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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더 Oct 23. 2019

블록체인은 닷컴 버블과 다르다

블록체인 산업은 닷컴 버블 상황과 매우 유사해 보이지만 다르다.

지난 2017년 말을 정점으로 엄청나게 하락한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닷컴 버블’일 것이다. 당시 인터넷 기술과 현재 블록체인의 기술을 비교하며,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도 가격에 거품이 끼었고, 실체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하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실 블록체인 기술은 우리가 일상에서 쓰인다고 체감을 못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며, 대부분 개발 중이기 때문에 그들의 주장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닷컴 버블’은 마냥 실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 ‘닷컴 버블’의 대장주인 새롬기술과 골드뱅크는 사실 실체가 있었고, 나름대로 노력을 했으나 그들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을 뿐이다. 그들의 사례를 통해 앞으로 블록체인 산업이 어떻게 나가야 할지 보도록 해야 한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던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


당시 출시한 다이얼패드 접속 화면

새롬기술의 경우 새롬 데이터맨을 출시하여 인터넷 이전 PC통신에서 간편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인지도를 넓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터넷 산업이 태동하기 시작하면서 PC통신이 몰락하자 새롬기술은 인터넷 산업에 맞는 사업 아이템으로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선택한다. 이게 바로 우리가 아는 ‘다이얼패드’다. 당시 인터넷은 모뎀을 거쳐 비대칭 디지털 가입자 회선(ADSL)으로 가는 흐름이었고, 이는 초고속 통신망으로 가는 시작점이었다.


이때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 기술에 주목하던 새롬기술이 시대의 흐름을 읽고 인터넷 전화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그 후 ‘무료로 전화통화가 가능하다’는 광고로 첫 출시부터 국내에서만 천만 명의 가입자를 유치해냈다. 이렇게 다이얼패드의 성공적인 인지도 확보는 우리가 아는 주가 상승으로 이뤄졌다. 그들의 사업 아이템으로 인터넷 기술이 쓸모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낸 셈이다. 이렇게 증명을 했던 다이얼패드는 어떻게 무너졌던 것일까?


바로 ‘통신규제’다. 무료전화로 홍보한 이 서비스는 기존 통신사들의 반발을 살 수밖에 없었다. 본인들이 구축해놓은 통신망에서 다른 업체가 나타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받아들이겠는가? 게다가 다이얼패드의 동시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통신망에 부하가 걸리게 되는데, 여기서 발생하는 손해를 통신사가 감당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초고속 통신망의 시작점에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민감한 사안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이 문제에 대해 정부는 통신사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이 선택으로 다이얼패드는 따로 전화번호를 발급받지 못 한 채 발신만 가능한 인터넷 전화로 남게 되었으며, 인지도 확보와 사업 확장에 전념하던 전략이 완전히 차단당했다.


이 통신규제는 이후 통신사 독과점을 야기하게 되고 ‘망 중립성’을 요구하는 데에 이르게 된다. 정부는 이 요구를 들어줬고, 2010년대에 들어 스카이프를 비롯한 카카오톡, 라인 등의 무료통화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 사업이 성공을 이룬 것을 보면, 결국 다이얼패드는 개척자로 머무른 것이다.



같은 벤치마킹, 그러나 당시에 너무 이른 ‘승부수’


앞서 언급한 대로 다이얼패드는 천만 명이라는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실시했다. 무료전화라는 문구로 신문지면에 크게 광고를 한 것을 시작으로 주식상장으로 거대해진 자본력을 활용해 박리다매 형태로 고객들을 유치했다. 새롬기술이 출시한 SW들을 저가, 무료 배포, 번들 정책 (현 1+1 판매 방식)을 통해 다이얼패드 서비스를 제공했다. 즉, 투자비용 회수가 아닌 시장 선점과 인지도 향상에 주력했다. 이 전략은 현재도 많은 기업이 하고 있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대단히 대박 또는 쪽박이 명확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 방법만큼 인지도를 넓히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도 없다. ‘닷컴 버블’의 2등 기업 골드뱅크도 이 전략을 따라갔다. 그들은 왜 이런 방식을 택했을까? 당시 어느 IT 기업이 바로 이 전략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을 이뤘기 때문이다.


그 회사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MS)’다. 이 한국의 IT 1, 2등 기업은 MS의 전략을 복사, 붙여넣기 하듯 그야말로 ‘공격’만 했다. 그들의 전략은 마치 영화 ‘아저씨’에 나오는 대사인 ‘오늘만 사는 사람은 내일만 보고 사는 사람한테 죽는다’와 같았다. 그들의 전략만큼은 성공을 거뒀지만, 빠르게 몰락하고 말았다. 벤치마킹이 잘못됐던 것일까? 아니다. 간단하게 시대를 너무 앞서간 나머지 수익성을 거두는 데 실패했다.


