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냄새에 대한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으나 정작 자신은 아무런 냄새도 가지지 못한,
한 악마적 천재의 기이한 일대기를 그린 작품.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장편소설『향수』이다.
분명 대학생 때(?) 읽었지만...
자세한 내용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다만, 사람에게는 누구나 특유의 냄새, 향기가 있다는 사실을 나에게 처음으로 일깨워 주었다는 것과 어떤 사람이 아무런 냄새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발상 자체가 놀라운 충격이었다는 것, 그리고 나에게는 어떤 냄새가 날까? 도 매우 궁금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이 인물이 태어난 곳은 생선 비린내로 가득한 시장 바닥이었고...
제목이 냄새도 아니고, 향기도 아니고 <향수>이고..
산 둘레길을 걷다보면 타인과 좁은 길에서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매우 가까이 스쳐 지나갈 수 밖에 없다.
본의 아니게 냄새를 맡게 된다.
그 때마다 '나는 어떤 냄새를 풍기고 있을까?' 생각한다.
3층에 노부부가 살고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변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한동안 만나는 경우가 드물었다.
재활용 버리는 날인 오늘, 3층 할아버지를 1층에서 만났다.
엘리베이터에 함께 타는 순간 할아버지의 냄새가 훅 들어왔다.
코 속으로 들어오는 향기에 순간 너무 깜짝 놀랐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정말 똑같았다. 진짜 진짜 똑같았다.
할아버지는 2013년 94세에 돌아가셨다.
대구에 사셨기 때문에 명절에만 뵐 수 있었다.
경찰관이셨다.
할아버지의 직업 때문에 친정아버지는 초등학생 때 6번 이사를 다니셨다고 하셨다.
늘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고 계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매일 새벽 산책을 나가셨다. 매일 일기를 쓰셨다. 매일 팔 돌리기 운동을 하셨다.
나의 멋진 이름도 할아버지가께서 정해주신 걸로 알고 있다.
중3때 할머니 할아버지를 따라 작은아버지 가족이 살고 있던 미국으로 한 달 여행도 갔었다.
남편이 처음 할아버지할머니 댁에 방문했을 때 할아버지랑 나랑 정말 똑같이 닮았다고 했다.
김종철 할아버지.
3층 할아버지를 오며가며 자주 뵙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