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을 깨고, 허락을 구하지 마라. 입법되기 이전에 빠르게 혁신해라.
본 콘텐츠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스타트업 컨퍼런스 중 하나인 슬러시(Slush)의 2017년 행사에서 안드레아스 안토노풀로스가 강연한 ‘The Courage to Innovate Without Permission’을 번역한 글입니다. 블록체인의 특징인 무허가성(Permissionless)과 거버넌스가 강조된 내용입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내가 비트코인 분야의 전문가라고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완전히 다른 주제인 신뢰에 대해 다뤄볼까 한다. 던바의 숫자(Dunbar number)는 개인이 사회적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를 의미한다. 침팬지, 늑대, 혹은 원숭이와 같은 여타 사회적 동물들에게도 던바의 숫자가 존재한다. 한 공동체에서 약 150명의 구성원은 단순히 가족과 지인만을 바탕으로 서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우리는 약 150명의 사람과만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우리의 뇌는 이러한 한계를 갖도록 설계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한계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 바로 문명이라는 것을 통해 이룰 수 있었다. 지난 수천 년간 인류는 인구수를 점진적으로 증가시킬 방법들을 찾아냈다. 그들은 공동체 간에 관계를 맺고, 조직을 이뤘다. 이러한 관계를 맺기 위해 우선적으로 발명한 것이 언어이다. 하지만 언어 하나로는 부족했고, 종교를 발명했다. 하지만 종교로도 충분하지 않아 돈이란 것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우리는 확장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 수 있었고, 조직이 확장됨에 따라 이러한 성과를 기념할 수 있는 기념물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우리가 수만 명의 사람과 조직을 이루고 수십 년 이상 협력할 수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인류의 문명은 이렇게 성장하고 발전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산업 혁명은 우리가 조직을 이루고 협력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산업 혁명의 주요 요소는 조직, 기관, 그리고 기업과 같은 관료적 계층이다. 피라미드 구조로 구성된 관료적 계층은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비슷하다. 행동은 하위 계층에서 실행되고, 결정은 상위 계층에서 이뤄지며, 중요한 정보는 상위 계층에 집중된다.
이 구조엔 문제가 하나 있는데, 바로 권력 역시 상위 계층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조직의 규모가 커진 이후 어느 시점엔 의사 결정권을 가진 이들은 너무나 큰 권력을 갖게 되지만, 올바른 결정을 내릴 정보가 부족해진다. 결정을 실행하는 이들과 결정을 내리는 이들 간에 너무나 큰 장벽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들의 결정이 어떠한 결과를 도출해낼지 알 수 없다.
권력은 부패한다. 권력이 커질수록 더욱 많이 부패한다. 조직은 과학과 산업 혁명을 통해 세계화와 인터넷 같이 우리가 문명으로써 해낸 놀라운 일들을 현실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결정하고, 협력하고, 조직을 이룰 수 있도록 해주었던 근본적인 요소는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간단한 문제이든 중요한 문제이든 전 세계적인 규모로 결정할 수 없다. 빈곤과 기후 변화와 같이 돈이 있어도 풀지 못하는 문제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유는 조직 구성이 근본적으로 전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할 만큼 확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를 고칠 수 있을까? 2009년 1월 3일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을 발명했다. 많은 이는 비트코인이 돈에 관련된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비트코인은 근본적으로 신뢰에 관한 것이다. 인터넷은 우리가 전 세계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수억 명의 사람들과 아무런 장벽 없이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우리는 민족, 국적, 이종, 종교, 나이, 능력 등 그 어떠한 것도 문제없이 소통할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상의 중요한 것들은 중앙화되어있다. 인터넷은 기존 사회의 관료적 계층의 근본적인 구조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기업에서 의사 결정은 상위 계층에서 이뤄지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애플리케이션과 기능에 대한 규칙이 거기서 결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은 우리가 선출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들과 사용자 사이에는 분명한 거리감이 존재한다. 페이스북과 구글을 포함한 많은 기업이 위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된다. 인터넷은 소통 능력을 확장했으나, 의사 결정은 확장하지 못했다. 의사 결정을 확장하지 못한 이유는 신뢰 때문이다.
