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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더 Dec 04. 2019

크립토펀드는 어떻게 엑싯(Exit)하는가

크립토펀드들은 누구 덕분에 엑싯할 수 있었을까

오늘날 많은 스타트업이 세상을 바꾸려는 큰 꿈을 가지고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스타트업은 아직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은 새로운 서비스나 기술을 만들어 혁신을 일으키고자 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망한다. 비즈니스 모델을 잘못 구축해 더 이상 스케일업을 하지 못했거나 자금 관리를 잘하지 못해 경영난으로 문을 닫게 된다. 반면 간혹 세상을 혁신시킬 유니콘 기업들이 등장하고 인수합병이나 기업 공개(Initial Public Offering, IPO)를 통해 성공 신화의 종지부를 찍는 스타트업도 나타난다.


세상의 모든 스타트업은 그들만의 성공 스토리를 만들고, 스토리의 결말을 맺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애플, 아마존, 구글과 같이 세상을 변화시킨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들도 초창기부터 뛰어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사용자들을 늘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성공이 창업자나 경영자의 혼자 힘만으로는 절대 일어날 수 없었다. 회사 초기부터 서로 믿고 도와준 투자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듯 사업 초기의 우수한 스타트업들을 발굴하여 성장을 함께하며 자금을 조달하는 투자자들이 있다. 흔히 이들을 벤처 캐피탈(Venture Capital, VC)이라고 일컫는다. 벤처 캐피탈은 스타트업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자금줄의 역할을 하며, 사업 초기부터 자본 및 경영을 돕고 육성한 후 기업 공개나 인수합병을 통해 투자한 자본을 회수한다.


기존 스타트업 시장에 벤처 캐피탈이 있듯이 블록체인 산업에도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투자하고 육성하는 벤처 캐피탈인 크립토펀드(Cryptofund)가 존재한다.


출처: 더 블록(THE BLOCK)

이들은 대개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자할뿐만 아니라 거래소 상장, 기술 업무 협약, 네트워킹 등 프로젝트 육성도 지원하는 엑셀러레이터의 성격도 함께 띠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크립토펀드들이 모럴 해저드를 일으키고 있다. 바로 IPO에 비해 기준의 문턱이 낮은 거래소 상장과 빠른 자금 회수율 때문이다.


“비즈니스에서는 머리가 좋거나, 남을 속이거나, 아니면 가장 먼저 움직여야 성공한다"  
- 영화 마진콜(Margin Call, 2011)


기존 전통 시장의 벤처 캐피탈은 대게 IPO를 통해 투자 자금을 회수하는데 10년 이상의 시간을 소요한다. IPO 준비 기간만 최소 1년에서 3년 정도 소요되며, 벤처 캐피탈은 자신들이 투자한 기업의 가치가 투자 자본을 회수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커질 때까지 기다린다.


출처: 창업일보

반면, 크립토펀드나 블록체인 엑셀러레이터들의 투자회수는 거래소 상장 후 3개월에서 1년 정도 단기간 안에 이루어진다. 자금 회전율 및 시장 흐름이 빠르고 IPO에 비해 상장 절차가 비교적 덜 까다롭기 때문이다. 


대형 크립토펀드는 본인들이 블록체인 생태계를 육성하고 있다고 말한다. 밋업을 개최하거나 미디어에 출연해 블록체인의 기술과 가능성에 대해 강조했다. 대중들에게 블록체인은 ‘제2의 인터넷’이라며 블록체인의 사상과 철학을 주입시켰다.


하지만 이들의 속내는 달랐다. 사업성이 괜찮고 그럴듯해 보이는 서비스를 하나 구상한 (기존의 서비스를 잘 운영하던 회사도 함께 곁들이면 금상첨화, 혹은 리버스 ICO) 프로젝트와 협상하여 좋은 조건으로 토큰을 많이 확보한다. 


이들이 엑싯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딱 한가지다. 단지 일반 투자자들보다 좋은 조건과 시드 라운드에 투자하여 상장 후 높은 가격에 팔았기 때문이다.


