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레시피
“사장님, 제발 앉으세요. 진술은 앉아서 하셔야죠.”
사업주는 진술하는 내내 서 있었다.
“아기를 차에 두고 왔다니까요! 빨리 가야 해요. 도장 찍을 거 있으면 그냥 빨리 주고 끝내요.”
“진술조서를 작성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30분은 걸립니다. 아이를 차에 두면 안 되죠. 데리고 오세요.”
하지만 막무가내였다. 사업주는 계속해서 ‘빨리, 빨리’만 반복하며 성급하게 굴었다. 사업주는 진술 중에 전화를 받았는데, 통화 음성에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다행히 차에 다른 보호자가 있는 것 같았다. 사업주는 출석 요구를 한 달 넘게 피하다가, 체포영장 청구를 앞두고서야 겨우 나타난 터였다.
신고된 내용은 근로계약서 미교부, 해고예고수당 미지급, 임금 지연 지급이었다. 근로계약서 사본을 교부하지 않은 사실은 사업주도 인정했다.
“근데 해고는 무슨 해고? 걔가 안 나온 거예요. 월급도 그만둔 다음 달 10일에 딱 맞춰 줬다고요. 뭐가 임금 지연 지급이에요? 날 억울하게 만들지 마세요.”
사업주의 식당은 규동과 소바를 파는 작은 일식 요리점으로, 바 테이블 8석이 전부였다. 그날, 사업주는 오전 10시부터 나와 점심 장사를 하였고, 근로자는 오후 3시에 교대하여 저녁 장사를 하기로 한 날이었다. 근로자가 오후 3시에 출근해서 사업주와 1시간 정도 재료 손질을 함께 하다가, 근로자가 혼잣말하듯이 말을 툭 던졌다.
“어라, 오늘 이상하게 손목이 좀 아프네?”
“야, 그러면 오늘 쉬어. 나 약속 있는 것 취소하고 그냥 내가 저녁까지 할 테니까. 아니면 지금 나 있을 때 병원이라도 잠깐 갔다 와 보든지.”
“에이, 병원까지 갈 정도는 아니에요. 사장님, 약속 있으시다면서 빨리 들어가 보세요.”
사업주는 그날 친구들과의 특별한 약속이 있어, 부산에서 포항까지 갔고, 약속장소에서 저녁 식사를 막 시작하려는데 오후 5시 30분쯤 근로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사장님, 손목이 아파서 오늘 도저히 근무 못 하겠어요. 지금 퇴근 좀 할게요.”
“야, 아깐 괜찮다며? 이제 손님들 올 시간인데, 참을 수 있을 정도면 좀 버텨봐. 내가 밥 일찍 먹고 다시 갈게.”
“아…. 이제는 손목 움직일 때마다 뚝뚝 소리가 나고, 찌릿찌릿하게 통증도 있어요. 일 못 하겠어요. 병원 갔다가 오늘 쉴게요.”
“아까 내가 있을 때 병원 갔다 오라 했잖아. 오늘 예약 손님도 있는데, 지금 와서 이러면 어쩌라는 건데? 나도 멀리 나와 있잖아!”
“…….”
근로자는 아무 대답 없이 전화를 끊었다. 사업주가 다시 여러 번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사업주는 다시 차를 몰고 부산에서 포항까지 돌아갔다. 가는 길에, 급할 때 종종 대타로 고용하던 사람에게 연락하여, 그 날 저녁 근무를 부탁했다.
도착하니, 가는 길에 불렀던 대타 직원이 다행히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손님들 항의와 재료 손실, 예약 취소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사업주 몫이었다.
그날 밤, 근로자는 다시 사업주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저 내일 나가도 되죠? 약 먹으니까 괜찮아요.”
사업주는 화를 참지 못했다.
“이 새끼야! 이게 지금 말이 돼? 가게 문을 그냥 닫아버리는 게 어딨어. 너 미쳤냐?”
결국 계속 근무할지에 대해서는 이야기도 못 한 채, 서로 언성만 높이다가 전화를 끊었다. 이후 근로자는 출근하지 않았고, 사업주는 대타 직원을 며칠 더 쓰다가 정식으로 채용했다.
사업주는 내 앞에 계속 서서 소리를 질렀다.
“그놈 때문에 얼마나 손해 봤는지 아세요? 재료도 못 쓰고, 손님도 다 놓쳤고, 리뷰는 악평으로 도배됐고요! 그놈을 처넣어야지, 왜 나를 범죄자 취급하며 조사하는 겁니까?”
결국 문제의 핵심은 ‘해고’ 여부였다. 임금 지연 지급 신고는 해고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급여를 못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므로 해고예고수당과 임금 지연 지급 둘 다, 근로자가 해고당했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성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업주는 해고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고, 근로자는 추가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
근로자에게 대질 조사라도 진행해 보자고 요청하려 했지만, 근로자는 더 이상 전화도 받지 않았다. 결국 근로계약서 미교부에 대해서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나머지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되었다. 이후 사업주는 법원에서 근로계약서 미교부에 대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작은 오해와 감정이 쌓여 서로를 적으로 만드는 과정을 이곳에서 자주 지켜보게 된다. 되돌릴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서로가 조금 더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대했다면 이런 일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