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은, 매일 다른
현관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맨날 신고 다니는 자주색 운동화를 오늘도 신고 있다. 남편이 인터넷으로 주문해 준 신발이다. 유명 브랜드 신발이 아니다. 옆에는 내 것과 똑같은 디자인에 색깔과 사이즈만 다른 검정색 아들의 운동화가 있다. 나이키, 퓨마, 아디다스, 필라, 스케쳐스, 다스커버리.... 다 필요 없는 우리 집 중딩. 그냥 신발이면 된다.
신발 위에는 3년째 입고 있는 기모 회색 츄리닝 바지가 무릎 아래로만 조금 보인다. 겉옷은 2021년 1월에 봄을 준비하는 옷 가게에서 60프로 할인된 가격에, 다음 해 겨울을 위해 구입한 구스 롱패딩을 입고 있다. 롱패딩 안의 윗 옷은 안 보인다. 내가 뭘 입고 있었더라? 집에서 있던 그대로. 내복 위에 실내복, 그 위에 조끼. 롱패딩만 입으면 안은 다 가려지니 뭐든 괜찮다. 머리는 벌크로 사서 하나씩 꺼내 쓰는 검정 머리끈으로 한번 질끈 묶었다. 이 머리도 곧 헤어디자이너의 손에 맡겨질 때가 다가온다. 나는 일년에 딱 한 번.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 2월에 미용실에 간다.
그리고 5년째 쓰고 있는 안경을 한번 만져 본다. 평소에는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7살 때부터 쓰고 있는 안경. 이번에 안경을 한 번 바꿔볼까 생각 중이다. 마지막으로 화장 안 한 맨 얼굴로 외출할 때 끼는 검정색 마스크. 완벽하다.
외출 시 거의 변함없는 내 모습과 달리, 단 하나 매일매일 변하는 것이 있으니 그 건 내 손에 들고 있는 책들. 다 읽고 인스타에 인증한 책, 시작은 했지만 별로 읽고 싶지 않아 덮은 책, 아예 시작도 못 했지만 오늘까지 반납해야 하는 책들이다. 우리 집에서 도서관은 말 그대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다. 네이버 지도에서 검색하면 117m 거리이다. 정말이지 엘리베이터 탑승 시간, 계단을 올라가는 속도, 신호등에서의 기다림 등등의 변수를 최대한 고려한다고 해도 3분이면 도서관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동네 곳곳에 있는 작은도서관도 아니고 구립도서관이다. 나는 맥세권, 스세권보다 '도세권' 좋은 내 집이, 늘 그렇듯이, 오늘도 너무 좋다.
I'm ready to go to the libr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