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몰입 근로감독관의 사건 일지 2

불편한 편의점

by 박감

* 일러두기 : 인물들의 성명, 성별, 업종, 상호 등은 변경하였습니다. 혹시 내 사건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착각입니다.



“주휴수당은 못 준다고 미리 이야기했어요! 그리고 첫 이틀은 배우는 기간이라 최저임금의 50%만 준다고 말했다고요.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다 이야기했는데, 사업주는 이렇게 당하고만 있어야 하나요?”


전화기 너머에서 터져 나오는 사업주의 울분에 찬 목소리가 내 귀에 쩌렁쩌렁 울렸다.

주휴일은 1953년부터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제도다. 주 15시간 이상 일하고 약정된 근무일을 빠지지 않았다면, 일주일에 하루는 유급으로 쉬게 해 줘야 한다. 물론, 법의 취지는 일주일에 하루를 꼭 ‘쉬게’ 해주라는 데 방점이 있지만, 그 쉬는 하루를 ‘유급’으로 해야 하는 것도 분명한 사업주의 의무이다.


주휴수당은 최근에 새로 생긴 제도가 아니다. 1970년에 한 청년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외쳤을 때, 그의 품에 품고 있던 그 법전에도 이미 쓰여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이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일단 사업주가 출석해야만 사건이 진행될 수 있었다. 그에게 ‘아름다운 청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대신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다. 요즘 같아선 내가 이렇게 마음에도 없는, 무엇보다도 잘못된 이야기를 하지 않겠지만, 이 일을 한 지 한 달도 안 된 나는 그때 부끄러운 단어를 내뱉었다.


“근로자들이 때로는 ‘뒤통수’를 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사장님. 법이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출석을 안 하시면 불출석만으로도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으니까, 일단 나와서 억울한 부분을 말씀해 주세요.”


나는 전화기를 붙들고 그의 하소연을 20분 정도 더 듣고서야 어찌어찌 출석 약속을 잡았다.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옆자리 팀장님이 한마디 했다.


“그래도 짜증 내면서 출석하는 사람이 낫지, 웃으면서 나오겠다 해놓고 안 오는 사람이 더 힘든 거야.”

“하하, 그러네요. 그런 사람보단 낫겠네요.”


사회생활을 위해 억지웃음을 지었다.

대학 시절, 여러 번 휴학하며 아르바이트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치킨 배달, 카레 전문점 서빙, 편의점 근무, 학생 식당 식기 세척 등을 했는데, 운 좋게도 좋은 사업주를 많이 만났다. 치킨집 사장님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최저임금보다 천 원 높은 시급에다 밥까지 제공했다. 일하는 사람들은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장님이 오히려 우리가 일을 잘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자주 했다.


반면에, 아직도 기억을 떠올리면 마음이 상하는 일도 있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처음 시작할 때였다. 출근한 첫날, 사업주가 말했다.


“첫날은 교육이야.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니까, 혼자 할 수가 없어. 원래 일하던 학생이 가르쳐 줄 거야. 혼자 할 수 있게 되는 둘째 날부터 급여가 나가. 알겠지?”


그가 말한 ‘교육’ 시간 동안, 나는 전임자가 하는 일을 그저 보고 배운 것이 아니었다. 하루 6시간 똑같이 물품 박스를 뜯어 선반에 진열하고, 손님이 오면 담배를 꺼내 주고, POS기로 계산을 하였다. 일반적인 근로를 한 것이다. 물론 나는 편의점 근무가 처음이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업무 습득과 인수인계에 필요한 비용을 근로자에게 오롯이 전가하는 것은 분명 잘못되었다고, 그때도 생각했다.


마침내 출석 날이 왔다.


“처음부터 주휴수당이든 뭐든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고요. 교육 기간 이틀은 50%만 준다고 합의했단 말입니다!”


사업주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사장님, 말만 교육 기간이지 똑같이 일한 거잖아요. 주휴수당, 최저임금은 안 받기로 합의하더라도 효력이 없어서 법에 정한 대로 다 주셔야 해요. 그것 말고도 3개월 동안 수습이라면서 최저임금 90%만 주셨던데, 1년 이상 근무를 약정하지 않으셨다면, 수습 기간 최저임금 미달은 인정되지 않아요.”


