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디지털화폐, 과연 어떤 목적인가?
Author’s Note:
이 글은 중국 CBDC에 대한 바이낸스 보고서 및 언론보도된 인민은행 측 주요 인사의 발언 내용들을 바탕으로 쓰였다. 예상에 불과하므로 실제 중국 CBDC가 나왔을 때의 모습과 다를 수 있음을 서두에 밝힌다. 공개된 정보만으로 중국 CBDC가 어떠한 모습을 가질 것이며 그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 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인민은행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디지털화폐를 어떤 형태로 발행해야만 할지에 대해서 서술하겠다.
양화인 금을 구축한(=밀어낸) 것은 지폐였고 양화인 지폐를 구축해 낸 것은 예금통화다. 사람들은 화폐에서 가치저장의 기능보다 교환의 매개를 얼마나 손쉽게 하는지, 즉 사용성이 더 우수하다면 가치 보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더라도 악화를 선택했다.
저축의 대상으로서의 지폐, 지급결제의 수단으로서의 지폐 모두 예금통화에 상대적인 열위를 가진다. 그 이유는 사용성이고 예금통화의 사용성은 수탁을 통한 “보관의 번거로움”으로부터의 해방과 21세기 들어서는 “디지털화”가 사용성을 더했다.
사실상 디지털화된 화폐인 예금통화로 저축과 지급결제를 모두 다 하는 마당에 CBDC의 발행이 “디지털화에 의한 소비자 편의”의 가치를 능가해야 발행의 당위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민은행 측에서도 확실히 하고 있다고 보인다. 이점에 있어서 디지털화와 블록체인을 구분하지 못하는, 정부의 프로젝트를 포함한 전 세계의 수많은 유명인사보다도 인민은행은 앞서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인민은행 디지털 화폐 기획자들의 우수함으로 미뤄볼 때 바이낸스 보고서나 그동안 대중에게 공개된 정보 이상의 핵심 계획을 가지지 않았을까도 싶다. 그러나 그런 것이 있다 하더라도 지금 그 생각을 유추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바이낸스의 보고서가 묘사한 중국 CBDC 및 언론보도를 기준으로 분석한다.
다시, 사용성이 좋은 악화가 사용성이 나쁜 양화를 대체했다는 말이 중국 CBDC와 무슨 상관이라는 말일까? 그 이유는 이렇다. 바이낸스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 CBDC는 M0로서 민간주체인 개인과 기업이 사용할 수 있으나 동시에 기존 금융 시스템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아래와 같이 이중 레이어로 관리된다고 한다.
이 말인즉슨 민간은 CBDC와 상업은행의 신용창조에 의해 만들어진 디지털 통화를 현재 지폐와 예금통화를 사용하는 비중과 비슷한 비중으로 둘다 사용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 생각은 순진하기 그지없다. 악화가 양화보다 더 많이 사용되는 까닭은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사용성 때문인데 디지털화를 통해 사용성면에서 신용창조로 만들어진 통화와 동일해진 M0(CBDC) 대신 신용창조에 의해 만들어진 통화를 선호할 이유에 뭐가 있다는 말인가? 모든 사람이 CBDC를 더 선호하게 될 테고 그에 따라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
상업은행은 이자를 주지만 CBDC는 이자를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이자를 많이 주는 제2금융권과 이자가 적은 제1금융권 중에 어느 쪽을 사람들이 더 많이 이용하는지를 생각해본다면 이자의 발생여부가 문제의 해결책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해당 방식의 이중 레이어는 상업은행의 경쟁력 약화를 막을 수 없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상업은행의 역할을 부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강제적인 정책을 시행하게 만들어 강제력 사용에 따른 새로운 비효율을 낳을 뿐이다. 예를 들어 상업은행을 위한 강제적인 정책은 이런 것을 상상해볼 수 있다.
– 민간은 외국인만 CBDC를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인민은행이 바이낸스 보고서대로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CBDC를 발행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면 상업은행의 역할을 부지함과 동시에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 중 제일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중국인들이 불법적으로 CBDC를 보유하려는 욕망을 억제하기 위한 규제비용이 발생하며 CBDC를 들여올 능력이 없는 빈곤층의 경우 악화를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혹여나 중국 정부가 위안화의 국제화라는 목적 때문에 CBDC에 익명성을 부여하기라도 한다면? 그에 따라 국내의 CBDC 반입을 막는 데 실패하거나 방치하게 된다면? 프리미엄이 붙은 CBDC를 저가에 매수한 부유층에 비해 뒤늦게야 CBDC를 매수할 빈곤층은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능력에 따라 누구는 양화를 갖고 누구는 악화를 갖는다면 이는 사회 문제로도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암호화폐가 국경을 자유자재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것이 아직도 혁명적인 ‘기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암호화폐는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의 탈중앙성때문에 근본적으로 정부가 전혀 통제할 수 없다고 믿는 사람이 있는가? 암호화폐 업계에 퍼져있는 가장 헛된 소문이 바로 이것일 것이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에 대한 환상이 규제기관의 눈을 가려 ‘잠시’ 규제를 회피하고 있을 뿐이다. 공장화된 비트코인 채굴장을 폐쇄하고 그 안의 노드들로 하여금 비트코인 시스템을 공격하게 한다면? 암호화폐로 지급결제를 하는 것을 불법무기거래에 준하는 수준으로 금지한다면? 국가는 마음만 먹으면 비트코인을 감옥에 가두거나 geek들의 장난감으로 되돌릴 수 있다. 국경 없는 자본이동을 끝없이 갈망하는 기업에 정부가 상당 부분 포섭된 시대에 그런 마음을 꼭 먹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문제일 뿐.