무료 전화 서비스는 당시 너무 생소한 나머지 정부와 통신사의 규제를 피해갈 수 없었다. 마땅한 선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인터넷 기술은 정부의 적극적은 투자 장려로 ‘미래 먹거리’라는 인식을 줬지만, 어떤 산업에 활용될지는 구체적으로 예상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규제는 당시 인터넷 산업을 과대평가했던 전략이었을지도 모른다.  2000년대 인터넷은 현재 대비 정말 느렸다. 전화에서 통신망으로 가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가 사업들을 품기엔 인프라가 너무 부족했다. 그 결과 품질 저하 문제는 피해갈 수 없었고, 공격적으로 빠르게 유치했던 속도만큼 쉽게 고객들이 이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제공 서비스가 괜찮았다면, 수익성 확보는 가능했을까? 왜냐하면 그들의 수익 아이템 또한 생소했기 때문이다.


당시 골드뱅크가 추구했던 수익 모델은 광고이다
골드뱅크가 추구했던 수익모델은 구글 애드센스가 이루었고, 결국 배너 광고 표준으로 이어지게 된다

지금 말하는 수익 아이템은 현재 모든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이 사용하고 있다. 앞서 2등 기업이라고 짤막하게 언급했던 골드뱅크에 대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다. 골드뱅크는 인지도 확보를 위해 프로농구단을 인수했고, 본인의 홈페이지에 여러 업체의 광고를 수주한 다음 고객들에게 광고를 클릭하면 돈을 준다는 방식으로 고객들에게 홍보했다. 이에 대중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이 마케팅 방식은 여러 문제점이 스노우볼이 되어 굴러가는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


이 시작이 바로 ‘홍보 효과’였다. 고객들은 돈을 받기 위해 광고를 클릭할 뿐 해당 업체에 대한 내용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또한 지급방식이 1클릭당 50원부터 많게는 1,000원까지 돈을 지급해주는 탓에 이 방식의 맹점을 이용하여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일들이 많았다. 너무 공격적인 마케팅이었던 것만큼 편법을 이용할만한 허점도 많았고, 설상가상으로 인터넷 인프라가 막 갖춰진 때에 많은 고객이 동시에 접속하는 상황은 잦은 트래픽 초과로 이어져 접속이 안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때 많은 기업과 고객이 각자 사정에 따른 불만이 생기면서 외면을 받았다. 기업의 경우, 배너광고의 홍보효과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고객의 경우, 미숙한 인터넷 인프라에 경제적인 이득을 누리지 못했다. 결국 이쪽도 품질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렇게 각자 불만들이 악순환을 낳게 되면서, 고객은 떠나고, 광고를 유치하는 기업은 줄면서 골드뱅크는 몰락의 길을 걸었다.


골드뱅크가 꿈꿨던 이상과 기적은 이뤄지지 않았고, 아이러니하게 홍보수단으로 이용했던 농구단이 없는 살림으로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는 기적 같은 소식이 전부였다. 이 골드뱅크의 실패는 사회 정당성(Social Legitimacy) 확보를 간과했다. 인터넷 산업이 성숙해졌다면 골드뱅크, 새롬기술 모두 정말 성공적인 방식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그러나 두 기업의 승부수는 너무 이른 시점에 둔 무리수가 되었고, 오히려 거품이 붕괴된 후 후발주자들이 같은 전략으로 수익을 얻었다.


이 전략은 현재까지 수익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구글 에드센스, 포털 사이트 배너광고, 유튜브 동영상 시청 전 방영되는 광고가 바로 그것이다. 그렇게 골드뱅크도 개척자로 머무르게 되었다. 구글의 CEO 에릭 슈미트, 이베이의 전 CEO 맥 휘트먼은 자신의 성공 비결로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장소를 찾았다.’는 말을 했다. 운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대한민국 닷컴 버블의 대표 기업들도 분명 운은 있었다. 그들의 전략도 잘 보여줬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전략이 통하는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블록체인 산업도 이 사례들을 거울삼아야 한다


지금 현재 블록체인 산업도 이때 상황과 매우 유사해 보이지만 다르다. 시세에 대한 거품은 유사하지만 그 당시 상황을 깊게 들여다보고 비교해봤을 시, 정말 미안하지만 블록체인은 대중에게 보여준 게 냉정하게 아무것도 없다. 단지 시세로만 이름을 알렸을 뿐, 대중들이 직접 서비스를 사용하여 품질을 체감한적이 없다는 의미다. 다들 기술에 대한 개발만 강조하지만, 대중들이 체감하는 서비스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쓸데없는 소리로 단정할 것이다.


과거 인터넷 산업이 태동할 때도 HTML 태그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설명하거나 기업의 기술을 고급지게 포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장 고객들의 수요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집중했을 뿐이고, 그게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인프라가 되었다. 블록체인 관련 산업의 흥망성쇠는 고객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그 서비스의 활용 방향성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고 움직이는데 달려있다.



본 콘텐츠는 블록체인 인사이트 미디어 '노더'에 기고된 글입니다.

https://noder.foundation/blockchain-vs-d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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