큰 수익률을 낸 프로젝트는 대부분 2017년 이전의 프로젝트들이다. 출처: ICO DROPS

전 세계적으로 운용자산(Asset Under Management, AUM)의 규모가 큰 대형 크립토펀드들은 사업성이 좋고 비즈니스 모델이 뛰어난 프로젝트에 투자해 실제 매출을 통한 수익을 얻은 게 아니다. 단지 2017년도 이전 암호화폐에 투자한 후 높은 가격에 판매하여 수익을 얻었다. 물론 누구보다 빨리 좋은 투자처를 발견하고 일찍 투자하는 것도 능력이다. 다만 그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예를 들어, 한 유명 크립토펀드도 2016년부터 공구방을 운영했으며, 2017년 말 상승장 전에 투자한 프로젝트들이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 준 덕분에 현재까지 매우 성공한 크립토펀드가 될 수 있었다. 또한 이들이 투자한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대형 거래소에 상장되었다.


시장 상황에 따른 크립토 펀드들의 운용자산변화. 출처: PWC&ELWOOD-2019 ANNUAL CRYPTO HEDGE FUND REPORT

유명 크립토펀드가 투자한 포트폴리오를 미리 파악한다면 큰 수익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일반 투자자들은 해당 프로젝트 토큰의 물량을 장외로 어떻게든 구하려고 했다. 심지어 크립토펀드의 이더리움 지갑 주소마저도 추적해가며 물량이 어디로 얼마나 이동하는지 밝혀냈다.


이런 일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벌어진다. 특히 유명한 중국 모 크립토펀드는 거래소에 직접 자본을 투자했으며, 자신들이 투자한 프로젝트를 해당 거래소에 대부분 상장시켰다. 그 결과 해당 토큰의 가격은 토막에 토막을 거듭하며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야기했다.


결국 금전적 및 정신적인 피해를 입은 일반 투자자들은 크립토펀드들의 이러한 만행을 크립토펀드의 세탁에 비유했다.


“빨랫감(프로젝트)을 세탁기(거래소)에 넣고 세제(마켓 메이킹)를 첨가하여 더러운 얼룩(일반 투자자)을 없앴다.”


기존 금융 시장과 달리 크립토 업계에서는 크립토펀드와 거래소, 프로젝트가 카르텔을 형성하여 움직여도 이를 딱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 이렇게 거래소는 크립토펀드와 결탁하여 크립토펀드의 물량을 처리하는데 도와줬다.


한편, 엑싯에 성공한 크립토펀드가 있는 반면 엑싯에 성공하지 못한 크립토펀드들도 나타났다. 투자 성적이 좋지 못했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2017년 중순 이전에 투자하지 못 했거나, 대형 거래소와 유착관계 형성에 실패했거나. 2018년 이후 투자를 집행했던 크립토펀드들은 큰 수익을 보지 못했으며, 투자한 프로젝트를 대형 거래소에 상장시키지 못한 크립토펀드들도 모두 엑싯에 실패했다.


실제로 글로벌 암호화폐 펀드 갤럭시 디지털(Galaxy Digital Holdings)의 마이클 노보그라츠(Michael Novogratz)도 암호화폐 투자로 인해 지난해 3,000억 원 가량의 손해를 봤다. 물론 마이클 노보그라츠는 이미 초기에 엑싯을 성공했기 때문에 큰 손해를 입어도 투자를 멀쩡히 이어가고 있다.


블록체인 부문 투자 현황. 출처: 더 블록(THE BLOCK)

이미 엑싯한 크립토펀드는 자기들이 마치 블록체인의 선구자인 마냥 말로는 블록체인 산업의 육성과 발전을 주장하면서 결국 본인들의 잔고를 채우는 데 급급했다. 결국 이들은 높은 가격에서 토큰을 매도에 수익을 얻었으며, 블록체인의 실질적인 유즈 케이스를 만들거나 매출이 발생하는 제대로 된 서비스를 만들지 못 했다. 엑싯을 실패한 크립토펀드와 금전적인 결과는 달랐지만, 그 뒤에 숨은 본질적인 의도와 행위에는 별 차이가 없었다.


건강한 블록체인 생태계를 육성하고자 제대로 된 마인드가 잡힌 크립토펀드라면 프로젝트의 토큰을 구매하여 덤핑하는 행위가 아니라, 기존 투자 시장처럼 프로젝트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동반 성장을 기대해야 한다.


과연 그 많고 많은 크립토펀드 중 1년 안에 토큰을 매각하지 않는 곳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크립토펀드들은 누구 덕분에 엑싯할 수 있었을까. 블록체인을 통해 혁신이 일어날 거라 희망을 가졌던 누군가의 코 묻은 돈 덕분이 아닐까. 


“많은 사람이 실패하는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돈이 많아서이다”
- 마윈 알리바바 CEO



본 콘텐츠는 블록체인 인사이트 미디어 '노더'에 기고된 글입니다.

https://noder.foundation/dishwa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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