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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더 Oct 07. 2019

940억 주고 피자 두 판 사먹은 사연

데이터 쪼가리를 받고 피자 두 판을 판 사람은 왜 그랬을까?

이 글은 로스 울브리히트(Ross Ulbricht)가 옥중에서 작성한 Bitcoin Equals Freedom을 번역한 콘텐츠이다. 본 콘텐츠에 들어가기에 앞서 로스 울브리히트가 어떤 인물인지 간단히 알아보자.


로스 윌리엄 울브리히트

비트코인에 대해 공부를 해 본 사람이라면 실크로드(Silk Road)라는 단어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실크로드는 유저의 프라이버시에 중점을 둔 전자상거래 사이트였다. 실크로드의 창시자가 바로 로스 울브리히트이다. 로스 울브리히트는 당시 26살의 이상주의자이자 자유지선주의자로서 프라이버시와 자유 시장을 꿈꿔왔고, 비트코인으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사이트를 개발했다.


하지만 사이트의 특성상 국가의 입장에서 불법적인 물품들도 교환되었고 FBI에 의해 체포된 후 2번의 종신형과 40년 형을 선고 받았다. 즉, 가석방 없는 종신형인 것이다. 하지만 직접 물품을 사고팔지도 않고, 어떠한 피해도 공식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채 사이트 개발에 대한 책임으로만 너무 큰 벌을 받고 있다. 한편, 현재 #FreeRoss라는 캠페인명 하에 로스의 감형과 자유를 촉구하는 전 세계적인 청원이 진행 중이다.



비트코인은 자유다

by Ross Ulbricht


사토시가 우리에게 비트코인을 선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그리고 많은 사람이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던 신비한 일이 발생했다. 비트코인으로 아무것도 사지 못했던 시절, 비트코인의 환율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혹은 비트코인이 도대체 무엇인지 아무도 모르던 시절을 상상해보라. 비트코인은 돈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비트코인은 비트코인 탄생 이전의 여러 돈과는 다른 방식으로 돈이 되었다. 비트코인이 많은 것을 가능케 했으며,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지만 많은 이는 비트코인이 그저 괴짜들의 장난감에 불과했던 초기 시절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한다.


인류 문명의 오랜 역사에서 비트코인 이전의 모든 돈은 화폐로 사용되는 것 이외의 다른 이유로 가치가 평가되었다. 아프리카의 소, 감옥의 우표, 조개 껍데기, 그리고 귀금속 역시 돈으로 사용되었다. 유일한 예외 사항은 국가와 같은 특정 권력 기관이 선언한 법정 화폐이다. 물론 국가의 법정 화폐 역시 한때는 금본위제를 시행하던 시절이 존재했다.


비트코인은 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비트코인은 어떤 무언가가 그 가치를 뒷받침해주지 않았다. 또한, 그 누구도 비트코인 사용을 강요하지 않았지만 교환의 매개체가 되었다. 현재 비트코인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사람이라도 비트코인을 지불 방식으로 수락한다. 비트코인이 지불에 사용되거나 혹은 기존의 돈으로 교환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2010년 5월 22일에 피자 두 판을 비트코인 10,000개로 주문한 사건을 자주 언급한다. 현재 가치로 수백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비트코인으로 피자 두 판을 주문한 남성을 조롱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당시 디지털 쪼가리에 불과했던 비트코인과 맛있는 피자 두 판을 교환하기로 결심한 피자 판매원에 더 관심이 간다. 사람들이 소위 블록체인이라 부르던 것에 저장된 디지털 쪼가리에서 그는 과연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그 동기부여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이 사건이 비트코인을 팔지 못하고 그저 모아두기만 했던 채굴자와 같은 많은 이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그게 뭐였든 간에 뭔가 새로운 것이었다.


고전 경제학에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시 교환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가치는 과연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비트코인은 시작조차 하지 못했어야 했지만, 결국 해냈다. 신상품이라도 어느 정도 가치를 보유하고 있으며, 얼리어댑터들은 해당 상품이 원하는 만큼의 값어치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리스크를 부담한다. 하지만 물론 그 교환을 통해 어떠한 이득을 얻길 기대한다.


그러나 비트코인의 얼리어댑터들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당시에는 알 길이 없었다. 그들이 가진 것이라곤 하나의 디지털 장치를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사회 현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꿈, 확신, 그리고 많은 사람으로부터 느껴지는 열정뿐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서야 그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겠지만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비트코인은 무에서 창조되었고, 뒷받침되는 가치도 없었으며, 권위에 의해 사용을 강요당하지도 않았지만 결국 돈이 되었다. 이는 정말 마술 같은 일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그냥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비트코인은 암호학자들이 수년간 고심해온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었다. 중앙 기관 없이 위조될 수 없고,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머니를 만드는 법에 대한 해결책인 것이다.


이 문제는 매우 오랜 기간 지속된 바 있다. 이로 인해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해결책을 만들어주길 기대하며 떠났고, 탈중앙화된 디지털 머니가 어떻게든 실현된다면 우리의 미래가 어떨지에 대해 상상만 했다. 그들은 세계의 경제력에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고, 키 입력 하나로 어디든 가치가 전송될 수 있는 미래를 꿈꿨다. 그들은 강력한 암호학의 수학적 논리에만 의존한 번영과 자유를 꿈꿨다.


비트코인은 적절한 시기에 탄생했으며, 이를 기원하고 있던 사람들에 의해 그 존재가 인지되었다. 이는 피자 두 판이나 채굴에 의한 전기 요금 고지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역사적 순간이다. 자유에 대한 약속, 그리고 운명과 같은 이끌림은 초기 커뮤니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비트코인은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는 동안 의식적이지만 자연스럽게 돈으로 여겨졌다. 그리고 향후 우리의 세상은 결코 같지 않을 것이다.



본 콘텐츠는 블록체인 인사이트 미디어 '노더'에 기고된 글입니다.

https://noder.foundation/bitcoin-equals-free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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