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J 남주 Jan 08. 2023

I'm ready!!

매일 같은, 매일 다른


현관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맨날 신고 다니는 자주색 운동화를 오늘도 신고 있다. 남편이 인터넷으로 주문해 준 신발이다. 유명 브랜드 신발이 아니다. 옆에는 내 것과 똑같은 디자인에 색깔과 사이즈만 다른 검정색 아들의 운동화가 있다. 나이키, 퓨마, 아디다스, 필라, 스케쳐스, 다스커버리.... 다 필요 없는 우리 집 중딩. 그냥 신발이면 된다.

신발 위에는 3년째 입고 있는 기모 회색 츄리닝 바지가 무릎 아래로만 조금 보인다. 겉옷은 2021년 1월에 봄을 준비하는 옷 가게에서 60프로 할인된 가격에, 다음 해 겨울을 위해 구입한 구스 롱패딩을 입고 있다. 롱패딩 안의 윗 옷은 안 보인다. 내가 뭘 입고 있었더라? 집에서 있던 그대로. 내복 위에 실내복, 그 위에 조끼. 롱패딩만 입으면 안은 다 가려지니 뭐든 괜찮다. 머리는 벌크로 사서 하나씩 꺼내 쓰는 검정 머리끈으로 한번 질끈 묶었다. 이 머리도 곧 헤어디자이너의 손에 맡겨질 때가 다가온다. 나는 일년에 딱 한 번.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 2월에 미용실에 간다.

그리고 5년째 쓰고 있는 안경을 한번 만져 본다.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7살 때부터 쓰고 있는 안경. 이번에 안경을 한 번 바꿔볼까 생각 중이다. 마지막으로 화장 안 한 맨 얼굴로 외출할 때 끼는 검정색 마스크. 완벽하다.


외출 시 거의 변함없는 내 모습과 달리, 단 하나 매일매일 변하는 것이 있으니 그 건 내 손에 들고 있는 책들. 다 읽고 인스타에 인증한 책, 시작은 했지만 별로 읽고 싶지 않아 덮은 책, 아예 시작도 못 했지만 오늘까지 반납해야 하는 책들이다. 우리 집에서 도서관은 말 그대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다. 네이버 지도에서 검색하면 117m 거리이다. 정말이지 엘리베이터 탑승 시간, 계단을 올라가는 속도, 신호등에서의 기다림 등등의 변수를 최대한 고려한다고 해도 3분이면 도서관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동네 곳곳에 있는 작은도서관도 아니고 구립도서관이다. 나는 맥세권, 스세권보다 '도세권' 좋은 내 집이, 늘 그렇듯이, 오늘도 너무 좋다.


I'm ready to go to the library.


작가의 이전글 My Weakness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