암호화폐가 더욱 크게 촉발시킬 ‘국경 없는 자본의 이동’이라는 문제는 아직 수면위로 오르지 않았다. 블록체인에 대한 환상이 사라지고 나면 국경 없는 자본의 이동이라는 문제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각국 정부와 기업이 발행한 화폐가 경제의 일부를 이루고 있어 흐름을 되돌리기 어려워졌을 때라고 본다. 그러나 아직은 암호화폐의 실체가 명확하게 인지되지 않기 때문에 각국의 규제기관조차 암호화폐가 국경 없이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CBDC를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했을 때 목적을 더 쉽게 달성 할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각국의 정부나 기업이 국제 시장에서 경쟁하고자 발행한 디지털 화폐들이 영향력을 두고 싸울 때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것보다는 아직 블록체인에 대한 헛된 편견이 눈을 가리고 있을 때 견제를 훨씬 덜 받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만약 인민은행이 블록체인 사용하지 않고 CBDC를 발행한다면? 인민은행의 노골적인 야망은 그 어떤 방패막도 없어져 힘든 싸움을 하게 될 것이다. 블록체인을 사용하지 않을 때 외국의 정부가 곧바로 중국 CBDC의 저지 작업을 시작하겠지만, 블록체인을 사용하게 된다면 어리석은 외국의 정부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중국이 블록체인이라는 검증되지 않는 기술에 ‘실험’을 한다고.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지켜봐도 된다’고.
정말 인민은행이 위안화의 국제화라는 야망을 달성코자 한다면 일단은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확장성의 부족이라는 문제는 허가형 블록체인을 사용해서 해결 할 수 있다. 인민은행이 지정한 몇 개의 은행들만 노드에 참여하게 하면 확장성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면서 동시에 블록체인이라는 야망의 가림막을 세울 수 있지 않겠는가?
– NFC 결제 방식
얼마전 무장춘(穆长春) 중국 인민은행 디지털 화폐 연구소 소장이 중국 CBDC는 “NFC방식을 통해 인터넷 연결 없이 사용할 수 있다”며 이는 “리브라에 없는 기능” 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혹자는 토큰의 발행과 관리를 중앙화된 데이터베이스에서 하고 거래는 NFC방식으로 불완전하지만 익명 거래를 지원하므로 블록체인은 필요치 않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인민은행이 밝힌 바에 의하면 디지털 위안화의 거래는 지갑 어플이 휴대폰에 있다면 휴대폰의 NFC 기능을 이용하여 어플과 어플이 토큰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 기능‘도’ 제공하는 것인지 그런 기능이 핵심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핵심기술이든 아니든 블록체인에서 토큰이라는 아이디어를 차용하여 애플페이의 암호화된 NFC 거래 방식에 결합한 신박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신박한 것은 신박한 것일 뿐, 블록체인이라는 방패막을 버리고 맨몸으로 다른 나라의 정부를 도발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위안화의 발행목적 중 가장 크다고 여겨지는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리하다는 것을 위에서 서술했다. 국제화는 중국 CBDC가 목적하는 바가 아니며 중국 국내에서 리브라를 견제하기 위해 CBDC를 발행하기 때문에 NFC 결제방식의 도입만으로 충분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NFC 결제 방식이든 아니든 리브라의 중국 내 사용을 방지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굳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필요가 없다. 이미 현금 없는 사회로 상당히 진행된 중국에서 중국인들이 자신의 자산을 인민은행이 중국 CBDC의 견제 대상이라고 밝힌 리브라로 변환한다면 그 이유에는 위안화보다 양화로 여겨지는 달러화에 대한 수요, 페이스북 플랫폼이 제공할 수 있을 법한 혜택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이유인 달러 보유 수요 때문에 중국인들이 리브라 등의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를 사용할 수 있긴 하다. 그러나 이미 중국인들이 텐센트페이나 알리페이를 사용하여 편리한 위안화 거래를 하고 있는 상태에서 중국 정부가 중국기업들이 리브라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아주 단순한 방법을 통해 리브라를 금지한다면 사용성이 낮은 양화보다 사용성이 좋은 악화인 위안화를 쓸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페이스북 플랫폼이 갖고 있는 영향력에 대한 방어적 목적으로 중국 CBDC의 발행의 당위를 이야기하곤 한다. 심지어 인민은행까지도 말이다. 그러나 이건 정말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 페이스북 사용이 막혀있는 중국에서 페이스북의 플랫폼이 가진 국제적 영향력이 중국 내에서 리브라를 범용화할 것이기 때문에 화폐 제도의 근간을 흔들지도 모를 CBDC를 발행하겠다는 말을 믿으라고? 인민은행이 리브라를 견제한다면 그건 국내가 아니라 국외에서 일 것이고, 그렇다면 절대 방어적 목적이 아니라 다분히 패권적인 목적이다. “방어용”이라는 말은 역사적으로 도발을 정당화하는 뻔한 핑계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 스테이블코인은 투기 공격에 취약하다?
