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마음, 그리고...

너의 시간 속으로 5화

by 다별


"서연아, 이리 와봐."


앞서가던 선우가 강가 한 쪽에 발을 멈추고 선다.


"다 온 거야?"


"잠깐! 여기 그대로 서서 잠깐 눈 좀 감아볼래?"


선우의 곁에 거의 다 온 서연은, 시키는대로 눈을 감으면서도 순간 멈칫 했다.


'얘 뭐야... 왜 갑자기 눈은 감으라고... 설마...?'


서연은 자기도 모르게 사춘기 소녀처럼 볼이 발그레해지며 몇 초간 가슴이 콩닥거리는 걸 느꼈다. 칼집을 내어 꽃처럼 벌려놓은 망고 속살처럼, 이 마음 그대로 선우에게 들키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도...아니, 이렇게 조마조마할 바엔 그냥 확 들켜버려도 좋겠다는 생각이 1-2초 정도 서연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서연아, 이제 눈 떠봐!"


선우는 싱긋 웃으면서 등으로 가리고 서있던 곳에서 쓱 비켜선다.


"와아~ 예쁘다!!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이네?

이 꽃 이름이 뭐야?"


"꽃창포. 이름은 그렇지만 창포랑은 상관 없는 아이리스(Iris)과야. 자생붓꽃이라고 볼 수 있지. 여긴 좀 일찍 5월부터 피기 시작하는데 오늘쯤 예쁘게 피었을 것 같아서 너 보여주려고."


"정말? 나 이렇게 예쁜 꽃 처음 봐. 고마워 선우야."


서연은 내심 감동하면서도, 약간은 실망한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마치, 지깅낚시의 찌가 아래 위로 흔들리듯, 선우의 말과 행동이 자신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상황에 살짝 화가 났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신이 나서 계속 설명하는 선우.


"이 꽃의 꽃말이 뭔지 알아?"


"아니. 몰라."


"우아한 마음."


"이 꽃과 어울리는 꽃말이네."


"응. 그리고 너랑도."


"응? 뭐? 내가...우아? 그런 말은 첨 들어본다."


"서연아, 이 꽃에 얽힌 얘기가 있는데 한번 들어볼래? 하늘의 선녀가 무지개를 타고 지상으로 심부름을 하러 내려왔는데 심술궂은 구름이 무지개를 감춰서 다시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꽃창포가 되었대."


서연은 당황한 티를 안내려고 선우의 시선을 피하며 애꿎은 꽃만 계속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한쪽 귀에 이어폰이 꽂히더니 들리는 음악!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2번 1악장.

서연이 가장 좋아하는 곡이었다. 둘 다 고전음악감상 동아리여서 익숙한 선율이었지만 이렇게 흐르는 강과 그 앞에 핀 꽃을 바라보며 단 둘이 이 곡을 듣다니! 서연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선우는 서연의 어깨를 살포시 두 손으로 잡고 자기쪽을 바라보게 하더니,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서연아, 나 사실은 너 좋아해. 입학해서 동아리 들어와서부터 2년 동안 계속 너만 바라봤는데..."


'선우도 날 좋아했구나. 우리가 같은 마음이었다니!'


서연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가득 고였다.


대답 대신 선우를 바라보며 고개를 천천히 한번 끄덕이자, 선우는 서연의 이마와 뺨, 그리고 입술에 차례로 입을 맞췄다.


강가의 물안개 때문이었을까? 아직 눈에 고여있는 눈물 때문이었을까? 그 순간, 서연의 눈엔 꽃창포의 고운 보랏빛이 마치 무지개의 끝자락처럼 보였다.



***5화 bgm***

https://youtu.be/v9ha01OAohc


화, 금 연재