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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J 남주 Jan 30. 2024

특별한 그 분

66일 글쓰기 챌린지 9일차

오늘자 한국경제신문 8면에 나온 기사는 나에게 특별한 사람을 떠올리게 했다.

중앙아메리카의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에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포스코이앤씨,현대엔지니어링)이 파나마 메트로 3호선을 건설하고 있다. (24.1.30)

바로 나의 친정 아버지이다. 

전기공학을 전공하신 아버지는 엔지니어시다. 

현대건설에 근무하시면서 해외 현장에 오래 계셨다. 

초등학생 때까지 아빠하면 떠오르는 모습은 공항에서 큰 집들을 실은 카트를 밀며 입국장으로 나오는 모습이다. 중동의 레바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지에서 근무하셨다. 6개월 또는 1년에 한 번씩 한국으로 휴가를 나오셨다. 아빠가 귀국하는 날에는 엄마랑 동생이랑 공항에 나갔다. 그 당시에는 김포공항이다. 핸드폰이 없었던 시대. 입국장 앞에서 전광판만 바라보며 무조건 기다렸다. 전광판에는 비행기가 도착했다고 했는데 입국 절차가 까다로웠는지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했다. 게이트 문이 열릴 때마다 아빠인가 기대했다. 혹시 서로 놓칠까봐 게이트 앞을 떠날 수 없었다. 기다림이 길어지면 엄마, 나 동생이 번갈아 가며 게이트 가까이에 서서 기다렸다. 그 기다림이 참 지루했던 기억이 있다. 예쁘게 차려 입고 간 원피스와 하얀 스타킹이 불편했던 기억도 있다. 12월에는 항상 '남주 보거라!' 로 시작하는 크리스마스 카드도 보내오셨다. 어떤 크리스마스에는 산타인형도 보내 오셨다. 중동에서 날아온 산타는 뭔가 좀 어색하고 전혀 에쁘지 않은, 말그대로 못생긴 산타였다. 휴가 오실 때면 바나나도 가지고 오셨다. 그 당시에는 정말 귀했던 바나나다. 


올해 75세이신 나의 친정 아버지는 지금도 공사 현장에 계신다. 

기술자격증이 있고, 현장 경험이 많으시다보니 전기회사에 소속되어 전국의 현장으로 다니신다. 

공사 규모에 따라 6개월 또는 3개월 또는 2개월 현장에 머무르며 전기 파트를 담당하신다. 

주말인 금요일 밤에는 친정집에 오시고 토요일, 일요일을 보낸 후 월요일 아침 일찍 다시 현장으로 가신다. 

엄마가 만들어주신 일주일 분 음식을 차에 가득 싣고 가신다.     


친정아버지께서 이번에 중학교를 졸업한 첫째에게 졸업 선물을 보내셨다. 

인터넷 쇼핑을 잘 못 하시는 아빠이시다. 쿠팡에서 졸업선물로 추천해서 주문했다고 하셨다. 

서울대학교 문구 세트였다. 평소에는 별로 표현하지 않는 할아버지의 손주에 대한 사랑느껴졌다.

35년 전 중동에서 보내신 산타 인형에 담긴 딸에 대한 사랑도 함께 담겨 있는 졸업 선물이다.


손주들을 향한 사랑과 딸을 향한 사랑을 은은하게 보여주시는 친정아버지. 

나의 친정아버지에 대한 사랑도 그에 못지 않게 은은하다.  


건강하게 즐겁게 일하시는 아버지가 자랑스럽다. 

그의 딸로, 나는 오늘도 열심히 하루를 보냈다.

30년 후에 우리 아이들이 나를 자랑스러워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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