우리에겐 신뢰를 확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었다. 우리에겐 계층 구조가 없더라도 신뢰할 수 있는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플랫폼이 없었다. 2009년 1월 3일까지 말이다. 당신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해했다면, 이는 더이상 화폐와 관련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화폐는 우리가 눈으로 보기에 가장 뚜렷한 애플리케이션일 뿐이다. 우리가 기존 시스템으로부터 탈피하여 중개자, 기업, 그리고 기관 없이 다른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이 기술을 발전시켜 소수에게 권력을 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의사 결정과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계층적 조직 구조는 우리를 여기까지 이끌어 왔지만, 이 이상은 이끌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은 점점 이러한 신뢰 모델을 인식하고 있다. 대중은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단순히 화폐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우리는 이를 활용하여 투표 시스템도 구축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기업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고, 지배자 없이 새로운 프로젝트와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위해 모이는 사람들 간에 임시 조직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신뢰 시스템에는 규칙이 존재한다. 이러한 규칙은 쉽게 결정할 수 있고, 결과를 통해 그 규칙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배자는 없다. 우리는 지배자는 없지만, 규칙이 있는 시스템을 역사상 가져본 적이 없다.
이러한 기술이 세상에 공개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정부는 이를 환영하며, “고맙습니다! 이 기술은 우리가 찾고 있던 해결책입니다. 우리는 더이상 계층적 의사 결정을 할 필요가 없군요. 드디어 의사 결정을 확장할 수 있네요!”라고 대답할까?
아니, 그들은 다음과 같이 말할 것이다. “이 기술은 범죄자와 포르노 관계자들만 사용할 겁니다. 혹은 랜섬웨어를 위해서 사용될 수도? 이는 국가를 파괴할 겁니다. 우리는 이런 기술을 허용할 수 없습니다. 꼭 규제해야 하죠. 도대체 이런 일을 하도록 누가 허가한 것이죠? 이렇게 전 세계적인 규모로 조직을 이루고 협력하기 위해서는 의회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그 누구의 허락도 구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기술이 탄생했다. 이 기술은 매우 빠르게 성장 중이다. 블록체인은 현재 세상을 구성하는 기반을 흔들 기술이다. 이는 사회 조직 시스템이며, 기본 기능으로 평등이 제공된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거의 모든 중요한 혁신은 불법으로 시작하거나, 규제 없이 시작했다. 역사상 모든 흥미로운 기술들은 허락 구하는 것을 잊은 사람들로부터 시작되었다. 계층적 구조를 구성하는 기관들은 경쟁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방어막이 필요한 기업들을 위해 법과 규제를 만든다.
블록체인이 혁신하는 것은 금융이 아니다. 블록체인은 계층적 시스템과, 그 체계에 의해 정해진 규칙을 혁신하는 것이다. 한번 떠올려 보자. 스카이프는 한때 불법이었으나, 결국 해냈다. 우버도 불법이었으나, 결국 해내고 말았다. 에어비앤비 역시 불법이었으나, 결국 해냈다. 세상 모든 흥미로운 일들은 “불법”으로 시작한다. 자율주행차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처음 시험 될 시 허가 없이 시작했다. 이 역시 불법이었으나, 결국 해냈다.
여러분은 스타트업 창업가이다.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때 대담하고 자신 있게 행동하라. 범죄는 저지르지 말되, 규칙은 깨라. 틀을 깨고, 허락을 구하지 마라. 입법되기 이전에 빠르게 혁신해라. 여러분의 자녀들이 살았으면 하는 세상을 스스로 만들어라. 계층적 구조로부터 자유롭고, 전 세계 사람들과 P2P로 협력할 수 있는 세상 말이다.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허락을 구하지 말고 대담하게 행동해야 한다.
본 콘텐츠는 블록체인 인사이트 미디어 '노더'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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