중국 CBDC가 지폐를 ‘대체하는’ M0이라는 주장과 지폐 위안화에 1:1로 페깅되는 법정화폐 담보형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주장이 한 보고서에 같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블록체인 업계가 얼마나 정리 안 되는 혼란 속에 처해 있는지 알 수 있다. 일단 여기서는 후자의 경우를 전제하고 스테이블코인이 투기 공격에 취약하다는 일부의 지적을 반박한다. 스테이블코인이라고 불리는 여러 코인이 스테이블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 지적은 상당히 시의적절하고 스마트하다. 그러나 투기 공격에대한 취약성이 스테이블코인에 근본적으로 내재한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이렇다. 투기 공격의 가능성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주된 근거는 90년대 초 조지 소로스의 파운드화 공매도 사건이다. 그러나 당시 파운드화 고정환율제는 고정 대상인 마르크화와 상하 6%이내의 변동성을 허용했다. 이상하지 않은가? 거래소가 입출금을 닫아놓으면 거래소 간 가격 차이가 생기긴 하지만, 그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닌 대부분의 거래소에서 만약 어떤 동일한 코인이 항상 거래소에 따라 몇퍼센트의 가격 차이가 난다고 가정해보자. 누구나 차익거래(arbitrage)를 통해 짭짤한 수입을 얻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은 없다. 전 세계 도처의 차익거래자들과 봇이 이미 거래소간의 시세를 맞춰 놓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포인트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갖는 변동성은 차익거래에 장애물이 있다는 증명이다.
그 장애물은 ‘자유롭지 못한 태환’으로, 테더를 대표적으로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을 살펴보면 테더는 결코 USD와 즉각적인 태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은행 예금 계좌와 코인지갑이 연결되어있어 버튼을 한번 누르는 것만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은행 예금으로 태환할 수 있다면? 차익거래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변동성은 0에 수렴하게 되고 투기적 공격은 전 세계에 포진한 차익거래자들에 의해 즉각적으로 저지당할 것이다. 즉, 거래소가 입출금을 닫는 등의 문제로 ‘자유로운 화폐의 이동’에 방해를 받지 않는 상태에서 ‘자유로운 태환’이 보장된다면 스테이블코인의 변동성은 0에 수렴하게 될 것이다.
인민은행은 블록체인을 쓰냐 안 쓰냐 고민할 게 아니라 중국이 국경 없는 자본의 이동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외국인만 CBDC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규제 비용과 리스크를 발생시킨다.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 다른 나라에서 국경 없는 자본의 이동을 가능케 하는데 성공했다면, 그 압력이 중국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결국 인민은행이 고민해야 할 문제는 여기에 있다. 국경 없는 자본의 이동이라는 사용성을 무기로 위안화를 국제화하는 데 성공한다면, 그 후에 맞이하게 될 되돌림을 감당하거나 막을 자신이 있는가? 되로 주고 말로 받을지 모르는 상황을 예상하고 있는가?
언론에 나온 자료를 바탕으로 중국 CBDC에 대해 작성해보았다. 플랫폼의 영향력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막대한 예치금의 물리적 존재를 가진 은행을 페이스북 등의 기업이 이기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달러화의 패권 문제라든가 기업이 발권능력을 갖는 데서 오는 문제라든가 보다 개인정보라는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덜한 문제 때문에 요란하기 짝이 없는 리브라보다 JPM 코인이나 중국 CBDC에 관심이 더 가는 편이다.
바이낸스 보고서가 인민은행의 의중을 잘 파악했고 인민은행에게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핵심계획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면 이글이 약간의 의미나마 가질 수 있겠지만, 2017년 중반에 블록체인 기반의 CBDC를 계획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다른 국가나 국제기관의 주요 인사들조차 구별하지 못하는 디지털과 블록체인의 차이를 명확히 간파해낸 듯한 인민은행이라면 생각지 못한 솔루션을 들고나올지도 모르겠다. 그저 그런 뻔한 솔루션일지도 모르지만… 하여튼, 중국 CBDC에 대한 공식 문서가 어서 나와 훌륭한 인사이트를 줄수 있길 기대한다.
본 콘텐츠는 블록체인 인사이트 미디어 '노더'에 기고된 글입니다.
https://noder.foundation/chinese-cbd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