근로계약서에 수습 기간을 명시하지도 않았다. 명확한 사건이었고, 사업주도 법을 준수하지 못한 사실은 모두 인정했다. 다만 사업주는,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자유로운 의사로 합의한 내용을 왜 국가가 조금이라도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인지, 국가는 왜 받지 않겠다던 돈을 퇴사 후 내놓으라고 하는 근로자의 편만 드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했고, 그것을 매우 부당하게 생각했다.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갔다. 사업주의 입장이라면, 노동법이 족쇄와 같이 불편하고, 편파적이고, 불합리한 법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게 이익을 추구하는 모든 인간의 본성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노동법은 인간의 철학적인 사유와 반성에서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에, 이것에 대한 지식 없이는 사업주의 관점에서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래서, 학교에서 어릴 때부터 노동법에 대해 더욱 중요하게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국의 산업혁명 시절, 노동 계약을 당사자의 자유에만 맡겨 놓았을 때 어떤 결과가 생겼는지, 그래서 우리 헌법에서도 그 계약 자유를 제한하고 근로자를 어떻게 보호하고 있는지, 그리고 실생활에 필요한 노동법 상식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근로자 또는 사업주가 될 우리 모두에게 영어, 수학만큼이나 삶에 필요한 것이 바로 노동법의 내용과 역사를 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흥분한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어젯밤에 잠도 못 자고 생각해봤습니다. 도저히 걔가 요구하는 금액을 다 줬다가는, 제가 억울해서 못 살 것 같아요. 4대 보험을 들지 않았었는데, 그걸 소급해서 가입하고, 근로자 부담분 3개월 치를 한꺼번에 다 떼면 오히려 자기가 뱉어내야 하지 않을까요?”


참 당황스럽고도 창의적인 생각을 해낸 사업주에게 어디서부터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지 막막한 감정이 들었다.


“사장님, 4대 보험을 들면 근로자 부담분만 떼는 게 아니라 사업주도 더 내야 해요. 사장님한테 손해라고요. 사장님이 그걸 소급해서 내는 것보다, 근로자가 요구하는 덜 준 임금만 주시는 게 훨씬 쉽게 해결하는 방법 아닐까요?”

“상관없어요. 당장은 도로 뱉어내야 할 겁니다. 걔가 법을 들고나왔으니까 걔도 법을 지켜야죠.”

“4대 보험을 납부하고, 원천징수 할 의무는 근로자에게 있는 게 아니라, 사장님한테 있어요. 몇 달 치를 소급해서 신고하면, 지연 신고 과태료까지 부과됩니다.”

“네. 지금이라도 반성하고 법을 지키려고요.”


근로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되도록 설득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지금 당장 근로자가 신고로 받아 가는 돈이 최대한 적었으면 하는 것일 거다.


근로자에게 연락했다.


“계산해 보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4대 보험을 소급해서 떼고 나서도 15만 원 정도 받으실 돈은 있어요.”

근로자도 이 정도 상황은 예견했는지, 크게 동요하거나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받아들였다. 더는 사업주와는 엮이기 싫어서, 그 돈만 받으면 처벌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건이 종결되고 생각해 보니, 이런저런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사업주에게 이른바 ‘참교육’을 해야 했나? 그 사업장에 조사를 나가서 직원들의 명단을 파악한 후에, 전 직원 4대 보험에 가입하도록 관할 기관에 통보해야 하나? 그런데 모두 4대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 진정 원하는 일일까?


아니면 사업주만 부담하는 산재보험이라도 가입하게 할까? 사업비용이 증가하면 이런 사업주는 근로자들에게 더 팍팍하게 구는 것 아닐까? 내가 늘 상주하며 감시할 수도 없는데, 과연 ‘참교육’이라는 게 있을 수 있을까? 나의 감정적인 행동 때문에 결국 또 다른 근로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매일 사건을 한두 건씩 배정받고, 다른 인허가 서류 검토도 있어, 한 사건 당 대여섯 시간만 주어진 셈이다. 이미 이 사건으로 하루를 다 보내 버렸으니, 생각은 이쯤에서 그만두는 것이 나를 기다리는 다른 근로자들을 위해 나을 것 같았다.



* 아르바이트에 수습 기간을 둘 수 있을까

최저임금법에 따라, 근로기간을 1년 이상 약정한 근로자에게만 3개월 이하의 수습 기간을 둘 수 있고, 수습 기간의 급여는 최저임금의 90% 이상이 되어야 한다. 게다가 법령에서 정한 단순 업무(주로 일반적인 아르바이트)에 대해서는, 수습 기간이더라도 첫 달부터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100% 주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단순 업무는 단기간에 누구나 빠르게 습득 가능하므로, 굳이 3개월 동안이나 급여를 적게 줄 이유가 없다). 다만, 계산원은 단순 업무로 분류되어 있지 않아,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단순 업무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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