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미디어가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전문 미디어, 전문 매체는 많다. 의료, 물류 등 산업 관련 분야는 물론이고 육아, 여행 등 생활에 밀접한 분야에도 전문 미디어가 있다. 하지만 분야 당 두세 개 정도의 미디어만 있는 게 일반적이다. 블록체인처럼 분야 자체가 초기단계인데도 전문 미디어가 수십 여 개에 달하는 것은 매우 특수한 경우다.
블록체인 미디어가 많아진 이유는 단순하다. 블록체인이 하나의 산업에만 적용되는 기술이 아니라 금융, 유통, 헬스케어, 심지어는 게임까지 다양한 분야에 접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취재할 수 있는 범위가 넓고, 다룰 수 있는 기사가 많다. 2000년대 초반 IT 전문 미디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과 같은 이유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 등장했던 수많은 IT 미디어들이 모두 살아남은 것은 아니다. 그들 모두 미래 지향적인 기사를 썼고 마침내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는 그 ‘미래’가 왔지만, 모든 IT 미디어가 밝은 미래를 누리지는 못했다. IT 기업들의 커뮤니케이션 창구가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IT 기업들의 지배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영향력 있는 미디어의 기준을 결정하는 존재는 다름 아닌 ‘네이버’와 ‘다음’이다.
IT 기술은 계속 진화했음에도 불구, 미디어 콘텐츠는 함께 진화하지 못한 탓도 크다. IT를 취재 대상으로만 생각했을 뿐 미디어가 IT 업계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바는 크지 않다. IT 미디어 타이틀을 들고나온 매체 대부분이 택한 수단은 여전히 ‘종이 신문’이었으며 2010년대에 와서야 온라인 전용 매체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블록체인 미디어들이 이 같은 상황을 답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블록체인 미디어가 ‘업계의 커뮤니케이션 창구’라는 본연의 역할을 잃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브랜드가 곧 미디어가 되는 시대다. 예전에는 기업들이 미디어 없이 고객과 소통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페이스북 페이지, 인스타그램 계정은 물론 포털사이트 블로그, 미디엄까지 동원해 기업 소식을 알린다. 오히려 기자들이 기업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을 참고해 기사를 작성한다.
하지만 이는 브랜드 채널을 운영할만한 인력과 자본이 있는 기업들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스타트업이 대부분인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에게는 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필요하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생태계엔 기업의 정보 공시에 관한 규제가 없다는 점도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을 보탠다. 이 역할을 미디어가 맡는 게 중요하다.
더불어 블록체인 업계의 발전에 따라 미디어 콘텐츠도 진화해야 한다. 암호화폐 가격이 왜 오르고 떨어졌는지, 누가 가격을 어떻게 전망했는지 등에 관한 기사는 지나치게 짧은 흐름의 기사다. 블록체인을 단순 취재 대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의 파급력을 심도 있게 다루고 나아가 기술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해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를 활용하는 것도 콘텐츠 진화를 위해 고려해볼만한 방법이다. 한 블록체인 기반 SNS 프로젝트로부터 “디앱에 기사를 올리고, 기자 개인이 독자로부터 토큰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 디앱 개념이 일반 독자에게 익숙지 않은 만큼 현재 시점에선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지만, 이 같은 방법들을 생각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탈중앙화 생태계에서 미디어를 컨트롤하는 중앙화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에 미디어 스스로 콘텐츠 진화 방안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본 콘텐츠는 블록체인 인사이트 미디어 '노더'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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