전망대까지 걸었다.
바다의 아름다운 풍경과 더불어 흙길까지 걸으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출발점으로 되돌아왔다.
주변에서 점심을 먹고 해운대에 위치한 호텔로 향했다.
송도에서 해운대로 가는 길에 차량이 많았다.
부산은 평지보다는 언덕이 많은 것 같다.
숙소에 짐을 풀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저녁은 '베지나랑'이라는 채식식당에서 먹었다.
식당 주변에 주차할 곳이 없어서 주차하기가 힘들었다.
주문한 음식(두부까스, 이보카드롤, 버섯탕수육, 볶음국수)은 모두 맛있었다.
저녁을 먹고 다시 돌아온 호텔 주차장은 만차였다.
숙소 근처 공영주차장에 주차했다.
(24시간 15000원이었다)
저녁 9시
숙소 근처의 루미나리에 길과 시장골목, 그리고 해운대를 산책했다.
밤이지만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중국 관광객도 많이 보였다.
씨앗호떡, 구슬 떡볶이 등등의 가게 앞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우리는 걸으면서 구경만 하고 내일 밝을 때 사람이 별로 없을 때 사 먹어보기로 했다.
해운대 비치에는 빛으로 다양한 설치미술을 해 놓았다.
해운대 야경은 화려했다.
화려한 불빛의 건물들과 마주하고 있는 새까만 바다와 하얀색 파도는 전혀 다른 세계 같았다.
가까이 다가가기 전까지는 파도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밤의 요란함을 뒤로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둘째 날=
우리는 해운대블루스토리호텔에서 2박을 했다.
남편이 이 호텔을 선택한 이유는 조식 포함 1박에 약14만원이라는 특가 상품이 있었기 때문이다.
호텔 조식 먹기는 둘째의 위시리스트 중 하나였다.
객실도 마음에 들었고, 조식도 한식 뷔페로 맛있었다.
둘째 날 일정은 블루라인파크 해변열차를 타는 것이었다.
주차가 힘들었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11시 30분
블루라인파크 해변열차를 타는 곳 청사포역 도착
출발할 때는 비가 조금씩 내렸는데, 청사포역에 도착하니 비가 그쳤다.
청사포역에서 해변열차를 예매하려고 하니 실시간 매진이 계속 되었고, 표를 구입하는 줄도 많았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표를 예매한다고 해도 기차를 타려면 대기시간이 1시간도 훨씬 훨씬 넘어야할 거 같았다.
그래서 해별열차는 깔끔하게 포기했다.
요금이 훨씬 비싼 캡슐열차도 한 번 타볼까 기웃거렸지만, 캡슐열차는 최대 4인까지라고 해서 이것도 깔끔하게 포기했다.
우리처럼 아이가 셋인 가족은 송도 해상케이블카처럼 할인 혜택을 받는 경우도 생기고, 캡슐열차처럼 4인까지만 탈 수 있는 상황에서는 단점이 되는 경우도 있다.
청사포역을 나와 우리는 쌍둥이 등대(빨간색 등대, 흰색 등대) 중 빨간색 등대까지 걸어갔다.
이 때 비가 조금 내려서 우산을 폈는데
강풍에 우산이 시원하게 한 번 뒤집어졌다 다시 돌아왔다.
우산을 같이 쓰고 있던 셋째랑 깔깔깔거리며 한참을 웃었다.
등대 주변을 둘러보고 둘째의 리드로 다섯 명이 처음으로 함께 즉석사진을 찍었다.
처음엔 우리 부부 찰칵, 그 다음엔 첫째가 들어오고 찰칵, 그 다음에 둘째가 들어오고 찰칵, 마지막에는 셋째가 들어오고 찰칵, 아이들 세 명만 찰칵...
이런 시나리오로 찍어야한다는 둘째의 고견을 그대로 따라 열심히 찍었다. 그 중 잘 나온 사진 네 컷을 선택했다. 우리 가족의 추억이 가득 담긴 예쁜 사진이 탄생했다.
사진을 찍고 나와서 숙소가 있는 해운대로 돌아가려고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그런데 해변열차가 다니는 기차길 바로 옆으로 데크길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 길로 한 번 가보자고 일단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걷기 시작해서
청사포 정거장 - 다릿돌전망대 - 구덕포 - 송정 정거장까지
해별열차길 옆의 길을 따라 3km 정도 걸었다.
걷는 중 만나게 되는 다릿돌 전망대는 정말 멋있고 아름다웠다.
다릿돌전망대의 유리 길을 걸으며 발 밑 바다를 감상하기도 하고, 고개를 들어 먼 바다를 감상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해변열차를 포기한 것!
캡슐열차를 탈 수 없었던 것!
모두 다행이다.
결과적으로 돈도 절약했고, 걷기 운동도 했으며, 걸으면서 대화도 더 많이 하고, 아름다운 경치도 더 오랫동안 눈에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열차를 탔더라면 햇빛이 좋아서 바닥에서 뒹구는 고양이도 못 만났을거다
송정 정거장 옆 데크길을 빠져나와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해운대백병원역에서 내렸다.
다른 버스로 갈아타고 해운대로 갔다.
행복한 뚜벅이 일정이었다.
3시. 해운대 도착
겨우 이틀째인데 숙소가 있는 해운대가 마치 우리 동네 같았다.
늦은 점심을 위해 어젯밤에 가보기만 했던 시장골목으로 갔다.
부산명물이라고 하는 씨앗호떡과 구슬 떡볶이, 오뎅을 샀다.
씨앗 호떡은 외국인 직원 세 명이 만들어 팔고 있었다.
추측하건대, 방글라데시 사람인 거 같았다
반죽을 동그랗게 만들어 기름 두른 팬에 올리는 사람.
팬 앞에서 알맞게 누르고 뒤집어 호떡 모양을 만드는 사람.
호떡 가운데를 자르고 그 안에 여러가지 씨앗을 넣고 종이에 싸주는 사람.
마지막 사람이 계산까지 맡아서 하고 있었다.
그 과정을 지켜 보고 서 있으니 대기시간도 그리 지루하지는 않았다.
계산까지 하는 사람의 구수한 부산 사투리도 들을 수 있었다.
반복되는 작업으로 모두 피곤해보이긴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기농 빵집 '도현당'에서 찹쌀 도너츠(4+1)를 샀다.
해변길 산책 후 숙소에서 먹는 점심은 꿀맛이었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각자의 시간을 가지며 휴식을 취했다.
나는 토지 11권을 읽고 낮잠도 잠깐 잤다.
요리와 설거지가 없는 여행은 진짜 최고다.
저녁은 육식파와 채식파로 나누어 먹었다.
나와 첫째는 인도음식을 먹었고, 남편과 둘째, 셋째는 보쌈을 먹었다.
'로얄 인디아'라는 인도 음식점에 갔다.
음식점에는 인도인 한 커플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인도 사람이 주문을 받았다.
스프, 그린 샐러드, 야채 브리야니, 차나 마살라(병아리콩 커리)를 주문했다.
음식은 모두 맛있었다
특히, 병아리콩 카레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카레를 주문하면 밥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추가로 밥을 주문했다.
나와 첫째는 저녁을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육식파와 채식파 모두 만족스러운 저녁이었다.
친정도 아닌, 시댁도 아닌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설 연휴를 시작했다.
앞으로 고2가 되는 첫째와 여행 떠나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즐거운 가족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